그날 이후… 평지로 바뀌었다고 한다
안드로메다 통신 - 소행성이 만들어 준 논밭
경남 합천 초계 분지 소행성 충돌 흔적
동아시아서 두 번째로 발견 학계 인정
SF 영화처럼 지구 멸망 가능성은 희박
탄생 원리·구성 성분 등 연구가치 높아
2029년쯤 근접할 ‘아포피스’ 큰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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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를 살펴보면 지구나 화성같이 제법 널찍한 행성 말고도 그보다 훨씬 작은 돌덩이 같은 것들 또한 우주 이곳저곳을 떠다니고 있다. 개중에 크기가 큰 것은 커다란 산 하나 정도의 덩치인 것도 있고, 작은 것은 빌딩만 한 것이나 바위만 한 것도 있다. 이런 물체를 흔히 소행성이라고 한다. 소행성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우주공간에 특히 많이 몰려 있다. 그래서 그곳을 소행성 벨트, 소행성대라고 부른다. 소행성이라고 하면 대개 소행성대에 있는 돌덩어리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 소행성대라고 하면 바윗덩어리들이 무슨 지뢰밭처럼 우주를 가득 채우며 떠다니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소행성이 많이 모여 있는 소행성대라고 하더라도 그렇게까지 빽빽이 붙어 있는 건 아니다. 가깝게 접근해 있다고 해도 대개 소행성 사이의 거리는 ㎞ 단위로 따져야 하는 게 보통이다.
그렇지만 소행성은 여전히 그럴듯한 SF 소재가 될 수 있다. 워낙 소행성 숫자가 많으니 간혹 그중에 떠다니던 위치가 틀어져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어쩌다 우연히 특이한 소행성이 지구 근처까지 날아오게 됐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혹시 그렇게 길을 잘못 들어선 소행성이 지구에 부딪힐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일은 실제로 간혹 일어난다. 큰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유명한 사례로는 6600만 년 전 몇백 ㎞ 되는 크기의 제법 큰 소행성이 지금의 미국과 멕시코 사이 지역에 떨어졌던 사건이 있다. 바로 그 때문에 큰 재난이 발생해 대부분의 공룡이 멸종했다는 게 현재 과학자들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공룡 멸망의 이유다.
이런 이야기는 SF 작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다. 소행성이 충돌해 지구가 멸망한다는 보고가 들어와 전 세계가 난리가 난다거나 우주선을 소행성에 보내 핵폭탄으로 부순다는 내용의 SF는 그간 많이 나왔다.
그렇다 보니 현실적으로 소행성 충돌에 대처하기 위한 연구도 국내외에서 진행 중이다. SF 영화에는 소행성이 충돌해 지구가 멸망하는 이야기만 자주 나오지만, 사실 훨씬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사건은 지구를 멸망시킬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동네 하나 정도는 파괴할 수 있는 작은 크기의 소행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사건의 흔적은 세계 곳곳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우주에서 떨어진 물체 때문에 움푹 파인 구덩이 같은 자국이 생긴 지형을 보통 ‘크레이터’ 또는 ‘운석 충돌공’ 등으로 부른다. 가깝게는 경남 합천의 초계 분지가 좋은 예다.
합천의 초계 분지는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중앙은 낮고 평평한 모습을 하고 있다. 지름 7㎞ 정도인 공간으로, 대충 보면 산이 많은 한국에서는 그다지 찾아보기 어렵지 않은 흔한 땅 모양이다.
그렇지만 합천의 이 지역에서 몇 가지 독특한 점을 발견한 학자들이 있었다. 2020년대 들어 이곳은 비슷한 모양의 다른 지역들과 달리 하늘에서 소행성이 떨어지는 바람에 구덩이가 생겨 이런 모양이 됐다는 학설이 널리 인정받게 됐다.
동아시아에 이런 흔적은 드문 편이다. 한국, 중국, 일본을 통틀어 따져도 두 번째로 발견된 충돌 흔적이다.
아마도 지금으로부터 5만 년 전쯤 고층빌딩 크기의 돌덩어리가 하늘에서 추락해 충돌하는 바람에 지상의 산들이 박살 나 버리면서 지금과 같은 땅 모양이 생겼을 것이다. 5만 년 전이면 한반도에는 구석기 시대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 먼 옛날의 한국인은 갑자기 하늘에서 시작된 엄청난 재난 때문에 경남 서쪽 지역의 땅이 온통 뒤흔들리는 장면을 목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행성대에는 왜 이렇게 소행성이 많이 있는 걸까? SF 작가들은 먼 옛날 그 위치에 화성 비슷한 행성이 하나 있었는데, 외계인들이 전쟁을 벌여 그 행성이 박살 나는 바람에 파편이 흩어져 소행성들이 됐다는 이야기를 꽤나 좋아했다.
실제로 학자들이 연구해 본 결과에 따르면 행성이 부서지는 바람에 소행성들로 쪼개진 것이라기보다는, 반대로 뭉치면 행성이 될 수 있었던 재료들이 충분히 못 뭉치고 그대로 남아 있는 바람에 흩어져 있는 게 소행성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싱겁고 재미없는 이야기가 된 것은 아니다. 소행성대의 소행성을 살펴보는 일은 먼 옛날 지구 같은 행성이 탄생하던 시기에 그 원재료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아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는 지구가 어떤 성분으로 돼 있고 지구의 땅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정확히 알기 위해선 멀리 수천만 ㎞ 거리의 우주 한복판에 있는 날아다니는 바위들을 같이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소행성 연구는 많은 나라에서 탐내는 주제다.
예를 들어 오는 2029년경 ‘아포피스’라고 하는 소행성 하나가 지구에 굉장히 가깝게 다가올 거라는 관찰 결과가 나오자 과학자들은 많은 관심을 가졌다. 소행성이 지구에 가깝게 다가온다니 충돌할까 봐 무서워한 게 아니다. 도리어 과학자들은 용감하게도 역발상으로 이참에 가까이서 소행성을 관찰해 보려 했다.
아포피스가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올 때는 정말 거리가 가까워져 한국에서 일기예보를 위해 사용하는 천리안 인공위성이 떠 있는 위치보다도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이 정도 거리에 다가가 탐사하는 우주선이라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개발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은 인공위성을 여러 번 만들어 보지 않았나? 2022년 국내 과학자들도 아포피스 탐사장비를 개발해 우주에 보내겠다는 구상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때의 구상은 예산 심사 대상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아마도 실제 아포피스 탐사는 일본·중국·미국 학자들의 손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
최근 해외에서는 아예 멀리 떨어진 소행성에 우주선을 보내고 소행성에서 금속 성분을 채굴해 지구에 들고 와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회사도 등장하고 있다. 소행성 중에는 가끔 지구에서 비싼 값에 팔리는 성분이 포함된 것이 제법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16프시케라는 소행성에는 금, 백금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국내 언론에선 이곳을 노다지 소행성이라고 소개하는 기사를 낸 적도 있었다.
냉정하게 보면 노다지 소행성에서 금을 캐 온다는 것은 꽤나 먼 미래가 돼서야 현실이 될 일일 것이다. 하지만 소행성 연구로 좋은 성과를 내 보자는 생각 자체에는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합천이야말로 소행성 때문에 대대로 큰 이득을 본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옛 한국인들은 소행성이 떨어진 곳이라고 해서 그저 두려워하기만 한 게 아니라 결국 평지로 변한 그 땅을 개척해 수천 년 동안 그 자리에서 논밭을 일구고 농사를 짓고 살았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소행성이 지구 멸망의 원인이지만, 한국에선 소행성이 산골짜기였을 땅을 평평한 논밭으로 변하게 해 줘 그 덕택에 긴 세월 많은 사람을 먹고살게 해 줬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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