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군수사 종합보급창, 유인 자율주행 트럭 시범 운행 동승해보니
운전석·조수석 사이에 PC 달려 있어
안전 최우선 ‘비상 멈춤’ 버튼 맨 위에
방향지시등 켜면 자동으로 차선 변경
급제동 상황서도 차간거리 유지해
8월부터 군무주무관 4명 교대 운행
기능 보완 개선안 제조사에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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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와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폰부터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3D 프린터까지….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들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완전하지 않은 단계인데도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우리 군도 마찬가지. 무게가 많이 나가는 다양한 군수품을 곳곳에 보급해야 하는데, 자율주행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현재 육군군수사령부 종합보급창은 이에 따라 유인 자율주행 트럭을 시범 운행하고 있다. 지난 14일 미래 우리 군의 군수혁신에 이바지할 유인 자율주행 트럭 운행에 동승해 봤다. 배지열 기자/사진=부대 제공
“삐삐삑~!”
우렁찬 경고음 소리와 함께 지게차가 분주하게 오가는 이곳은 육군종합보급창 1보급단 물류창고. 웬만한 성인 남성 키 높이만큼 쌓인 다양한 군수품이 팰릿 위에 놓여 있다. 비닐로 겹겹이 포장된 커다란 박스가 창고 곳곳에 쌓여 있어 절로 움츠러들게 되는 분위기였다. 이때 적재함 옆면이 위로 들어 올려지는 윙보디 트럭 한 대가 창고 옆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이 8.5톤 트럭은 보급창에서 지난달부터 운용 중인 자율주행 트럭이다. 현재 군무주무관 4명이 교대로 운행하면서 주행감각을 익히고 있다. 이들은 시스템의 기본적인 기능을 배우고 보완해야 할 점을 파악한 뒤 개선안을 모아 제조사에 전달한다. 강연석 종합보급창 대형·특수운전담당 군무주무관은 “사전 교육을 받은 이후 직접 운행하면서 조금씩 적응해 가고 있다”며 “기존 트럭과 운용법이 크게 다르지 않아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눈으로 보기엔 큰 차이점을 느끼기 어려웠다. 일반적인 트럭의 모습에 운전석과 조수석 손잡이 쪽과 전면에 설치된 카메라가 눈에 띄는 정도. 카메라는 차량 전후좌우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한 용도다.
강 주무관의 안내를 받으며 차량 내부도 들여다봤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커다란 PC 본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행여나 본체가 뜨거워지지 않았을까 가까이 손을 대봤지만, 다행히 내장된 선풍기 팬 등이 열을 식히고 있었다. 운전자는 탑승 후 차례로 필요한 버튼을 눌러 기능을 활성화한다. 특히 빨간색으로 ‘Emergency Stop(비상 멈춤)’이라고 쓰인 버튼이 가장 위에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기자는 이날 보급창의 협조 아래 자율주행 트럭이 주행하는 코스에 함께 탈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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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손을 한 번 떼 보겠습니다.”
부대를 벗어난 차량이 충북 남청주IC로 진입해 고속도로 본선에 들어서자 강 주무관이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이내 두 손을 핸들에서 내렸고, 두 발도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에서 떼어 편하게 쉬었다.
이내 운전석 앞쪽에 장착된 스마트폰 형태의 뷰어에 차선이 초록색으로 표시된 화면이 나타났다. 초록색 차선 사이에는 회색 선이 길게 이어져 차량이 주행할 길을 보여 줬다. 차량은 아무런 조작 없이도 양쪽 차선을 사이에 두고 안정적으로 이동했다.
최전방부터 후방까지 전국 곳곳에 부대가 있는 만큼 군수품 보급을 맡은 이의 임무 수행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체력적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는 일. 하지만 자율주행 트럭이 도입되면 운전자의 체력적·정신적 업무 부담을 덜어 원활한 작전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강 주무관도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한 번 운행하면 기본 40㎞ 이상, 약 3시간 넘게 운전석에 앉아 있어야 한다”며 “자율주행 트럭을 운행한 이후에는 손이 편해져 간단하게 스트레칭하면서 피로를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트럭은 방향지시등을 켜면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기능도 갖췄다. 또 급제동하는 상황에도 차간거리를 유지하도록 해 안전을 확보했다.
가장자리에 있는 화물차 전용차로인 3차로로 달려야 하는 만큼 예상하지 못한 상황도 많다. 다른 차량이 차선을 변경하면서 앞으로 끼어들거나 때에 따라 선행 차량을 추월해야 할 때도 있다. 그래서 사전에 입력되지 않은 돌발상황이 있는 구간을 지날 때는 운전자가 잠시 개입해야 했다. ‘공사 중’ 팻말이 설치된 구간이 나타나자 강 주무관은 핸들을 잡고 방향을 살짝 바꿨다. “이런 상황에서는 반드시 제가 조작해야 합니다. 아직은 시스템이나 인공지능(AI)이 바로 판단하고 조작할 수 없으니까요.”
화물 무게 때문인지 좌우로 조금씩 흔들렸지만, 트럭은 큰 문제 없이 목표지점인 죽암휴게소에 도착했다. 거듭된 운행으로 화물 유무에 따라 중량에 반응하는 데이터도 시스템에 쌓이고 있다. 보급창은 추후 해당 자료를 업데이트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 다음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활용하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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