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 가이드 - KAIST 나와서 고기 파는 남자, 정육각
신선육 개념 처음 도입한 축산 스타트업
돼지고기 도축 3~5일 이내 소비 ‘최적’
생산자 중심 시장 구조 바꿔 시간 절약
정확·합리적인 결제시스템 자체 개발
달걀·우유·수산물까지 라인업 늘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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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선회나 채소, 과일 등의 제품을 구매할 때 신선도를 많이 따진다. 가공식품이나 우유 같은 제품을 살 때도 유통기간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 특히 우유를 구입할 때는 가급적 유통기간이 긴 제품을 사기 위해 진열장 제일 안쪽에 있는 것을 빼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구매할 때는 유통과정이나 유통기간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구매하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일까, 아니면 오랜 기간 이런 구매 습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까?
당신이 만약 육류의 신선도·맛·유통과정 등에 관심이 있다면 이 업체를 주목하기 바란다. 축산업 스타트업 정육각은 2016년에 설립된 회사로, 업계 최초로 신선육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정육각은 보기 드문 축산업 스타트업으로 D2C(Driect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 간의 직거래) 모델을 기반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했다.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란 용어와 축산업이란 단어의 조합이 다소 어색할 수 있지만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육류의 제조·유통·판매를 수직 계열화해 복잡하고 긴 유통과정을 혁신적으로 줄인 덕에 대형 유통업체가 따라 할 수 없는 재고가 없는 유통업체가 됐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액은 1167억 원이며 직원 수는 140여 명 수준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돼지의 경우 도축 후 3~5일 이내에 소비하는 게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생산자 중심의 축산시장 구조 때문에 소비자는 맛있는 돼지고기를 맛보기 어렵다. 정육각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온디맨드(On-demand) 생산 판매를 통해 재고관리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폐기율을 제로에 가깝게 가져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실시간으로 도축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공장 하향식 생산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주문 마감시간을 맞출 수 있다.
정육각의 김재연 대표는 KAIST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미국 국무부 전액 장학생으로 미국 유학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유학을 가기 몇 개월 전 재미 삼아 친구들과 작은 정육점을 열어 신선한 돼지를 떼다 바로 팔았다. 이 사업이 큰 인기를 끌면서 결국 유학을 포기하고 본격적인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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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각의 핵심 경쟁력은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바로 정보기술력이다. 도축 이후 3~5일 만에 신선한 육류를 먹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정육각이 단순한 유통업체가 아니라 고도의 정보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KAIST 출신의 김재연 대표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공급망관리(SCM), 생산관리시스템(MES), 디지털피킹시스템(DPS) 등을 직접 개발해 축산 유통과정에 도입했다. 이런 기술이 있기에 기존 유통과정에서 불가능했던 신선육을 우리가 맛볼 수 있게 됐다. 이제 우리는 정육각 앱을 실행만 하면 굳이 농장에 가지 않아도 갓 잡은 신선한 고기를 먹을 수 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주문하면 7시간 안에 집 앞까지 ‘총알’ 배송된다는 것이다.
정육각의 축산물 유통혁신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이 있는데, 정육각 공장에선 AI가 작업 지시를 내린다. 전국 각지에서 들어오는 주문을 취합, 주문량과 배송지역 등까지 고려해 소비자에게 가장 빨리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찾는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문을 예측해 고기를 미리 썰어 놓거나 포장해 놓지도 한다. 도축 후 식탁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해 초신선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육각에서 자체 개발한 ‘신선페이’라는 기능이다. 신선페이는 주문 시 바로 결제를 진행하지 않고, 생산을 완료하고 해당 상품의 정확한 무게에 맞는 금액을 확정한 후 결제하는 정육각만의 결제시스템이다. 기존에 마트에서 고기를 살 때 저울에 무게를 재고 결제하는 방식을 온라인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신선식품은 기본적으로 정량 생산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커머스 정육점은 기준 무게보다 조금 더 담는 대신 그 오차만큼을 가격에 녹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상품 가격이 상승할 뿐만 아니라 주문마다 같은 돈을 지불하지만 다른 무게의 상품을 수령하는 형평성 문제도 생긴다. 정육각은 이를 해결하고자 생산과 결제가 연계된 신선페이를 만들었다. 가장 정확하고 합리적인 결제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정육각 역시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처럼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많이 늘었다. 사업 초반에는 대부분의 고객이 IT나 이커머스에 익숙한 30~40대였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50~60대까지 확대돼 50~60대 고객에게서 나오는 매출만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생필품이나 옷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나 육류를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게 어색하고 낯설었던 어르신들, 그동안 고기를 눈으로 직접 보고 사야만 안심이 되던 사람들조차 코로나19 여파로 정육각의 고객이 돼 가고 있다.
정육각은 신선육에서 시작해 상품 라인업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달걀·우유·밀키트까지 확대했고 2021년 4월에는 ‘초신선 활전복’을 선보이며 수산물시장에도 진출했다.
향후엔 신선식품 품목을 지속적으로 늘려 가면서 소비자들의 좋은 식자재에 대한 페인포인트(불편사항)를 해결하고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정육각은 현재 폐쇄적인 온라인쇼핑몰이지만 향후에는 식자재를 직거래하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생산자들이 IT 지식 없이도 플랫폼을 통해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계획이다. 최근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완료하고 밀키트시장과 수산 분야로 라인업을 계속 확대하고 있는데 공급자 중심의 낙후된 유통과정을 혁신해 나가는 그들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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