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태극기 휘날리며” 도로·야지·하천… 무적군단, 반격이 시작된다

입력 2023. 08. 28   17:08
업데이트 2023. 08. 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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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7군단 UFS/TIGER 동행 취재 - ① 육군11기동사단 궤도장비 대규모 기동+7포병여단 K9 자주포 사격 훈련

K2 전차, K21·K200 장갑차
세계 최강 화력 보유
홍천~춘천~가평 90㎞ 기동

적 공세 막아낸 육군7군단
역공 가하는 시나리오 돌입

7포병여단 K9 자주포 사격 훈련
측·후방 화력 책임
목표 초토화…최전선 돌파 성공

육군11기동사단 장병들이 28일 을지 자유의 방패(UFS)/타이거(TIGER)의 하나로 열린 궤도장비 대규모 기동훈련 중 휘날리는 태극기와 함께 목표 지점으로 향하고 있다.
육군11기동사단 장병들이 28일 을지 자유의 방패(UFS)/타이거(TIGER)의 하나로 열린 궤도장비 대규모 기동훈련 중 휘날리는 태극기와 함께 목표 지점으로 향하고 있다.


연습은 곧 실전이다. 우리 군 훈련에서 실전적이지 않은 것이 없지만 ‘2023년 을지 자유의 방패(UFS)/타이거(TIGER)’에 돌입한 육군7군단의 각오는 남다르다. 군단은 이번 UFS/TIGER에서 실제 전쟁이 발발할 경우를 상정하고, 군단 임무에 맞는 시나리오를 설정·구현하는 실기동훈련(FTX)을 진행 중이다. 특히 28일부터는 적 공세를 막아낸 뒤 반격하는 총력전의 포문을 열었다. 국방일보는 오는 31일까지 대대적으로 펼쳐지는 7군단의 ‘북진(北進)’에 동행해 전시 종군기자처럼 생생한 현장을 보도한다. 글=맹수열/사진=조종원 기자


7군단은 UFS/TIGER 1주 차인 지난주 밀려오는 적의 공세를 효율적으로 분쇄하는 방어작전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군단의 정체성인 북진 뿐. 세계 최강의 지상 화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 군단은 28일 본격적인 전진에 나섰다.

이날 기자는 대규모 기동훈련을 실시한 11기동사단에 합류했다. 사단은 우리 군이 자랑하는 K2 전차를 비롯해 K21 보병전투차량, K200 계열 장갑차, K9 자주포 등 막강한 궤도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전시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사단 특성에 맞춰 우리 군의 최정예 장비를 가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사단은 군단의 역공 명령에 맞춰 이틀간의 강행군에 돌입했다.

본격적인 진격에 앞서 이뤄진 것은 K2 전차의 공격준비 사격. 어디 있을지 모를 적의 매복이나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사선을 점령한 11사단 사자여단 천마대대는 아군 궤도장비의 원활한 공세기동을 위해 아침부터 120㎜ 전차포탄을 쏟아부었다.

K2 전차 승무원들이 집결지에서 포탄을 적재하고 있다.
K2 전차 승무원들이 집결지에서 포탄을 적재하고 있다.



40여 차례의 포성이 가신 뒤 기동 여건이 확보되자 진격 명령이 떨어졌다. 투호여단 궤도장비 100여 대는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을 뚫고 도로에 진입했다.

강원도 홍천군에서 출발한 여단의 1차 목적지는 춘천시. K2 전차를 위시한 기갑·포병전력은 이날 40㎞에 달하는 거리를 내달렸다.

“보통 기동훈련은 국민의 생활여건을 고려해 훈련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훈련은 기존 훈련지역이 아닌 임의지역을 설정해 장거리를 기동함으로써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동 중 일어날 수 있는 위협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도 배양할 예정이죠. 실제 전장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장애요소를 해결하며 목표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북진을 위한 기본기가 키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안내를 맡은 사단 공보장교 정석호 대위의 말이다.

전장 장애요소를 극복한다는 정 대위의 설명처럼 사단은 도로는 물론 야지기동까지 대비한 상태였다. 미지의 지역이나 다름없는 적진을 횡으로 가로지르는 일은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궤도장비 중심인 기동사단에는 대전차지뢰 등 반장갑 장애물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수시로 변하는 하천 환경과 어디 있을지 모를 구조물도 고려해야 한다.

사격을 앞두고 포탄 적재 상태를 점검하는 K2 전차 승무원.
사격을 앞두고 포탄 적재 상태를 점검하는 K2 전차 승무원.

 

K2 전차 위에서 전투식량을 먹고 있는 장병들.
K2 전차 위에서 전투식량을 먹고 있는 장병들.



안전과 지역 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도 중요하다. 사단은 전차 후미에 훈련 안내 팻말과 LED 안내판을 부착해 민간 차량의 양해를 구했다. 또 곳곳에 안전통제원을 배치해 원활한 교통을 돕는 한편 주요 교차로·회차로에 도로 파손 방지 매트를 설치했다. 지역 주민들을 찾아가 협조를 구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런 노력의 결과 궤도장비들은 막힘 없이 도로 위를 달릴 수 있었다. 눈길을 끈 것은 각 궤도장비 상단에서 나부끼는 태극기. 현장에서 만난 장병들은 “태극기를 달고 훈련을 하니 애국심과 자긍심이 솟아오른다”고 입을 모았다.

한참을 내달리던 궤도장비들은 1차 집결지인 매봉산훈련장에 멈췄다. 시나리오 상으로는 적진 초입을 돌파한 상황. 안전한 장소를 점령한 뒤 잠시 정비를 하고 다시 기동을 하겠다는 목적이었다.

장병들은 잠시 숨을 돌린 뒤 장비 정비와 포탄 재적재 등 필요한 작업을 하느라 분주했다. K2 전차용 120㎜ 포탄을 실은 차량이 다가오자 장병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공격준비 사격에서 포탄을 발사하는 K2 전차. 부대 제공
공격준비 사격에서 포탄을 발사하는 K2 전차. 부대 제공



20㎏이 넘는 포탄을 가볍게 나르는 장병들에게서 이들이 평소 수행했을 훈련 강도를 느낄 수 있었다. 자그마한 체구의 여군도 힘든 기색 없이 포탄을 전차로 실어 날랐다. 전우들의 사기를 위해 환한 미소를 짓던 정유진 중사(진)는 “훈련을 거듭하다보니 이제 익숙해졌다”며 “밝고 즐겁게 훈련하면 아무리 힘든 훈련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비를 마친 장병들은 궤도장비 위에서 전투식량으로 한 끼를 해결하고 진격을 준비했다. 조금 전의 웃음은 사라진 지 오래. 궤도장비 특유의 엔진 소리가 훈련장을 가득 메웠고, 이들은 다시 기동로로 향했다.

사단은 이날 1차 집결지인 춘천시에 도착한 뒤 다음날 경기도 가평군까지 50㎞를 기동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군단의 작전계획에 맞춰 전차 사격 등 실전적인 훈련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권혁동(소장) 사단장은 “앞으로도 사단은 훈련 또 훈련하며 한반도 어디서든 싸워 이기는 ‘공세기질의 최정예 기동사단’을 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군단의 후방 화력을 책임지는 7포병여단은 같은 날 경기도 포천시 일대 훈련장에서 K9 자주포 사격을 하며 전투의지를 다졌다.

여단은 유사시 장거리 기동은 물론 측·후방 사격 능력을 갖춰야 하는 기동군단 화력 전투부대 특성에 맞춰 야지 전개와 진지 점령, 통합 사격 등으로 훈련을 구성했다. 전개를 완료한 K9A1 자주포는 적지종심작전팀과 무인항공기(UAV), 표적탐지레이다 등이 식별한 목표를 향해 포탄을 발사해 초토화시켰다.

군단은 궤도장비 대규모 기동과 전차·자주포 사격으로 역습의 서막을 알렸다. 앞으로 공중강습, 복합 장애물 개척, 제병협동 도하 훈련 등 최전선을 돌파하는 기동군단으로서 갖춰야 할 모든 능력을 검증할 예정이다. 우리 군의 북진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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