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국회 뜬 드론 한방에 제압…긴밀한 협조체계 빛났다

입력 2023. 08. 22   17:29
업데이트 2023. 08. 2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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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52보병사단, 민·관·군·경·소방 ‘2023년 국회 테러 대응 종합훈련’

유관기관 관계자 300여 명 참가
테러범 진압·인질 구출작전 시연

미상·자폭 드론 발견·공격 대비
재밍건 등 안티드론 체계 집중 점검
폭발물 처리·화재 진압 훈련도 병행

육군52보병사단 영등포구대대 장병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 진행된 테러 대응 종합훈련에서 주변을 정찰·경계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육군52보병사단 영등포구대대 장병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에서 진행된 테러 대응 종합훈련에서 주변을 정찰·경계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탕탕탕!”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일대에 난데없는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국회기(旗) 게양대와 잔디광장에서는 ‘펑’ 소리와 함께 매캐한 연기가 치솟았다. 검은색 승용차에서 내린 테러범들은 국회 본관 회의장에 침입해 총기를 난사하고 인질극을 벌였다. 실제 상황이 아닌 ‘을지 자유의 방패(UFS)/타이거(TIGER)’의 하나로 마련된 ‘2023년 국회 테러 대응 종합훈련’의 한 장면이다. 육군52보병사단을 포함한 11개 유관기관은 △미상 드론 발견·조치 △인질 테러 및 자폭드론 공격 대응 △화재 진압상황을 상정하고 민·관·군·경·소방의 통합방위체계를 점검했다. 글=조수연/사진=한재호 기자

김진표 국회의장 주관으로 열린 훈련에는 52사단과 1군수지원사령부 예하 50탄약대대, 국회, 서울시, 영등포구, 서울경찰청(본부·특공대·국회경비대·항공대), 영등포경찰서, 영등포소방서 등 11개 기관 관계자 300여 명이 참가했다.

훈련이 시작되자 미상의 드론 한 대가 국회 본관 앞에 날아들었다. 10분 전 국회를 겨냥한 드론 테러가 있을 것이라는 첩보가 접수된 상태였다.

재밍건으로 미상 드론의 조종신호를 교란하는 국회 경호기획관실 요원.
재밍건으로 미상 드론의 조종신호를 교란하는 국회 경호기획관실 요원.


창이 있다면 방패도 있는 법. 훈련에서는 드론을 무력화하는 ‘재밍건’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회 경호기획관실은 소총 모양의 재밍건으로 드론을 제압했다. 허공에 떠 있는 드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자 전파가 교란된 드론은 제자리비행을 하더니 툭 떨어졌다.

국회경비대와 52사단 장병으로 구성된 합동심문조는 인근에서 드론 조종수를 긴급 체포해 합동심문을 벌였다. 서울경찰특공대원들은 급속 헬기 로프로 하강한 뒤 국회 본관 일대를 정찰했다. 민·관·군·경·소방의 신속하고 입체적인 대응으로 상황은 불법 드론 탐지 10분 만에 종료됐다.

훈련은 숨 돌릴 새 없이 계속됐다. 검은색 차량이 국회 출입문 차단기를 뚫고 본관으로 돌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회종합상황실의 지원 요청을 받은 국회경비대와 52사단 저격수·초동조치조가 먼저 차단선을 설치하고 경계를 강화했다.

테러범을 제압하기 위해 출입문을 폭파하는 서울경찰특공대원들.
테러범을 제압하기 위해 출입문을 폭파하는 서울경찰특공대원들.


경찰특공대는 국회 본관을 향해 질주하는 차량을 테러 진압차량으로 막아섰다. 경찰견이 도주하려는 테러범을 덮치고, 경찰특공대가 차량 운전자를 제압했다.

무기를 소지한 테러범 3명이 회의실에서 인질을 총기로 위협하고 있다는 상황이 보고됐다. 경찰특공대는 회의실 출입문을 폭파한 뒤 내부로 진입했다. 격전 끝에 테러범들은 모두 제압됐고, 인질로 잡혀 있던 직원들은 안전하게 구조돼 장병들의 엄호를 받으며 보건소·소방서 구급차로 긴급 후송됐다.

테러 진압작전과 환자 후송으로 혼란한 사이 테러범들이 자폭용 드론 공격을 시도했다. 목표는 회의장 밖으로 나온 주요 인사들. 경찰특공대는 재밍건으로 드론의 조종신호를 교란하면서 샷건으로 격추했다.

이어 특수보호의를 착용한 52사단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50탄약대대 폭발물처리반(EOD)이 추가 폭발 위험을 확인했다.

52사단 화생방신속대응팀과 1군수지원사령부 50탄약대대 폭발물처리반 장병들이 경찰특공대와 함께 폭발물 의심 물체를 수색하고 있다.
52사단 화생방신속대응팀과 1군수지원사령부 50탄약대대 폭발물처리반 장병들이 경찰특공대와 함께 폭발물 의심 물체를 수색하고 있다.


자폭드론의 폭발로 소나무 숲에 화재가 발생했다. 지원 요청을 받은 영등포소방서 대원들이 진압에 합류하면서 화마(火魔)는 진압됐다. 군 정찰드론이 주위를 정찰하는 것으로 훈련은 마무리됐다.

52사단 영등포구대대 신은총(대위) 중대장은 “부대 작전지역인 국회에서 민·관·군·경·소방이 함께 테러에 대응하며 통합방위작전의 이해도를 높였다”며 “실전적인 대규모 훈련을 경험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국회라는 상징적인 공간에서 강도 높게 전개된 훈련. 참관자들은 실제 같은 상황에 숨을 죽이고 훈련에 집중했다. 연막탄이 터질 때마다 어깨를 들썩이며 놀랐고, 테러범과 내부 교전이 벌어졌을 땐 이곳저곳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안티드론’ 체계였다. 드론의 군사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훈련에도 본격 등장하게 된 것. 불법 드론은 전 세계적으로도 골칫거리다. 영국 개트윅 공항 활주로 침입, 베네수엘라 폭발물 드론 등이 대표적이다.

훈련 참가자들은 적의 드론 테러 가능성이 날로 증가하는 상황에 맞춰 드론을 무력화하는 안티드론 체계도 점검했다. 참관자들도 안보 분야에 깊숙이 파고든 드론의 위력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전종상(중령) 영등포구대대장은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체계의 중요성을 상기하고,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도 ‘수도 서울 절대사수’를 위해 통합방위태세를 굳건히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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