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작가와의 만남

[작가와의 만남] 정연주 아나운서

입력 2023. 08. 09   16:52
업데이트 2023. 08. 09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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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실수란 없습니다 
말이란 결국, 그 사람이기 때문이죠

아나운서가 쓴 ‘말하기의 모든 것’…발표 전 호흡·모음체조 등 강조
육군상병 아들 둔 군인 가족…“장병 자기 목소리와 친해져라” 조언

말을 잘한다는 것 / 정연주 지음 / 세종서적 펴냄
말을 잘한다는 것 / 정연주 지음 / 세종서적 펴냄


SNS를 통한 의사소통이 보편화되면서 점점 말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문해력의 부재’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기도 하다. 과연 이제는 ‘말하기’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된 걸까? ‘문해력 부족’은 젊은이들만의 문제일까? 『말을 잘한다는 것』은 30년 가까이 말하기를 직업으로 삼고 살아온 정연주 TBS 아나운서가 쓴 ‘말하기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아나운서로 오랜 세월 지내면서 마음으로 터득하게 된 것들이 있는데, 그걸 좀 정리할 시기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에세이류의 글이나 말하기 스킬만이 아닌 청취자나 시청자들을 통해 채찍질 당하면서 배우고 익힌 것들을 총체적으로 담아내고 싶었어요.”

‘말을 잘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스스로 한 번도 말을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정 아나운서. 어쩌면 그래서 더, 누구보다 열심히 ‘말하기’에 관해 고민하고 탐구하고 수정하고 보완해 오지 않았을까.

“말을 매개로 나를 살피고 내가 사는 이 세상도 살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행히 독자들도 그런 의도를 느끼신 거 같더라고요. 심리상담을 하는 분은 이 책을 굉장한 심리학 책으로 보셨고요. 사회비판서로 읽었다는 분도 계셨어요.”

말 한마디로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기는 사람과 따뜻한 울림·감동을 전하는 사람은 사용하는 어휘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문구는 ‘말실수란 없다’였다.

“정말 말실수 때문에 문제가 커지는 걸까요? 엄밀히 따지면 ‘말실수’란 존재하지 않아요. 말이란 결국, 우리가 가진 생각과 태도가 입을 통해 소리로 새어 나오는 것일 뿐이거든요. 좀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그저 말실수였으니 한 번만 봐달라’는 말은 하지도 듣지도 말아야 합니다. 말에 담긴 뜻과 그 말을 한 사람에게 훨씬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비판하고 반성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정확한 정보나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도 명확히 알아야 해요. 나의 말부터 비판적인 자세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의 말이 가진 오류와 폭력성을 제대로 짚어 낼 힘이 생깁니다.”

과연 오랜 세월 ‘말’의 무게를 체감하며 살아온 사람다웠다. 그는 특히 공적인 말하기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감각 있게 말해 늘 호감을 사는 사람, 오해나 감정 낭비 없이 일을 착착 진행시키는 사람, 소리 높이지 않고도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는 사람. 조직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은 결국 말을 잘하는 사람이에요. 그런데 대부분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기를 두려워해요. 긴장되고 초조하고 그러다 보면 말을 더듬고, 말이 빨라지고, 심지어 숨도 잘 안 쉬어지고…. 이런 문제는 연습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말하기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어휘는 하루아침에 습득(‘국어사전에서 낯선 단어 찾아보기’를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되는 게 아니지만 내일 당장 발표나 면접을 앞두고 있다면 호흡과 모음체조 두 가지만 알고 있어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전했다.

“4초 동안 들이마셨다가 4초에 걸쳐 내뱉는 거예요. 굉장히 천천히 호흡하는 거죠. 이걸 하게 되면 횡격막이 내려가면서 부교감신경을 자극한대요. 그러면서 긴장감이 완화되지요. 20분 후부터 효과가 나타나니까 발표 직전 집중적으로 해 보시면 좋겠어요. 모음체조는 ‘아, 야, 어, 여, 오, 요, 우, 유, 으, 이’ 10개를 크고 또렷하게 발음하는 거예요. 그러면 발음만 좋아지는 게 아니라 경직된 얼굴 근육까지 풀어 주는 효과가 있어요.”

정 아나운서는 육군상병 아들을 둔 군인 가족이기도 하다. 아들 또래의 젊은이들에게 특별히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대체로 (남과 비교하면서) 자기 목소리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위축돼 있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잘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할 때 음성 자체에 귀를 기울이는 건 잠깐이에요. 결국 기억에 남는 건 그 사람이 전달한 이야기잖아요. 우선 내 목소리와 스스로 친해져야 해요. 가장 좋은 방법은 소리를 내서 자꾸 읽어 보는 것입니다.” 박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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