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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개 넘는 위성…유로파, 생명체 존재 가능성 높아

입력 2023. 08. 08   16:47
업데이트 2023. 08. 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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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통신 - 목성 외계인을 만날 꽃게 로봇 

비교적 춥지 않고 넓고 깊은 바다
얼음 상태 겉면 방사선 노출 막아
이오 위성에선 화산 관찰 되기도

커다란 목성에는 90개가 넘는 여러 위성이 딸려 있다. 이 중 유로파에는 비교적 춥지 않은 아주 넓고 깊은 바다가 출렁거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커다란 목성에는 90개가 넘는 여러 위성이 딸려 있다. 이 중 유로파에는 비교적 춥지 않은 아주 넓고 깊은 바다가 출렁거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수중로봇 크랩스터6000. 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중로봇 크랩스터6000. 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진은 2016년 연말 당시 최신 장비로 개발한 크랩스터6000이라는 로봇을 바다에서 실험해 보기로 했다. 크랩스터6000은 사람 덩치만 한 로봇인데 양쪽에 셋씩 다리가 달려 있어서 마치 꽃게처럼 기어 다니며 움직일 수 있다. 게다가 이 로봇은 바닷속 6000m까지 잠수하는 기능이 있다. 연구진은 이 로봇이 바퀴로 굴러다니는 것이 아니라 꽃게 같은 다리로 기어 다니기 때문에 걸어 다닐 때 흙먼지를 일으키지 않고, 그래서 주변을 카메라로 관찰하기 좋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세찬 물살에 강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실험은 깔끔하게 성공했다. 그런데 재미나게도, 마침 연구진 중 한 명이었던 전봉환 실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멀리 보자면 크랩스터6000의 기술을 목성 지역 탐사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행성인 목성은 어떤 모습일까? 지구에서 목성을 보면 행성에 줄무늬 모양이 있고 한편에는 흔히 대적반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붉은 동그라미 모양이 보인다. 이런 모양은 목성의 주성분이 기체 성분이기 때문에 생겨난다. 연기들이 휘감아 돌면서 안개처럼 되기도 하고 구름처럼 되기도 하면서 무늬를 만들어낸다. 거대한 붉은 동그라미 모양은 소용돌이치는 폭풍이다. 그 크기는 몇만㎞ 수준이라 폭풍 하나가 지구보다도 더 클 정도다. 그리고 그렇게나 큰 폭풍이 한 번 생겨난 후 족히 수백 년 동안 사라지지도 않고 지금까지도 휘몰아치는 중이다.

만약 누구인가 목성의 연기구름 속으로 파고 들어가 본다면 점점 그 연기가 짙어질 것이고 그래서 안개에 쌓인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그 많은 연기들이 짓누르는 압력도 점점 더 높아진다. 지구에서도 깊은 바닷속에 들어 가면 압력 때문에 잠수함도 견디지 못하고 찌그러지는데 목성은 워낙 크고 넓은 행성이기 때문에 목성으로 깊이 들어가면 연기의 압력 만으로도 어지간한 사람이 만든 기계는 모두 박살날 정도의 힘을 받게 된다.

그리고 계속 내려가다 보면, 언제인가는 캄캄한 목성의 구름 속에서 거대한 바다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 바다는 물로 이루어진 바다는 아니다. 목성을 이루고 있는 기체 성분들이 도저히 압력을 견디지 못해서 짓눌려 오그라드는 바람에 액체로 변하기 때문에 생긴 바다다. 그렇기 때문에 목성 바다의 주성분은 수소일 것이다. 지구에서는 가장 가벼운 기체라서 조금 새어 나오기만 하면 하늘 높이 올라가 흩어져 버리는 물질이 목성의 깊은 곳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넓은 바다를 이루고 가득 차 있다.

만약 그 목성의 바닷속으로 잠수해서 더 깊이 들어가 본다면 그때는 무엇이 나올까? 과학자들의 예상으로는 다시 한참 더 들어간 목성의 더 깊은 곳에는 액체 성분들이 더욱 강하게 짓눌려 마치 쇳덩어리처럼 변해 있는 지역이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지구에서라면 연기였을 성분이 목성에서는 눌리고 또 눌려서 마치 금속 비슷하게 변해 있다는 이야기다. 완전히 딱딱한 금속이라기보다는 흐물흐물한 덩어리일 것으로 예상된다는데, 그렇게 전기가 통하는 금속 비슷한 성분이 목성의 바닷속에서 휘휘 돌 듯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런 금속 덩어리의 움직임 때문에 목성은 거대한 전기 장치가 돌아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서 우주의 온갖 전기를 띈 물질들과 반응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그것이 목성에서 강력한 방사선이 관찰되는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 방사선은 너무나 세기 때문에 사람에게 해로운 것은 물론이고, 목성에 보낸 우주 탐사선들이 목성에 다가가 너무 오래 있을 경우 기계가 버티지 못해 고장 날 정도다.

이런 곳에서는 크랩스터6000 로봇이 아니라 그 보다 훨씬 더 튼튼한 장비도 견디지 못한다. 따라서 목성 쪽으로 탐사 장비를 보낸다고 한다면, 목성 그 자체에 보낸다기보다도 목성 주위의 우주를 돌고 있는 목성의 위성을 향해 보내는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구 주위를 달이 돌고 있는 것처럼 목성 주변에도 그 주위를 도는 것들이 있다. 지구에는 달이 하나뿐이지만, 커다란 목성에는 90개가 넘는 여러 위성이 딸려 있다. 목성의 위성 중에 큰 것은 지구의 달보다도 더 큰 것도 있다. 넓이로 따지면 지구의 어지간한 대륙 몇 개와 맞먹을 정도다.

목성의 위성을 살펴보면서 그 성분을 추정해 보면 얼음 성분 같아 보이는 물질이 보일 때가 있다. 목성 위치는 태양에서 멀기 때문에 춥기는 하지만 목성의 위성에 온천이나 화산이 폭발하는 지역이 있다면 그 근처는 열기 때문에 얼음이 녹아 연못이나 개천이 생길 것이다. 적당히 따뜻한 곳이라면 생명체가 살기 좋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오라는 목성의 위성에서는 예전부터 화산이 관찰되기도 했다.

게다가 이 위성들은 목성이라는 행성 주위를 돌고 있으니 목성이 중력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어 가며 꾸준히 받게 된다. 이런 힘을 밀물과 썰물을 일으킬 수 있는 힘이라는 뜻으로 조석력이라고 한다. 목성 정도 되는 큰 행성으로부터 강한 조석력을 받으면 위성들은 그 힘 때문에 이쪽저쪽으로 조금씩 우그러질 것이다. 그 때문에 더욱 강한 열이 생길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알맞게 벌어진다면 목성의 위성에는 온천 같은 지역이 상당히 많을지도 모른다.

학자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은 목성의 위성은 유로파라는 곳이다. 유로파에는 비교적 춥지 않은 아주 넓고 깊은 바다가 출렁거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마침 겉면은 얼음 상태로 두껍게 꽁꽁 얼어 있기 때문에 목성에서 나오는 강력한 방사선을 모두 막아 주는 방어 껍질이 돼 준다. 유로파의 빙판 밑에 바다가 있다면 그 크기는 지구의 바다보다도 더 클지도 모른다.

너무 춥지도 않고 물도 있으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만약 외계 생명체가 사는 곳을 발견한다면 화성 못지않게 목성의 유로파가 가능성이 높다고 짐작하기도 한다. 공상과학(SF) 작가들은 목성의 위성에 있는 깊숙한 바닷속에 해초, 해삼, 새우, 문어, 물고기 등을 닮은 외계 생명체들이 사는 상상을 그동안 여러 이야기로 꾸며 왔다.

크랩스터6000과 비슷한 로봇이 목성을 향해 간다면, 바로 유로파의 바닷속 같은 지역을 탐사하게 될 것이다. 목성은 몇 년 동안이나 쉬지 않고 우주선이 날아가야 도달할 수 있는 먼 행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보내 탐사해 본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는 그저 공상일 뿐이다.

하지만 무척 재미있는 공상이기는 하다. 이런 곳에 혹시라도 만에 하나 생물이 살고 있다면, 그 생물들은 항상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물속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수십 억년의 세월 동안 그 바깥에 하늘이나 우주가 있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유로파의 생물들은 자신들의 세상 바깥에 다른 여러 행성이 있다거나 드넓은 우주에 수많은 별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전히 공상일 뿐이지만, 그런 그들이 정말로 있어서 역사상 처음으로 얼음벽을 뚫고 사람이 만든 로봇이 등장해서 인사를 건넨다면, 목성·유로파의 그들은 과연 어떤 느낌을 받을까?

필자 곽재식은 다양한 SF 소설과 과학 교양서를 쓴 작가이자 숭실사이버대 교수다.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꾸준히 활동 중이다.
필자 곽재식은 다양한 SF 소설과 과학 교양서를 쓴 작가이자 숭실사이버대 교수다. SBS ‘김영철의 파워FM’ 등 대중매체에서도 꾸준히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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