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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태깡 대체 어디서 구해요”

입력 2023. 08. 07   16:23
업데이트 2023. 08. 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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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경제 이슈 - “먹태깡 대체 어디서 구해요”

“나도 먹어봤다” 입소문에 품절… 오픈마켓 1만 원 넘게 웃돈 거래되기도
증설의 저주 경계 섣부른 설비투자 힘들어…‘헝거 마케팅’ 지적 감수도



하루가 멀다 하고 신상품이 뜨고 지는 식품업계에서 오랜만에 대히트 상품이 나왔습니다. 농심이 지난 6월 26일 출시한 스낵 ‘먹태깡’입니다. 농심 측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신드롬급 인기인데요. 출시 일주일 만에 100만 봉이 팔리더니 한 달이 지나자 200만 봉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온라인 농심몰에서는 하루 200상자를 1인당 4봉지로 한정 판매 중인데요. 매일 오픈 직후 1분 안에 매진이 돼 웬만해서는 구매하기 쉽지 않죠. 편의점에서도 먹태깡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워낙 물량이 달리다 보니 일부 편의점에선 한때 발주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SNS 인증샷 욕구 폭발…웃돈거래 활발

수많은 신상 과자 가운데 유독 먹태깡의 인기가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먹태깡은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철, 맥주 안주에 딱 맞는 과자로 꼽힙니다. 애초에 먹태 자체가 맥주랑 잘 어울리는 대표적인 마른안주죠. 먹태 특유의 향과 더불어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이 차가운 맥주랑 극강 조합을 이룬다는 평입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맛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화라고 보고 있습니다. 먹태깡이 출시 초반부터 SNS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나도 먹어봤다”라고 인증하려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죠. 그러다 보니 물량이 조금씩 부족해졌고 차츰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으로 이미지가 굳어지자, 이것을 내 손안에 쥐고 자랑하고픈 소비자들의 욕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SNS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얼마 전 자신의 SNS 스레드에 먹태깡 인증샷을 올렸죠. 그가 사진과 함께 남긴 “먹어봐라” 한 마디에 소비자들은 “제발 나도 먹어보고 싶다”, “이마트랑 이마트24에 물량 좀 풀어주세요” 등 뜨겁게 반응했고요.

실제로 지난달 마지막 주말에는 이마트가 먹태깡 물량 2만 봉을 확보해 1인 2개씩 한정 판매했는데요. 이 기회에 먹태깡을 ‘득템’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모처럼 마트 안에 오픈런(개점 전에 미리 줄을 서는 것)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포켓몬빵을 사기 위한 오픈런 이후로 참 오랜만에 보는 진풍경이었네요.

워낙 귀해지다 보니 아예 웃돈을 주고서라도 먹태깡을 구매하려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을 비롯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정가 1700원인 먹태깡이 한 봉지 4000~5000원에 판매됩니다. 이보다 더한 건 오픈마켓입니다. 쿠팡, G마켓, 인터파크쇼핑 등에서는 한 봉지 가격이 1만 원을 넘나드는 상황입니다. 배송비까지 더하면 정가보다 7~8배 비싸게 판매되는 셈이죠. 희귀 명품 아이템이나 한정판 제품이 아닌, 기다리면 언젠가는 먹을 수 있는 그저 과자 한 봉지일 뿐인데도요.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물량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니 나타나는 기현상입니다. 소비자들은 ‘이건 아닌데’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호기심과 인증 욕구를 이기지 못하고 웃돈 구매에 나서는 거고요.


공급량 늘리는 농심, 공장 증설은 ‘NO’

이쯤되니 답답해진 소비자들은 농심에 묻습니다. “물량을 늘려주면 안 되냐”고요. 제조사 입장에서도 인기가 절정일 때 빨리, 많이 팔면 좋은 일일 테니까요. 농심은 우선 공급량을 최대한 늘리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먹태깡은 현재 농심 부산공장에서 생산 중인데요. 초도물량 100만 봉지가 일주일 만에 다 팔려버리자 농심은 지난달 10일부터 생산량을 약 30% 늘렸습니다. 또 이달부터는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양파링’, ‘자갈치’ 등 스낵 일부를 다른 공장으로 옮기고 먹태깡에 집중해 생산량을 1.5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이러면 당초 하루 5만봉이었던 공급량이 하루 7만5000봉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물론 현재 기세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요.

혹시 아예 공장을 증설할 수는 없는 걸까요? 농심의 대답은 ‘NO’ 입니다. 초기 인기에 발맞춰 섣불리 설비 투자를 감행했다가는 이후 판매량이 쭉 떨어지는 ‘증설의 저주’에 걸려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죠. 농심이 공급량을 일부러 조절해서 인기를 누리는 ‘헝거(배고픔) 마케팅’ ‘품절 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을 감수하면서까지 공장 증설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증설의 저주’ 경계해야…상품력과 진정성, 공급력 모두 중요

실제로 증설의 저주를 얕봤다가 큰코다친 사례가 있습니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은 2014년 8월 출시 100일 만에 매출 100억 원을 찍으며 전례 없는 품귀 현상을 빚었습니다. 편의점마다 문 앞에 ‘허니버터칩 없음’을 써 붙이기 바빴고, 허니버터칩을 다 먹고 밀봉해 냄새를 판매하는 웃지 못할 사례까지 나왔죠. 결국 해태제과는 반년 만에 공장 증설을 결정하고 2016년 신공장을 완공해 생산라인을 두 배로 늘렸습니다. 그렇지만 반짝인기는 말 그대로 반짝일 뿐이었습니다. 공급이 원활해진 게 무색하게 수요가 뚝 떨어져 매출이 하향곡선을 그렸습니다.

이보다 앞서 팔도의 ‘꼬꼬면’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2011년 출시한 꼬꼬면은 출시 첫해에 8000만 개 이상 팔리며 대히트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빨간 국물 라면의 패러다임이 하얀 국물로 바뀔 것이란 예측까지 나왔었죠. 그러나 막상 팔도가 5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자 거품이 꺼지며 판매량이 급감했습니다. 불티나게 팔리길래 거액을 투자해 공급량을 늘린 건데, 막상 늘리고 보니 소비자의 관심은 시들해져 버린 겁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린 셈입니다.

업체들이 이제는 좀 조심스러워진 걸까요. SPC삼립은 지난해 출시 40일 만에 1000만 개가 팔린 포켓몬빵 설비 증설에 끝내 나서지 않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잘한 일입니다. 포켓몬빵 열풍 또한 언제 그랬냐는 듯 식어버렸으니까요. 지금은 그 누구도 포켓몬빵을 구하러 새벽시간 편의점 탑차를 기다리거나 마트에 오픈런 하지 않습니다.

확실히 과자류는 한정판 명품이나 희소한 취미용품과는 결이 다릅니다. 현재의 폭발적인 인기가 계속되리란 보장이 없죠. 오히려 이 같은 품귀현상이 지속되면 소비자의 뜨거웠던 구매욕은 금세 피로감으로 변하게 되고, 이것이 장기적으로는 제품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탄탄한 상품력과 진정성, 여기에 공급력까지 적절하게 뒷받침될 때 먹태깡도 새우깡의 뒤를 잇는 진정한 스테디셀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철 인기를 누리다가 쉽사리 잊힌 제2의 허니버터칩, 제2의 꼬꼬면이 아니라요.


필자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는 생활경제 분야 취재를 담당하며 식품, 이커머스, 패션 등 우리 생활에 밀접한 소식을 알기 쉽게 독자에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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