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을 이끈 명품 무기 이야기 - K2 흑표 전차
1500마력 엔진, 55톤 중량에도 최대 시속 70㎞
다른 3.5세대 전차와 차별화된 자동장전장치
초탄 발사 후 후속탄 쏘기까지 6초도 안 걸려
미 군사전문매체 “세계 전차 순위 1위” 선정
2008년부터 튀르키예에 기술 전수…첫 해외 진출
지난해 폴란드와 1000대 수출 기본계약 체결 성과
중동 맞춤형 폭염 운용 기능 등 탑재해 진화 거듭
K2 흑표 전차는 서방세계의 최신형 3.5세대 전차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우리 육군의 주력전차로 자리 잡은 데 이어 기술수출로 탄생한 영혼의 형제 ‘알타이(Altay)’ 전차가 튀르키예의 차세대 주력전차로 활약할 날이 성큼 다가왔다. 여기에 더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폴란드가 엄청난 수량의 K2 전차를 주문하면서 수출 전성시대도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김철환 기자/사진 제공=현대로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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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기본 성능에 현지 특화 설계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K2 흑표 전차의 폴란드 수출과 관련해 “서방이 냉전 이후 새 전차에 대한 진지한 투자를 멈추자 러시아 역시 현실에 안주해 왔다”며 “더 현대화된 한국산 전차가 나토군에 대량으로 신속하게 도입된다는 것은 육상전에서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M1A2 에이브럼스(Abrams)와 독일의 레오파르트(Leopard) 2 등 세계 유수의 전차들이 개량을 통해 3.5세대 전차로 거듭났지만, 이들 대부분이 1970년대 첫 개발이 이뤄진 만큼 2000년대 개발한 진정한 ‘최신형’ 양산 3.5세대 전차라는 K2의 입지는 특별하다.
이를 바탕으로 K2 전차는 2020년 3월 미국 군사전문매체 ‘밀리터리 워치 매거진’이 세계 전차 순위 1위로 선정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많은 기대와 주목을 받고 있다.
K2 전차는 2003년 체계개발에 착수해 11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14년부터 양산 및 전력화가 이뤄졌다. 기동성 측면에서 1500마력의 엔진을 탑재한 K2는 55톤의 중량에도 최대 시속 70㎞로 달릴 수 있다.
또 보기륜이 컴퓨터에 의해 독립적으로 통제되는 고성능의 암내장형(in-arm) 유기압 현수장치를 탑재해 주행 때 진동·충격을 흡수하고, 차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다양한 환경에서의 기동을 보장하고, 기동사격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현수장치는 시속 40㎞로 급경사를 넘는 수준의 높은 야지 기동성을 갖췄다. 이러한 성능은 탁월한 승차감을 제공해 승무원들의 피로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현수장치를 활용해 차체의 앞뒤와 좌우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K2 전차의 특징이다. 이 기능을 활용해 차체 전체를 낮춰 은폐할 수도 있으며, 주포의 고저각 범위를 넓힘으로써 여러 지형에서 효과적으로 적을 요격할 수도 있다.
K2 전차는 장포신으로 명중률과 관통력을 높인 55구경장 120㎜ 주포로 무장했다. 목표물을 자동 추적하는 사격통제장치를 도입해 공격력을 높였다. 자동추적장치는 사격 목표가 엄폐물 등으로 모습을 감출 경우 이동 패턴 등 각종 정보를 계산해 주포가 예상 위치를 조준하게 하는 장비다. 목표물이 예상 위치에 모습을 드러내면 즉각 사격으로 제압할 수 있다.
K2 전차가 타국의 여러 3.5세대 전차와 차별화된 기술 중 하나가 자동장전장치다. 이 장치는 초탄 발사 후 후속탄 발사까지 6초 미만의 시간이 걸리며, 분당 10발을 쏠 수 있다. 기존의 수동장전 방식의 전차는 숙련된 탄약수가 임무에 투입돼도 분당 7발을 넘기기 어려우며, 전투가 길어질 경우 피로로 인해 그 속도가 더욱 떨어질 수 있다.
날아오는 대전차미사일을 탐지해 복합 연막탄을 발사하고, 자동으로 유도 범위를 벗어나는 소프트 킬(Soft-Kill) 방식의 능동방어장치와 방호용 레이다, 레이저 경고장치를 갖춰 생존력을 높인 것도 장점이다.
개발 단계에서는 적이 발사한 대전차미사일을 직접 요격하는 하드킬(Hard-Kill) 방식의 능동방어체계도 공개됐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양산형 K2 전차에는 탑재되지 않았다.
K2 전차의 수출 확대를 위해 현대로템은 수출 대상 국가의 요구사항과 여건, 지리적·환경적 특성에 최적화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폴란드 수출용 전차는 신속한 납품을 위해 우리 육군이 사용하는 전차 설계를 변경한 ‘K2 갭필러(Gap Filler)’ 180대, 요구사항을 반영해 설계·생산할 폴란드형 K2인 ‘K2 PL’ 등 두 가지 사양으로 납품이 진행된다.
현대로템은 향후 중동 국가 수출을 염두에 두고 폭염에도 전차를 운용할 수 있게 파워팩의 냉각 성능을 강화하고, 특수 고무 재질의 궤도를 장착한 특화 모델을 선보이는 등 현지 맞춤형 사양 적용 노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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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알타이’ 4억 달러 상당 기술수출
K2 흑표 전차의 첫 수출은 ‘기술수출’ 방식으로 이뤄졌다.
2008년 7월 29일 방위사업청과 현대로템은 튀르키예 이스탄불 근교 아르피예에 있는 오토카르사(社) 전차 생산공장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임석한 가운데 4억 달러 규모의 ‘한·튀르키예 전차개발 기술협력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의 주요 내용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현대로템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가 함께 개발 중이던 차기 전차 K2 흑표의 기술을 튀르키예에 전수하는 것.
우리나라는 체계종합과 주포·방호시스템 등의 기술을 중심으로 시제품 4대 생산기술료와 부품제작비, 20여 명의 연구인력 지원 등을 2015년 4월까지 제공키로 했다. 초기 개발 단계에 소요되는 부품의 절반가량은 대한민국산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튀르키예 차기 전차개발사업 수주전에서 현대로템의 K2가 독일의 레오파르트 2와 프랑스의 르클레르(Leclerc) 등 명품 전차와 경합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한 K2 전차 ‘영혼의 형제’가 바로 튀르키예의 차기 주력전차로 선정된 ‘알타이’다. 명칭은 1919년부터 치러진 튀르키예 독립전쟁의 영웅 파흐레틴 알타이 육군대장의 이름을 따랐다.
알타이 전차는 흑표와 달리 자동장전장치를 채용하지 않았으며, 보기륜이 한 쌍 더 많다. 무게도 10톤가량 더 나간다는 차이점이 있다. 포탑 상부에 원격사격통제체계(RCWS)가 적용된 기관총과 유탄발사기 등을 장착할 계획도 갖고 있다.
현재 알타이 전차 제작을 맡고 있는 튀르키예의 BMC사는 2018년 튀르키예 방위산업청과 양산계약을 맺었으며, 250대를 생산해 튀르키예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폴란드 ‘대한민국 첫 완제품 전차 수출’ 기록
현대로템은 2022년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2 전차 1000대를 수출하는 내용의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같은 해 8월 1차로 K2 전차 180대를 공급하는 이행계약을 맺었다.
K2 흑표 전차의 폴란드 수출은 대한민국 완제품 전차의 첫 수출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국산 전차 역사와 함께해 온 현대로템은 1984년 최초의 한국형 전차인 K1을 개발한 이후 38년 만에 완제품 전차를 수출하게 된 것이다.
현대로템은 상반기에 K2 전차 18대를 폴란드에 보내 올해 약속한 물량을 모두 인도했다. 지금까지 현대로템이 폴란드에 보낸 K2 전차는 총 28대다.
폴란드 수출물량은 납기를 3개월씩 앞당겼다. 글로벌 방산업체 중 신품 전차를 조기 출고하는 경우는 흔치 않아 폴란드로부터 아주 높은 신뢰를 얻었다는 후문이다.
현대로템은 현재 폴란드 방산업체 PGZ·WZM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잔여물량 820대를 추가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물량의 상당수는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하며, 컨소시엄은 이를 위한 세부사항을 긴밀하게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가 K2 전차에 걸고 있는 기대는 크다. K2 전차 초도물량 10대가 폴란드에 도착했을 때는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직접 현장에 나와 인수행사를 했다. 납품된 K2 전차는 지난 3월 두다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이뤄진 실사격훈련 중 최대 2.7㎞ 거리의 표적을 명중시키는 모습을 보여 줘 폴란드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과 두다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바르샤바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국산 무기의 폴란드 추가 수출 등 방산협력 강화에 공감대를 피력한 바 있다. 특히 두다 대통령은 “한국에서 무기를 수입할 뿐만 아니라 한국 무기를 폴란드에서 생산하고 싶다”고 말해 현지생산을 바탕으로 한 유럽지역 수출 확대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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