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주, 물리적 시간으로만 봐도 여름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눈뜨자마자 오늘의 온도를 확인한다. 숫자만 봐도 이미 숨이 막힌다. 집 밖을 나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후끈 열기가 차오르는 듯하다. 여름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저 이 계절을 견디고 있다. 여름이라는 단어는 작사가의 시선으로만 보자면 얼음을 문 것처럼 발음이 귀엽고 청량해서 가사에 잘 녹여내고 싶다는 로망이 생기지만 생성되는 이미지는 나도 모르게 찌푸려지는 미간이다.
여름엔 다들 피서 준비에 들떠 있다고들 하지만 난 여름에 어딘가 멀리 여행을 가본 적은 별로 없다. 일단 너무 더워서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싶다는 마음이 도무지 들지 않는다. 그리고 전 세계인의 대대적 휴가 시즌이라 극성수기 가격을 지불해야 하므로 어디서 뭘 해도 다 비싸다. 그래서 보통은 여름이 한바탕 지나가고 조금 서늘해질 시점에 다른 사람들이 다 휴가를 마치고 일터로 복귀할 때쯤 게으르게 여행 계획을 짜곤 한다. 남들과 반대로 움직이는 편이다. 그래서 여름에는 오히려 더 치열하게 일을 많이 한다. 여름엔 방학이 있어서 청소년 관련 작사 강의도 다른 계절보다 비교적 많은 편이다. 이런 강의는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요청이 들어오곤 하는데 거리에 상관없이 거의 수락하는 편이다. 여름에 놀러 가며 길에서 흘리는 땀은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데 일하러 가며 흘리는 땀에는 왠지 모를 쾌감이 느껴진다. 내 일에 제법 열심인 나를 새삼스레 확인하며 자존감이 올라가는 기분이랄까…. 다른 사람들이 놀 때 혹은 노는 계획 짤 때 더 바쁘게 일하는 기분은 개인적으로 결코 억울하거나 나쁘지 않다. 이렇게 바쁘게 살 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마음이 크다. 물론 일에 대한 보상이 적절히 주어진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일상의 루틴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것이 마지막 에너지까지 다 쥐어짜서 일을 마치고 온 후 녹초가 돼 소파에 쓰러지는 것이다. 이 느낌을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낌없이 스스로를 혹사시킨 후에 주는 잠시의 휴식은 참으로 달콤하다. ‘지금 밤 10시니까 내일 아침 8시까지 난 열 시간이나 쉴 수 있어. 잠은 여섯 시간 정도 자고 남는 네 시간 동안은 혼자 밥도 먹고 재밌게 놀아야겠다’라는 한낱 보잘것없는 나만의 계획을 짤 때 마저도 짜릿하다.
소파에 잠시 쓰러져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시원하게 샤워한 후 시간 맞춰 주문해둔 식사들, 주로 마라탕이나 매운 떡볶이, 치킨 등 특별할 거 없는 소박한 메뉴들이지만 유튜브를 보며 배달 음식을 먹을 때 가장 행복하다. 호텔 수영장에서 시켜 먹는 치맥보다 솔직히 더 맛있다. 여름은 같은 일을 해도 열기 때문에 더 피곤하고 지친 상태로 귀가하기 때문에 행복감이 그만큼 배가된다. 겨울에 출판 예정인 책들은 여름쯤엔 초고 등 밑 작업이 대강 마무리돼 있어야 스케줄이 밀리지 않기 때문에 출판 관련 일들도 바쁜 일상 사이사이에 끼워 넣어 처리하는 편이다. 출판일은 주로 머리 식히러 카페에 가서 ‘아아’를 마시며 관계자와 몰아서 통화하는 편이다. 하고 있는 모든 일 중에 작사가 가장 중요하므로 작사는 마감 시간이 촉박하면 잠을 줄이더라도 해내려 애쓴다. 결과에 상관없이 말이다. 그래서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난 조금 다르게 해석된다. 더 뜨겁게 일하며 치열하게 이 여름을 마주하고 있다. 지금 난 나만의 방식으로 2023년 여름의 한가운데를 홀로 통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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