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2023 병영생활 백서] 지자체와 상생하는 육군50보병사단

입력 2023. 07. 06   17:38
업데이트 2023. 07. 20   16:38
0 댓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최선 다하기에


감하며 공부하니 기 도는 우리 지역

생태계에서는 ‘공생(共生)’하는 생물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질적인 존재지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생존은 물론 번성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다수의 병력과 장비·시설을 관리할 뿐 아니라 대규모 주둔지가 필수인 군대로 비유하자면, 주둔지가 자리 잡은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공생한다고 할 수 있다. 전시에 든든하게 지역안보를 책임지고, 평시에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길을 내미는 부대를 위해 지자체도 보답에 나섰다. 지역과 상생하면서 ‘국민의 군대’라는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육군50보병사단 장병들과 동행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배지열/사진=조종원 기자 

동궁과 월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장병들.
동궁과 월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장병들.



경북의 ‘4대 정신’과 가까워지는 장병들

지난달 16일 경북 안동시 ‘부용대’. 뜨거운 뙤약볕 아래 낙동강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 주는 이곳에 육군50보병사단 팔공산여단 장병 25명이 도착했다.

부용대는 ‘연꽃을 내려다보는 언덕’이란 뜻을 가진 관광지로, 이곳에서 하회마을을 내려다보면 물 위에 떠 있는 한 송이 연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이름 붙여졌다. 뒤이어 조선시대 대유학자인 류운룡·류성룡 형제가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들을 가르친 ‘옥연정사’ 내부로 들어서는 장병들의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장병들이 사적지인 동궁과 월지에서 무료 입장 팻말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병들이 사적지인 동궁과 월지에서 무료 입장 팻말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단은 지난 5월 25일부터 이날까지 5차례에 걸쳐 경북도청과 함께 ‘문화예술 체험형 정신전력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경북도청과 한국국학진흥원의 ‘경북의 정신 바로 알기’ 연수사업의 하나다. 기존에는 향우회 또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번에는 대구와 경북을 수호하는 50사단 장병들에게 지역의 역사의식을 높이고, 양질의 문화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환영 플래카드 문구도 ‘50사단 장병 여러분은 우리 모두의 영웅입니다’ ‘강한 국방력은 군인에 대한 존경심에서 시작된다’ 등으로 힘을 북돋우는 내용이었다. 경북도청 문화산업과 박지웅 실크로드엑스포팀장은 “재해 복구 대민지원과 관·군 합동훈련 등에서 보여 준 장병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지역방위사단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맞게 지자체에서 제공할 수 있는 걸 찾던 중 이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랑·호국·새마을·선비
‘경북의 4대 정신 알기’
문화예술 체험교육 진행
군부대·주둔지 윈윈


장병들에게 이번 교육은 ‘화랑·호국·새마을·선비’로 대표되는 경북의 4대 정신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북구대대 유진영 상병은 “서애 류성룡의 『징비록』에 쓰인 임진왜란을 앞둔 태평성대의 분위기가 지금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 우리도 한동안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실전 같은 대비태세를 갖춰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활의 고장’인 예천군으로 이동한 장병들이 방문한 곳은 활체험센터. 간단한 설명을 듣고 활쏘기에 나선 장병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과녁 한가운데 화살이 꽂힐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옥연정사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장병들.
옥연정사에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는 장병들.



이날 밤에는 선비들의 풍류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퓨전 국악공연을 관람하면서 힐링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다음 날에는 유교문화박물관·세계기록유산전시체험관·도산서원 등을 견학하고, 안동의 대표적인 명승지인 월영교를 걸으면서 일정을 마무리했다.


활 쏘고 국악 들으며 힐링
사적지 무료 입장 혜택도
지자체 식당 ‘장병 할인’
“영웅 대우에 자부심 느껴”


일격여단 임유빈 상병은 “일정 내내 우리를 영웅으로 대우해 주셔서 군인으로서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다”며 “내가 근무하는 경북지역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된 만큼 앞으로도 지역을 지키는 가장 큰 힘으로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예천 활체험센터에서 활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장병들.
예천 활체험센터에서 활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장병들.



유적지 무료 입장에 음식점 할인까지

과거 통일신라의 수도로 찬란한 역사를 간직한 도시인 경주시는 ‘고개만 돌리면 유적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이곳의 안보를 책임지는 사단 경주대대 장병들이 모처럼 외출에 나섰다. 통일신라 시대 궁궐터로 예쁜 야경을 자랑하는 ‘동궁과 월지’에 도착한 이들. 그러나 매표소 앞에 선 이들은 여느 관람객처럼 입장권을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 장병들을 위한 지자체의 ‘통 큰 배려’ 덕분이었다.

50사단과 경주시는 지난해 12월 ‘군 장병 예우 및 사기진작을 위한 상호협력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사단 장병들은 △동궁과 월지 △대릉원 △포석정 △무열왕릉 △오릉 △장군묘 등 6개 사적지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전우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던 김진우 병장은 “초등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경주에 왔을 때 이후 처음인데 느낌이 남다르다”며 “지역주민 여러분이 인심 좋게 대해 주셔서 저희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여름 태풍 ‘힌남노’로 큰 피해를 본 경주시민들은 당시 몸을 아끼지 않던 장병들의 대민지원에 박수를 보냈다. 이를 계기로 장병들을 위한 혜택 도입이 본격화됐다.

사적지 관람을 마치고 점심시간에 맞춰 도착한 식당. 이곳에서도 ‘50사단 장병 할인’ 문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업무협약에 관내 모범음식점 및 위생업소(식당·카페·숙박업소) 이용 시 금액을 할인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기본 할인율 5%에 업체별로 추가 할인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사단 소속임을 증명할 수 있는 휴가증 또는 공무원증만 제시하면 장병 누구나 혜택을 받는다.

김상규 상병은 “지난번에 전우들과 외출 후 복귀하는 길에 밥을 먹고 계산하려는데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시기도 했다”며 “지난해 복구작업 때는 힘들었지만, 그만큼 우리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는 계기였던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육군50보병사단 팔공산여단 장병들이 경북도청과 사단이 함께 진행한 ‘문화예술 체험형 정신전력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하회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부용대에서 지역 역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육군50보병사단 팔공산여단 장병들이 경북도청과 사단이 함께 진행한 ‘문화예술 체험형 정신전력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하회마을이 내려다보이는 부용대에서 지역 역사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관·군 교류 협업 모범사례로 확대계획

경북도청과 50사단의 교류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전반기 프로그램 평가를 바탕으로 이를 보완하고 규모를 키워 나갈 방침이다. 내년 예산 편성시기에 추가로 자금을 확보해 더 많은 인원이 참가하도록 만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경주대대 장병 대상 혜택도 본인 포함, 가족·친지까지 범위를 넓히기 위해 지속 협의하고 있다.

문병삼(소장) 50사단장은 “지자체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장병들의 결전태세 확립에 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도 관·군 협업의 좋은 모델로 유지해 ‘제복을 입고 지역에 헌신하는 이들이 존중받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도 성심성의껏 응하겠다는 자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크고 작은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인력과 장비를 신속하게 투입해 피해 복구에 힘써 준 50사단 장병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장병들이 우리 경북을 단순히 군 생활을 했던 곳이 아니라 지역정신이 뚜렷하고 추억을 많이 쌓은 곳으로 기억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