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화력 전 과정 통제…지상군 전력에도 능통
적과 대치한 최접적지역서 임무 수행
모든 작업 신속하고 은밀하게 진행
휴대용 대공무기 공격에 대비 철저
조종사와 같은 표적정보 실시간 공유
목표 파괴 미흡하면 재공격 요구도
한국선 연합훈련 기회 적어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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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항공지원(CAS·Close Air Support)은 공군의 주요 작전 중 하나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전격전을 손쉽게 펼칠 수 있었던 것도 급강하폭격기 ‘슈투카’의 CAS 덕분이다. 마찬가지로 후반 연합군이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P-47D 선더볼트 등의 지원이 한몫했다. 현대전에서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CAS가 레드플래그 알래스카(RFA·Red Flag Alaska) 훈련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우리 합동최종공격통제관(JTAC·Joint Terminal Attack Controller)에 의해서다. 알래스카에서 글=이주형 기자/사진=공군 제공
“Cleared to Inbound(진입을 허가한다).”
지난 21일 알래스카의 광활한 훈련장. 전장이 한눈에 보이는 고지에 올라선 JTAC 김형기 대위가 항공기 조종사에게 목표 공역에 진입해도 문제가 없다는 교신을 정해진 주파수로 보냈다. 이어 교신을 수신한 조종사와 함께 표적 정보, 아군 위치, 공격 방법 등에 대해 상호 확인절차를 거쳤다. 모든 것은 전날 회의에서 정해졌다. 현장 상황이 달라진 경우 새로 업데이트된 정보를 전달한다. 급박할 때는 업데이트 정보만 주고받기도 한다. 이때 주파수 방해나 해킹 위협이 있다고 판단되면 역시 정해 놓은 다른 주파수로 변경해 교신한다.
작전은 공격 3시간 전, 목표 지점으로 미 JTAC와 함께 침투하면서 시작됐다. 적과 대치한 최접적지역에서의 임무인 만큼 모든 작업은 신속하고 은밀히 진행됐다. 고지에 자리 잡은 백승우·송영훈 대위는 이미 삼각대 형태의 표적획득장비로 표적의 거리·고도·좌표 등을 알아내 지도에 표시했다. 항공기 유도와 표적 위치 설명을 위한 참조점도 잡았다. 전방 S자 동서 방향의 강은 A, 남동쪽 산봉우리는 B로 지도에 표시하는 방식이다. 통신망 개통과 함께 주변의 아군세력으로부터 들어온 정보도 수집·종합했다.
JTAC는 아군은 물론 동맹군의 항공기 무장 투하 권한과 공격 방향 지정, 무장 추천, 최종 공격 여부, 재타격 지시 등 항공 화력 전 과정을 통제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공군뿐만 아니라 타 군의 전술과 교리에도 능통해야 한다. 항공 전력 이해는 기본이고 지상군 전력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아야 한다.
교신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JTAC와 조종사, 주변에 있는 포병 등 아군 전력 사이에서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서다. 가장 두려운 것은 적의 대공무기다. 지대공미사일(SAM)은 무력화했지만 휴대용 대공미사일 등은 작고 은폐가 쉬워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작전 공역도 신중히 정해야 한다. 지상군의 포병 화력도 감안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포병 지원이 필요한데, 우리 항공기가 화력 범위 내에 있으면 지원이 제한되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드디어 공격 지점에 이르렀다. 가장 중요한 목표물의 정보와 좌표, 고도가 조종사에게 전달됐다. JTAC가 공격을 유도하는 방식은 3가지가 있다. 타입1은 표적과 항공기를 동시에 보면서 공격을 통제하는 것이다. 가장 안정적이고 이상적이지만 현재 전장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항공기가 저고도로 침투해야 하고, 그만큼 생존성에 위협이 될 수 있어서다. 따라서 타입1은 가시선 확보(LOS·Line of Sight), 언어의 장벽 등 제한된 경우에만 활용한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건 타입2. 표적을 확인하면서 계속 유도하는 것이다. 발달된 전자장비 성능은 중고도 이상에서의 타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적에겐 큰 타격을 주고, 아군에게는 오폭이나 민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필수적이다. 한 발 한 발 발사할 때마다 JTAC의 승인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타입3는 JTAC가 조종사에게 한 번의 허가로 다수 표적의 공격을 승인할 수 있는 환경에서 적용된다. 다만 강과 같은 뚜렷한 경계선으로 구획이 정리되고, 아군과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오폭 위험이 작을 경우 사용된다. 조종사의 공격 자율성이 대폭 확대되는 셈이다.
JTAC와 조종사는 보고 있는 기기 화면으로 동일한 표적 정보를 실시간 공유한다. 이는 지난해 12월 JTAC용 ‘표적영상송수신기’가 전력화된 덕분이다.
하지만 이런 장비 없이 육안으로 통제할 때는 목표의 위치를 조금씩, 그리고 상세한 설명으로 좁혀 간다. 정보 확인을 마친 후 김형기 대위의 발사 승인이 내려졌다. “Cleared Hot.”
항공기에 장착된 레이저 유도폭탄 GBU-12가 발사됐고 목표물에 명중했다(실무장이 아닌 때에는 ‘Continued Dry’라고 표현한다). 이어 지상군에서 요청받은 다른 표적의 공격도 진행됐다. 역시 “Cleared Hot.”
임무를 마친 항공기는 작전지역 상공을 선회하며 대기한다. 적의 위협이 있을 경우에는 긴급 이탈한다. 모두 JTAC 지시에 따라 이뤄진다. 지상군 요청에 의한 목표 파괴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재공격 요구 권한도 JTAC에게 있다.
이날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홍순일 중령은 “한국에도 미 JTAC 요원들이 있지만 연합훈련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RFA에서 공대공·공대지부터 공중급유작전, CAS까지 다양한 작전 상황에 맞춰 훈련하는 게 임무 수행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공군의 국제공인 JTAC는 2016년 5명을 시작으로 현재 50~60명 수준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호주에서 열리는 피치블랙(Pitch Black), 미국의 그린플래그(Green Flag), 아랍에미리트(UAE) 데저트플래그(Desert Flag) 훈련 등에 참가해 탁월한 능력과 위용을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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