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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족, 나의 군복

입력 2023. 06. 21   15:19
업데이트 2023. 06. 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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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수 중위 육군3보병사단 백호대대
김이수 중위 육군3보병사단 백호대대


나의 외할아버지는 정보사와 공수부대에서 25년간 임무를 수행한 뒤 육군준위로 군복을 벗으셨다. 군 복무 당시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공로로 국가유공자가 되셨다. 외할아버지에게는 3명의 동생이 있다.

첫째 동생은 육군특전사 출신의 지상작전사령부 주임원사, 둘째 동생은 육군준위로 전역하셨다. 셋째 동생은 육군상사로 복무하다 청와대 경호원으로 임무를 수행하셨다. 장남인 외할아버지와 둘째·셋째 외할아버지까지 네 형제 중 세 분이 국가유공자다. 나는 이 사실을 지난달 우리 가족 곁을 떠난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알게 됐다. 정복을 입고 장례식장에 나타난 나를 보고 외할아버지들께서는 “20년 전에 본 아기가 어떻게 군인이 되었냐”며 신기해하셨다. 외할아버지들이 현직에 계실 적에는 여군이 적었다고 한다. 남군과 똑같이 훈련하며 인내와 고통의 시간을 견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가족 중에 여군, 그리고 장교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셨다.

나 또한 외할아버지의 형제들이 전부 군인이었다는 점과, 심지어 국가유공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군인이라는 직업이 운명처럼 느껴진 순간이었다.

둘째 외할아버지는 당신의 군 생활을 추억하며 “정말 행복했다. 지금 다시 군복을 입어도 10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 말씀을 하시면서 반짝이는 눈빛에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스물여섯 살인 나도 벌써 20대 후반이라며 체력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일이 잦다. 그런데 70세 할아버지는 국가에서 허락한다면 10년은 너끈히 군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하시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군복을 입은 사람은 국가를 위해 청춘을 바치고 나라를 지킨다. 내가 임무를 수행하고 공부하는 모든 것이 조국을 위한 일이다. 그동안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교복처럼 의미 없이 입고 출퇴근했던 군복이 다시 보였다. 외할아버지들의 파란만장한 군 생활을 경청하며, 그들의 젊은 시절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빛나는 군복을 입은 청춘들이 문득 가슴 벅차게 아름다웠다.

나의 청춘은 얼마나 소중한가. 내가 젊기에 군복을 입을 수 있고, 부딪히며 배울 수 있다. 시간은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기에 어느 순간 나도 백발의 할머니가 될 것이다. 지금 주어진 젊음에 감사하며, 군복을 입을 수 있는 사람임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리고 모든 순간 치열하게 조국을 위해 일할 것이다.

외할아버지의 관 위에는 태극기가 덮였고, 6·25전쟁 또는 베트남전쟁에 참전하신 분들이 계신 영천 호국원에 안장되셨다. 나는 외할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조국을 위해 당신의 청춘을 바쳐주셔서 감사하다고. 덕분에 내가 그 뒤를 이어 조국을 위해 일할 수 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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