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첫 맛집’ 공군방공관제사
조리경연대회 휩쓴 ‘군인의 손맛’
‘급식은 전투력 직결’ 지원 집중·창의성 독려
지난달에만 국제 규모 등 3개 대회 수상 쾌거
산 정상 근무지가 ‘맛남의 광장’
특산품 활용 꽃게 요리부터 푸팟퐁커리까지 메뉴 다양
“충분한 연습·자체 시연…전문가의 맛으로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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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꼽시계’가 꼬르륵 울리던 오전 11시50분, 공군방공관제사령부(방공관제사) 8931부대 장병들이 병영식당으로 들어섰다. 주요리는 충남 서산의 명물 꽃게로 만든 ‘꽃게갈릭버터구이’. 흔히 격오지로 불리는 산꼭대기 관제부대에서 먹기 어려운 음식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8931부대 장병에게는 평범한 메뉴다.
# 해발 1468m 고지대에 있는 공군방공관제사 8386부대 병영식당에는 ‘히든 메뉴’가 있다. 식사하러 식당에 도착하면 표준식단에 쓰여 있지 않은 메뉴가 등장하는 것. 사천(四川·쓰촨) 대표 요리 중 하나인 마파두부가 나오는가 하면 시중의 ‘핫(Hot)’한 식당에서 유명한 포크슬라이스덮밥 등이 장병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365일, 24시간 레이다 영공감시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 관제부대는 특성상 고지대에 주둔한다. 보통 산 정상에 있어 음식 재료 조달이 힘들고, 기지 자체가 좁아 조리환경도 열악하다. 그럼에도 관제부대원들은 위 사례처럼 유명 식당 부럽지 않은 맛과 양의 급식을 먹고 있다. 상급부대인 방공관제사의 ‘특별한 지침’ 덕분이다. 조리병·조리사들이 창의성을 맘껏 발휘하게끔 자유(?)를 보장하는 방공관제사의 급식 운영방침을 소개한다.
김해령 기자/사진=부대 제공
남다른 열정으로 군 내외 요리대회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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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부대 급식은 보통 3~4명이 만든다. 소수 조리사·조리병이 150여 명의 매 끼니를 책임지는 셈이다. 이들의 능숙한 업무 능력과 요리에 대한 열정이 급식의 질을 좌우하고, 이는 완벽한 영공감시로 이어진다.
방공관제사 보급수송과는 급식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느끼고 관제부대 급식지원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부대는 요리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각 관제부대 조리병들의 능력을 믿기로 했다. 이들의 창의성을 뽐내기 위한 자체 조리경연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2021년 시작된 대회는 올해까지 총 3번 열렸다.
보다 나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관제부대 조리병·조리사들은 대외기관이 주관한 경연대회에도 도전하고, 수상의 영예까지 얻었다. 8386부대는 지난달 마스터셰프한국협회가 주최하고 한국음식조리문화협회가 주관한 ‘2023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요리경연대회’ 군경조리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8386부대가 선보인 메뉴는 꿍팟퐁커리덮밥과 니쿠우동, 파이황과(중국식 오이탕탕이), 자완무시(일본식 달걀찜) 등이다.
8931부대는 쯔유시소밥과 닭날개 한방구이, 청양홍합그라탕 등으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주최한 ‘2023 공공급식 요리경연대회’에서 대상(국방부장관상)을 거머쥐었다. 지난달 열린 ‘공군조리경연대회’에서는 8546·8357부대가 한 팀을 이뤄 명태순살강정과 연저육찜으로 최우수상(공군참모총장상)을 받았다. 지난 5월에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상을 받는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평범은 가라…꽃게 특식과 히든 메뉴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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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공관제사의 전략은 조리병·조리사들의 열정에 불을 지폈고, 실제 급식도 눈에 띄게 바뀌었다. 8931부대는 서산의 특산품 꽃게를 활용해 꽃게찜·꽃게탕 등을 제공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한 ‘랍스터테일치즈 오븐구이’와 보양식 ‘왕갈비탕’ 등을 선보이고 있다. 또 지난해 자체 조리경연대회에 출품해 상을 받은 ‘푸팟퐁커리’는 정식 메뉴로 선정되기도 했다.
8931부대 조리병·조리사들은 건강한 식재료로 MZ세대 장병 입맛에 맞는 ‘보약 같은 한 끼’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조리병·조리사들의 이 같은 노력으로 태어난 급식을 먹는 장병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주윤종(군무주무관) 조리사는 “항상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요리하고 있다”며 “새로운 재료가 편성될 때는 충분한 조리 연습과 자체 시연으로 아마추어의 맛이 아닌, 전문가의 맛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비결을 밝혔다.
8386부대는 남은 식재료를 다음 식사 때 새로운 요리로 탈바꿈해 ‘히든 메뉴’로 내놓으며 맛과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단체급식은 매일 정확한 식수 인원 파악이 어려워 식재료가 남는 경우가 있다. 이를 활용해 마파두부, 포크슬라이스덮밥, 단호박그릴닭가슴살샐러드 등 표준식단에서 접하기 어려운 음식을 만든다.
8386부대 조리병·조리사들은 납품받는 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특별식을 고민해 메뉴를 선정한다고 한다. 박제헌(군무주무관) 조리사는 “하루하루 배식시간과 식사 후 퇴식구에서 마주하는 장병들에게 선호하는 음식 등을 물으며 매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재료를 오래 보관하지 않고 신선할 때 추가 메뉴로 조리 후 배식해 맛과 질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8357부대는 매일 추가 반찬으로 ‘볶음김치’를 제공한다. 평범한 볶음김치가 아니다. 8357부대가 선택한 자율 조미료 ‘라드유’로 볶아 더욱 고소하고 감칠맛이 나 호평받고 있다. 김미리(군무주무관) 조리사는 “좋은 음식이 나오려면 공부해서 요리해야 한다”며 “볶음류 메뉴는 요리 전 불맛을 내고자 간장을 먼저 태운 뒤 식재료를 볶고, 고기류는 잡내를 잡기 위해 핏물을 모두 제거한 뒤 마늘·양파·맛술 등에 재워 둔다. 또 윤기 있고 쫀득한 밥을 지으려면 취사 전 다시마와 찹쌀을 넣어야 한다”고 비법을 공개했다.
격오지 밥 걱정 ‘뚝’…비결은 든든한 지원
방공관제사 보급수송과는 지휘부대로서 조리병·조리사들이 실력을 맘껏 뽐내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먼저 급식 예산을 예하 관제부대 소요에 최대한 부합하도록 배정해 각 부대가 장병 선호도를 반영한 자율 조미료(군납 조달품목 외 시판 조미료)·부식 재료(표준식단 메뉴를 풍성하게 보충해 주는 식재료)를 추가 구매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이를 위해 보급수송과와 각 부대 급식관계관들은 주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또 채식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일반식을 꺼리는 장병이 소외되지 않도록 대체급식 대상자 현황을 최신화하고 있다.
이강훈(중령) 보급수송과장은 “방공관제사령부 창설 이후 최초로 참가한 요리경연대회임에도 자신감과 실력, 팀워크로 좋은 결과를 얻은 조리병·조리사들이 자랑스럽다”며 “경연대회에서 선보인 음식들이 장병 식단에 적용돼 영공감시 임무 완수에 일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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