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530㎞ KF-16U…30분 만에 4대 급유 완료
비행시간 대폭 늘려 23일까지 매일 10시간 진행
지름 10㎝ 급유구 단번에 연결 ‘완벽 팀워크’
항공기 탑승해 안전 챙기는 KC-330 기체정비사
15분마다 점검·미군과 교류 등 전력 유지 기여
레드플래그 알래스카(RFA)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2일(현지시간). 아일슨기지 상황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갔다. 주기장은 대기 중인 항공기로 가득 찼고, 활주로는 연이어 출격하는 전투기들의 굉음으로 소란스러웠다. 이런 가운데 각 항공기는 알래스카 상공을 무대 삼아 공격과 방어, 무장 투하 등 다채로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도 가세했다. 우리 KF-16U 전투기에 첫 급유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복귀한 것. RFA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KC-330의 임무 현장을 소개한다. 알래스카에서 글=이주형 기자/사진=공군 제공
광활한 공역 누비며 하루 10시간 비행
“오늘 콜 사인은 오아시스 22이고, 비행은 총 10시간 계획돼 있습니다. ○○ 공역에서 4대에 공중급유를 할 것입니다. 이후 ○○ 공역에서 계속 비행을….”
지난 12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아일슨기지 주기장.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조종사 안병수 소령은 함께 비행할 크루(동료 승무원)들에게 비행 일정과 주의사항을 전파한 뒤 조종석에 앉아 계기판을 조작했다.
이어 아일슨기지 관제탑에서 지상 이동과 이륙 허가를 받은 KC-330이 가벼운 날갯짓과 함께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KC-330이 향한 곳은 남한 지역의 1.4배에 이르는 알래스카의 광활한 공역이다. 한국과 다른 점은 아래가 울창한 침엽수림으로 뒤덮인 지상이라는 것. 한국의 경우 급유 때 공중 잔해물이 떨어질 위험성이 있고, 경로상 회피해야 할 곳도 많기에 바다 위에서 진행했다. 알래스카는 그런 제한이 없기에 최적의 훈련 지형이다. 시간이 곱절로 늘어난 것도 달라진 점이다. 한국에서는 평균 2~3시간, 많으면 4시간 비행이었으니 2배 이상 확대된 셈이다.
비행이 계속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지금부터 15분 뒤에 전투기에 공중급유가 있을 예정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급유를 위한 붐을 내리면서 급유통제사 윤한규 상사의 손이 바빠졌다. 급유통제사 자리는 조종석 바로 뒤에 있다. 급유통제사는 콘솔에서 편광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영상을 보며 급유과정을 통제한다. 이를 돕기 위해 KC-330 외부에는 2개의 3차원(3D) 카메라와 3개의 파노라마 카메라 등이 장착돼 있다.
붐을 비롯한 급유 장비를 점검한 결과는 이상 무. 전투기와 컨택할 준비는 끝났다. 잠시 후 급유를 받을 KF-16U 전투기 4대가 다가왔다. 긴장된 순간. 3차원 입체 공간에서 290노트(시속 약 530㎞)를 넘는 속도로 비행하는 두 대의 항공기가 지름 약 10㎝의 급유구를 서로 맞닿게 시도하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윤 상사의 설명이다.
조종사·급유통제사 톱니바퀴 같은 팀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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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칵’ 소리와 함께 KC-330 기체에서 급유를 위해 뻗은 붐과 KF-16U 급유구가 자석처럼 붙어 맞춰졌다. KC-330은 날개 부분에 24만5000파운드(약 111톤)라는 엄청난 양의 연료를 탑재하고 있다. F-35A는 최대 15대, F-15K는 최대 10대, KF-16U는 최대 20대까지 급유할 수 있다.
급유에도 순서가 있다. 먼저 전투기는 KC-330 왼쪽 날개 쪽으로 정렬한다. KC-330 가까운 쪽부터 1, 2, 3, 4 순이다. 1번부터 KC-330 후방으로 빠져 급유받은 뒤 다시 오른쪽 날개로 모여 편대 비행을 한다. 역시 날개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1, 2, 3, 4 순으로 모인다. 이때 전투기 간 거리는 불과 10여m에 지나지 않는다.
급유를 마친 KF-16U 전투기는 임무수행을 위해 기수를 돌렸다. 만나서 급유하고 이탈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30여 분. KC-330 조종사와 급유통제사, KF-16U 조종사들의 멋들어진 팀워크가 발휘된 까닭이다.
KC-330은 이후 정해진 코스를 따라 비행했다. 급유는 오후에도 이어졌다. 본훈련이 펼쳐지는 오는 23일까지 매일 10시간의 비행이 진행된다. KC-330은 지난해 8월 호주에서 열린 다국적 연합훈련 ‘2022 피치블랙’에도 참가해 비슷한 성격의 훈련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장시간 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군은 최적의 환경에서 다양한 훈련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미군 공중급유기와 상호 탑승 교류도 협의하고 있다. 공중급유기 운영은 전투기의 작전 반경 확장의 핵심이다. 알래스카 하늘에서는 이 같은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KC-330의 비행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정비요원 활약 안전 비행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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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RFA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 중 하나는 KC-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참가다. KC-330은 그런 기대가 무색하지 않게 연일 알래스카 상공에서 주어진 임무를 100% 수행하고 있다. 이런 활약의 밑바탕에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항공기를 전담 정비하는 요원들의 진한 땀방울이 배어 있다.
“기내 점검 결과 이상 없습니다.” “기내 점검 결과 이상 없습니다.”
KC-330 기내 순찰을 마친 허강준 중사가 임용순 준위와 서로 점검 결과를 확인했다. 이들의 정체는 KC-330 기체정비사. 정비사지만 이들은 전투기 정비사와는 임무가 확연히 다르다. 항공기에 탑승해 안전 비행을 돕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기체정비사들은 기내를 15분마다 순찰·점검한다. 특히 관심을 두고 살펴보는 장소는 갤리(galley). 항공기 내에서 음식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오븐을 비롯해 열을 발생시키는 기구가 많아 누전에 의한 화재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 화장실 또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장소다. 민간 항공기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장소 역시 두 곳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이 하는 일은 이외에도 다양하다. 조종과 공중급유 임무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임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항공기 정비, 케이터링, 기내 안전, 화물 적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화물 적재는 항공기 안전을 위해 고려할 점이 부지기수다. 항공기가 이상 없이 비행할 수 있도록 적재된 화물과 인원의 무게·평형을 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RFA에 참가한 기체정비사 모두 로드마스터(LM·화물적재사) 자격을 갖고 있다. KC-330은 37톤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전방과 후방, 벌크(BULK) 카고실로 나눠진 화물칸에 무게·위치를 확인하며 적절히 배분한다.
승객 안내도 이들의 업무다. 정원보다 적게 탑승했을 때는 전방석으로 안내한다. 좌석이 남는다고 뒤로 가는 것은 자제한다.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피하기 위해서다. 규정으로 정해진 비상 탈출 시간은 90초 이내. 다행히 지금까지 그런 비상 상황이 벌어진 일은 없다. 잠시 쪽잠을 청할 수도 없고, 비행이 끝날 때까지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언제, 어디에서도 ‘무결점’ 임무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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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보던 허 중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15분이 지났다. 다시 순찰을 시작할 시간이다.
KC-330 정비팀은 기체정비사를 포함해 20명으로 구성됐다. 팀장, 기체정비사 8명, 현장지원팀 11명이다. 모두 정예 요원이다. 정비팀 20명 중 KC-330 도입 당시 선발 요원으로 근무했던 인원도 8명에 이른다. 이들은 한 달간 동고동락하며 KC-330이 최고의 비행 상태를 유지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소지가 있다.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해외라는 환경으로 인해 더욱 제한을 받는다. KF-16 전투기는 미국 F-16과 같은 계통의 기체여서 필요한 경우 호환 부품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KC-330은 그렇지 않다. 유럽 에어버스사에서 만들었기에 미군 공중급유기와는 기체 종류가 완전히 다르다. 더구나 국내에서처럼 인원이 충분치 못하다. 이로 인해 다른 사람의 몫까지 1인 2역 내지 1인 3역을 해내야 한다.
KC-330 정비팀은 이번 RFA를 도약의 기회로 보고 있다. 마침 그동안 다뤄보지 못했던 미 공중급유기 지상 지원 정비가 있다. 미 공군은 정비를 위한 작업대도 우리와 다른 방법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각각의 내용을 미군과 교류로 경험하면서 노하우를 축적할 방침이다.
언제, 어디에서도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는 정비팀의 능력과 강한 자신감은 알래스카 현지에서도 쑥쑥 자라나고 있다.
30년 정비 경력을 자랑하는 KC-330 정비감독관 임 준위는 “빈틈없는 정비 지원을 통해 하나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모든 정비요원들은 이번 레드플래그 알래스카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게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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