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우유 넣어 마신 건
청나라 때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1683년 빈전투 ‘카푸치노의 시초’
쓴맛 없애기 위해 섞어 마셔
풍성한 거품 실패한 카푸치노서
우연히 플랫화이트 탄생하기도
커피에 우유를 넣으면 단맛이 나면서 고소해지고 촉감도 부드러워져 마시기 편해진다. 최근 커피와 우유를 섞어 마시면 건강에 더 좋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와 카페라테, 카푸치노, 플랫화이트 등 관련 메뉴들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커피와 우유를 섞으면 일단 ‘카페라테’라고 부른다. ‘카페’는 커피를, ‘라테’는 우유를 의미하므로 ‘커피우유’라는 뜻이다. 하지만 제조방법과 모양에 따라, 나라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시기 시작한 건 청나라 순치제 때인 것으로 전해진다. 1660년 네덜란드의 요한 니외호프 대사가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사람들이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것을 보고 커피에 적용했다. 커피와 우유가 어우러져 선사하는 감미로움을 우리는 360년이 넘도록 즐기고 있다.
커피·우유 칵테일의 효능
커피를 우유와 섞어 마시면 건강에 더 유익하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이 최근 “커피에 우유를 넣어 마시면 그냥 마시는 것보다 항염증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면역세포에 염증을 유발한 뒤 커피만 넣은 경우와 커피와 우유 칵테일을 넣은 경우를 비교해 보니 후자가 염증을 이겨 내는 효과가 2배 정도 더 높게 나타났다.
커피에는 노화 방지와 항산화 효능을 내는 클로로젠산·카페인산과 같은 폴리페놀이 풍부한데, 아쉽게도 체내에서 잘 흡수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유와 섞으면 체내 효능이 좋아진다. 게다가 우유도 비타민D와 락토페린 같은 면역력 증강물질이 있어 항균 능력이 더 강해진다.
우유는 커피의 결점을 보완해 준다. 카페인이 소장에서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고 신장의 이뇨작용을 촉진해 소변으로 칼슘을 배출하는 것을 부추기기 때문에 골다공증을 유발한다는 견해가 있다. 통상 아메리카노 한 잔당 칼슘 6㎎이 손실되는데, 커피로 인한 이 정도의 손실은 우유 세 숟가락만으로 보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카푸치노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 머신의 수증기를 이용해 거품을 낸 우유를 커피잔 위로 수북하게 올라오도록 만든 음료다. 1950년대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이 개발된 뒤 대중화된 것이니 역사가 70년 정도밖에 안 됐다. 카푸치노의 기원을 이야기할 때 중세의 카푸친수도회에서 따왔다고 하는 것은 그 시절부터 카푸치노를 마셨다는 뜻이 아니라 수도사들이 입는 옷색이나 볼록한 모자에서 착안해 이름을 붙였다는 의미다. 카푸치노의 탄생은 1950년대로 보는 게 타당하다.
카푸치노의 탄생지가 오스만제국과 합스부르크 왕가가 충돌한 1683년 빈전투 직후의 오스트리아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전쟁 중 카푸친수도회의 다미아노 수사가 커피에 우유를 섞는 방법으로 쓴맛을 해결해 줬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때는 수증기압을 활용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탄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즈베처럼 커피가루를 가늘게 갈아 물에 넣어 끓인 커피에 우유를 섞은 것이다. 따라서 큰 범위에서 카페라테라고 부르는 게 적절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카푸치노는 세계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전쟁터를 피해 간 미국에서 산업이 크게 일어났는데, 1960년대부터 미국에서도 이탈리아 스타일로 머신을 갖추고 에스프레소를 제공하는 커피전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은 ‘카푸치노’라는 용어를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힘들어 ‘카페라테’라고 불렀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잘 다루지 못하면 우유 거품의 온도가 섭씨 70도를 넘어가 우유 비린내가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카푸치노에 시나몬 가루를 살짝 뿌려 비린내를 없애는 게 관례로 굳어지게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카푸치노를 만드는 방식이 지역마다 달라지자 2007년 이탈리아국립에스프레소연구소(NIIE)는 정통 카푸치노에 대한 기준을 선언했다. “우유 100mL를 가지고 25mL가량 거품을 낸 거품우유 125mL를 에스프레소(25mL)에 부어 용량 150mL 잔에 담아낸다. 이때 잔의 재질은 도자기이면 더욱 좋다”고 규정했다. 이렇게 하면 우유 거품이 흰 수염처럼 풍성한 게 아니라 미국식 카페라테와 비슷한 모양을 하게 된다.
플랫화이트
카페라테가 1980년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플랫화이트(Flat white)’로 변신했다. 플랫은 ‘평편하다’, 화이트는 ‘하얀빛 우유’를 의미하는데 에스프레소에 스팀으로 데운 우유를 섞어 만드는 방식은 카푸치노나 카페라테와 비슷하다. 다만 거품을 거의 내지 않아 잔의 윗면이 카페라테보다 더 평편하다.
플랫화이트를 만들 때 사용하는 에스프레소 양은 카푸치노·카페라테와 같은 25~30mL다. 하지만 잔의 크기가 120mL 정도로 카푸치노·카페라테의 절반 정도이기 때문에 섞이는 우유 양이 적다. 따라서 자연스레 에스프레소 맛이 더 강하게 부각된다. 카푸치노와 카페라테를 8온즈(237mL)쯤에 제공하는 커피전문점이 많은데, 플랫화이트는 통상 5.5온즈(163mL)짜리 잔에 담아낸다.
플랫화이트의 기원과 관련해 뉴질랜드에선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 바리스타가 카푸치노를 만들려고 했는데 우유 거품이 풍성하게 만들어지지 않아 손님에게 내놓지 못했다. 버리기가 아까워 자신이 마셨더니 에스프레소 맛이 강하게 드러나고 질감도 더 매력적이었다. 이 맛을 재현해 손님들에게 줬더니 반응이 더욱 좋았다. ‘실패한 카푸치노’에서 플랫화이트가 탄생한 셈이다.
라테 아트
커피와 우유의 만남에서 ‘라테 아트’를 빼놓을 순 없다. 라테 아트는 1980년대 중반 미국 시애틀에서 유래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카푸치노를 만들 때의 풍성한 거품으로는 문양을 나타내기 힘들다 보니 이탈리아에선 라테 아트가 탄생하지 못했다. 미국의 한 바리스타가 에스프레소에 거품우유를 붓다가 비중 차이로 우유가 위로 뜨면서 문양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수많은 연습 끝에 하트 모양을 그려 냈다. 예쁜 모양을 따라 하는 바리스타들이 늘어났고 손기술도 발전하면서 튤립·로제타 같은 보다 복잡한 모양도 만들 수 있게 됐다.
우유로 에스프레소 위에 문양을 그리기 위해서는 거품을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고, 이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잘 다뤄야 가능하다. 따라서 라테 아트는 바리스타의 숙련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인정받고 있다. 우유 거품이 농밀해야 문양이 잘 그려지고, 카페라테 맛도 혀에 감기듯 쫄깃해 좋다. 카페라테의 진화와 분화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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