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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 수어의 묵직한 울림이 있는 ‘우리 읍내’

입력 2023. 06. 09   16:38
업데이트 2023. 06. 0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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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공존하는 따뜻한 모습 담아
농인배우 2명·청인배우 14명 무대에
한글자막·음성해설 등 무장애공연

장애인을 가족과 친구로 둔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낸 연극 ‘우리 읍내’. 사진=국립극장
장애인을 가족과 친구로 둔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낸 연극 ‘우리 읍내’. 사진=국립극장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 연극 무대에 오른다.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우리 읍내’는 장애인을 가족과 친구로 둔 사람들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그려 낸 미국 극작가 손턴 와일더의 동명 희곡을 연출가 임도완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 시대·지역적 배경 역시 1900년대 초 미국 뉴햄프셔주의 작은 마을에서 1980년대 경북 울진군 평해읍으로 옮겨 왔다.

원작에서는 매일 담요공장의 기적소리가 울리고 텃밭에 옥수수·완두콩이 자라나는 전형적인 미국 시골 마을의 모습이 배경이지만, 이번 작품에선 마을회관에서 새마을 노래가 흘러나오고 텃밭에서는 상추와 패랭이가 자라나는 모습이 정겹기만 하다. 극 중 쌍둥이가 태어나자 ‘둘도 많다’며 산아제한 정책을 강조하는 장면은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대목이다.

작품은 총 3막으로 구성된다. 1막에서는 마을의 하루를, 2막은 성장과 결혼을, 3막에선 죽은 자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

또한 이 작품은 한글자막과 음성해설, 수어통역이 함께하는 무장애(배리어프리·Barrier-free) 공연으로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공연에는 농인(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배우 2명과 청인(음성언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비장애인) 배우 14명, 수어통역사 5명, 음성해설사 1명이 무대에 올라 누구나 겪는 일상과 시간에 따라 변해 가는 삶의 모습을 그려 낸다.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전지적 관점에서 극을 해설하는 무대감독 역은 연극배우 구본혁이 연기한다. 청각장애를 지닌 황현영 역은 농인 배우 박지영이 맡아 열연을 펼친다. 농인 예술단체 핸드스피크 소속 배우 김우경도 신문배달부 역과 무대감독의 수어통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임도완 연출가는 “음성언어나 수어, 어떤 형태든 언어를 알아듣는다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아닐 것”이라며 “각색 과정에서 농인 가족을 등장시켜 침묵이 흐르는 수어의 순간에 서로의 마음속 헤아림의 언어를 들려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공연 예매 및 안내는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로 하면 된다. 노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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