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K방산을 이끈 명품 무기이야기

함정의 ‘두뇌’ CMS…국내 기술 일취월장 동남아 넘어 세계로

김철환

입력 2023. 06. 05   17:09
업데이트 2023. 06. 0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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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리잘급 호위함과 군함 수출 <하> 

군함을 군함이게 하는 핵심 요소는 ‘전투체계(CMS·Combat Management System)’다. 세계 각국에서 군함을 도입할 때 전투체계 획득사업은 함정 건조와 분리된 별도의 사업으로 관리할 정도로 중요도를 높게 다루고 있다. 미 해군은 전투함 획득비의 절반 이상을 전투체계에 투입할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한화시스템이 필리핀 호위함 ‘호세리잘’급의 전투체계 탑재를 마중물로 함정 전투체계 수출을 급격히 확대하며 K방산의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철환 기자 


호세리잘함& HD현대중공업 제공
호세리잘함& HD현대중공업 제공

 

호세리잘급 안토니오 루나함 HD현대중공업 제공
호세리잘급 안토니오 루나함 HD현대중공업 제공



대한민국 해군이 검증한 전투체계

전투체계(CMS)는 함정 두뇌에 해당하는 대형 장비다. 함정에 탑재된 탐지, 무장, 항해 지원 장비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통합 전술상황 정보를 생성·공유한다. 지휘·무장 통제를 자동화해 전투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17년 필리핀 해군의 호세리잘급 호위함 2척의 전투체계 수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3척의 필리핀 해군 함정에 대한 전투체계 공급 계약을 맺었다. 

2019년 필리핀 3000톤급 호위함(DPCF) 3척의 전투체계 성능개량 사업, 2022년 필리핀 초계함(Corvette) 2척 전투체계 수출, 2023년 5월 원양초계함(OPV) 6척 전투체계 수출이 그것이다.

2017년 5월 한화시스템은 HD현대중공업과 필리핀 해군의 2600톤급 호위함 2척에 탑재할 전투체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이 국제적 대형 방산기업과 경합 끝에 호위함 건조를 수주한 것처럼 한화시스템 역시 해외 선진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계약에 성공했다.

당시 필리핀 국방부는 2000년대 이후 대한민국 해군의 모든 함정에서 작전 운용되며 충분히 입증된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화시스템은 우리 해군의 차기호위함 전투체계를 연구개발하면서 축적한 실적과 경험을 기반으로 2020년까지 3년6개월 동안 최신 함정전투체계 개발을 진행했다.

오늘날 필리핀 해군의 ‘간판 스타’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호세리잘’함과 ‘안토니오 루나’함에는 이때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FFX Batch-Ⅱ급의 전투체계가 탑재됐다.


2017년 한화시스템 필리핀 해군과 계약
2600톤급 호위함 2척에 전투체계 공급
표적 정밀 탐지·추적과 교전 시 무장 연동 

이후 3000톤급 호위함 등 후속 계약 체결
훈련센터 기증 등 지원 활동 수주에 도움 

40여 년 축적 기술 앞세워 수출 확대 모색

첨단 ICT+세계 표준 아키텍처 적용 강점
이스라엘과 글로벌 시장 진출 협력 추진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호세리잘급에 장착된 전투체계는 대공·대함·대잠·대지전용 3D 탐색·추적 레이다, 전자광학 추적 장비 및 전자전 장비 등의 센서를 장착해 표적 정밀 탐지와 추적, 위협평가가 가능하다. 아울러 76㎜ 함포, 대함·대공유도탄 및 어뢰 등의 무장과 연동해 지휘결심·교전 임무를 수행한다.

호세리잘급 호위함 전투체계 수출 계약을 맺을 당시 한화시스템은 2020년 1조5000억 원 규모로 예상되던 동남아시아 함정 전투체계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계약한 지 5년여가 흐른 2023년 현재 한화시스템의 포부는 전투체계의 필리핀 대량 수출로 현실이 됐다.


필리핀 보유 함정 성능개량 사업 수주

호세리잘함 진수식이 이뤄지고 석 달 후 2019년 8월 한화시스템은 필리핀 해군이 운용 중인 3000톤급 호위함 3척의 성능개량을 위해 전투체계를 공급하는 3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필리핀 국방부와 체결했다.

성능개량 대상인 델 필라르(Del Pilar)급 호위함은 미국 해안경비대가 운용하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필리핀에 3척을 공여한 해밀턴급 경비함이다. 해밀턴급 경비함은 냉전 시기에 운용돼 헬기 탑재는 물론 구축함 수준의 전투력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한화시스템은 당시 계약에서 전투체계뿐만 아니라 전자전 장비(ESM)와 음파탐지기(sonar)를 통합 공급하기로 했다. 또 기존에 설치된 76㎜ 함포를 비롯한 모든 무장과 신규 설치하는 3차원 탐색 레이다 등 센서를 연동·통합·시험하는 업무도 수행키로 해 사실상 핵심 성능개량을 책임지는 셈이었다.

3000톤급 호위함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화시스템은 필리핀 해군을 위한 전투체계 훈련센터 기증을 약속하고, 2021년 11월 완공식을 진행한 바 있다.

한화시스템의 함정 전투체계 구성도. 전투체계는 함정의 두뇌에 해당되는 장비로 군함이 가진 모든 역량을 통합해 최적의 전투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의 함정 전투체계 구성도. 전투체계는 함정의 두뇌에 해당되는 장비로 군함이 가진 모든 역량을 통합해 최적의 전투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한화시스템 제공



전투체계 훈련센터는 △이론교육장 △엔진장비실 △시뮬레이션 훈련장 △통제실 등으로 구성됐다. 한화시스템의 함정 전투체계 모의훈련 장비를 포함한 각종 모의 교육훈련 장비를 활용해 실제 함정에 승함하지 않고도 필리핀 해군 함정 승조원들은 지상에서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필리핀 해군력 증강을 위한 한화시스템의 진정성 있는 지원 활동은 초계함과 OPV 전투체계 수주로 이어졌다.

가장 최근의 OPV 수출계약 규모는 국산 함정 전투체계 2950만 달러(한화 약 390억 원)와 전투체계를 바탕으로 전술정보를 실시간 공유·전파하는 디지털 표준 통신체계인 전술데이터링크(TDL) 500만 달러(한화 약 66억 원)까지 총 3450만 달러(한화 약 456억 원)에 달한다.

장보고-Ⅲ 전투체계를 활용한 대잠전 모의 수행 장면. 한화시스템은 우리 해군의 다양한 함형의 전투체계를 개발·공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장보고-Ⅲ 전투체계를 활용한 대잠전 모의 수행 장면. 한화시스템은 우리 해군의 다양한 함형의 전투체계를 개발·공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연합작전 필수 전술데이터링크 통합기술 보유

한화시스템은 1980년대 우리 해군 초계함·호위함 등에 WSA-423 체계 탑재를 시작으로 40여 년간 함정 전투체계를 개발해왔다. 2000년 이후 20여 년 동안은 순수 자체 기술력으로 전투체계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이같이 오랜 기간 전투체계를 독자 개발해온 노하우를 토대로 센서·무장 등 각종 장비와의 연동 및 체계통합(SI)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우리 해군의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 다양한 수상·수중 함정의 전투체계를 공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는 대한민국의 앞선 정보통신(ICT) 기술은 물론 세계 표준의 오픈 아키텍처 기술을 적용해 연합·합동작전에 필수인 멀티 전술데이터링크(TDL) 통합기술을 보유한 게 강점이다.

지난해 2월에는 이스라엘 대표 방산기업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과 ‘함정 전투체계의 아시아 시장 수출을 위한 공동 마케팅 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한화시스템의 함정 전투체계·체계통합기술과 IAI의 함정 무장·센서 기술 등 각사가 보유한 기술력·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시장 진출 협력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수출 함정을 공급하는 국내 조선소와 협업으로 해외 고객에 대한 효과적인 후속 군수지원 제공이 가능하도록 전략적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향후 필리핀 해군의 현대화 계획에 따른 잠수함·고속정·대형상륙함 등 신형 함정 도입 사업에도 적극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또 필리핀을 필두로 동남아시아와 중동 수출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당사는 해외수출 함정에 선진국 수준의 기술 성숙도를 가진 전투체계를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라며 “K방산 경쟁력을 총동원해 함정 전투체계 해외 수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K방산 군함 수출 특화 3가지 전략
패키지·국산 함정 공유 확대·공급망 세계화

국내 조선업계는 군함 수출 확대를 위해 △함정 수출 패키지 전략 △국산 함정 공유 프로그램 확대 △활성화된 K방산 기반 공급망 세계화 등 3가지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함정 수출 패키지의 경우 수출용 표준선을 개발해 대량으로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수요가 있는 OPV 표준선을 톤수별로 다양하게 개발한 후 이를 기반으로 구매국의 요구를 적절히 반영해 개발비를 절감하고, 양산 물량을 늘려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동일한 함형의 수요 국가를 패키지로 묶어 공동 개발·양산하는 국제공동연구개발도 이러한 전략의 하나다.

선도함 국내 건조 후 현지 양산을 포함해 함정 건조 기술이전을 병행하는 수출 대상국과의 협력, 완제품 수출 시에는 무기체계뿐만 아니라 정부의 품질보증, 교육훈련 장비, 수리부속까지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안도 수출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HD현대중공업이 제안하고 있는 원양초계함(OPV) 표준선 이미지. 조선 업계에서는 수출용 표준선을 톤수별로 다양하게 개발해 대량으로 공급하는 전략을 통해 군함 수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이 제안하고 있는 원양초계함(OPV) 표준선 이미지. 조선 업계에서는 수출용 표준선을 톤수별로 다양하게 개발해 대량으로 공급하는 전략을 통해 군함 수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제공



국산 함정 공유 프로그램은 함정 공여를 받은 국가가 잠재적 함정 구매국이 될 수 있다는 전략이다.

대한민국 해군은 선령 30년을 넘긴 함정부터 퇴역시켜 함정 인도를 희망하는 국가에 양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1993년부터 지금까지 11개 국가에 초계함 8척과 고속정 29척 등 총 44척의 함정을 공여했다.

실제 오늘날 대한민국의 주요 군함 수출국인 필리핀도 우리나라에서 퇴역한 초계함 등 다수의 함정을 양도받아 운용 중인 국가다.

조선업계에서는 함정 공유 프로그램이 국산 함정 기반의 상호운용성 확대로 수출 수요 창출은 물론 방산동맹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산업과 함께 관련 공급망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활성화됐고, 함정 건조 분야 역시 같은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강력한 조선 분야 공급망은 군함 건조에 매우 유리한 환경적 조건이며, 짧은 기간에 구축하기 어려운 독보적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한민국이 개발한 표준화된 함정을 많은 나라가 운용할 때 이러한 공급망을 활용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면서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하면서 현지 함정 건조 기반을 갖춘 국가와의 공급망 벨트화로 조선사를 넘어 협력업체에도 새로운 활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철환 기자 < Droid00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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