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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 위협 대응에 초점…돈줄 막아 개발 어렵게

입력 2023. 06. 02   17:07
업데이트 2023. 06. 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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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의 영역 확장 : 사이버안보분야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과제

공동성명서 SCCF 체결 후 협력 구체화
자금세탁·가상자산 탈취 등 차단하기로
상호 위협 인식 지속하며 긴밀히 공조
북 미사일 발사 전 교란·파괴 작전 부각

에너지·금융 등 국가 기반 시설 포함
우주 분야 연계한 협력도 강화 전망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70주년을 맞는 한미 동맹이 진화하고 있다. 지난 4월 26일 미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이버 공간으로 동맹의 영역을 확장했다. 공동성명에서 “동맹이 사이버 공간에 적용된다는 것을 인식했으며, 한미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미 동맹이 사이버 ‘영역’으로 진화했다는 뜻이다.

양국 정상은 바로 행동에 나섰다.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SCCF)’를 채택했다. △사이버 적대세력 억지에 관한 협력을 확대 △핵심 기반시설의 사이버안보를 증진 △사이버 범죄에 대처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보호 등 협력의 범위·원칙·체계를 구체화했다.

한미 사이버 동맹은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둔다.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지원하는 사이버 불법 활동을 차단하기로 했다. 공동선언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자금을 조달하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우려를 표명했다.

양국은 SCCF에서 “자금세탁, 가상자산 탈취를 포함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악성 활동을 탐지?억지?와해하기 위해 협력하고,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정보공유를 지속한다”고 했다. 돈줄을 막아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어렵게 한다는 뜻이다.

사이버 협력 강화 과정과 SCCF 주요 내용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양국의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국가 배후의 사이버 공격 등을 포함해 북한으로부터의 다양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거둔 성과는 적지 않다. 석달 뒤 8월 한미 사이버작전사령부는 ‘한미 간 사이버 작전 분야 협력과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9월 개최한 제3차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는 사이버 위협에 대한 한미 공조 강화를 약속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한 달 뒤 10월 한국 사이버작전사령부는 미국 사이버사령부가 주최한 ‘사이버 프래그(Cyber Flag) 훈련’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12월에는 ‘제6차 한미 사이버정책협의회’를 열어 관련 협의를 지속했다. 양국은 앞으로 상호 위협 인식을 지속하며 연구와 훈련 등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예정이다.

최근 하이브리드 전쟁 양상을 보면 사이버 선제공격 후 물리적 전쟁을 시작한다. 북한이 기습적인 남침을 앞두고 한미 연합군에 대규모·동시적 사이버 공격에 나선다고 전망하는 배경이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국가 기반 시설도 표적으로 노릴 수 있다. 따라서 이번 SSCF에서 “악의적인 사이버활동 방어를 위한 대비를 포함해 에너지·금융 분야와 같은 핵심 국가 기반 시설 보호를 위한 핵심기술 연구?개발에 협력한다”며 대응 방향을 정했다.

한미는 빈틈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위기에 대응하는 공동의 노력과 협력도 중요하다. SCCF는 “국익 또는 핵심 기반 시설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이버 사고가 발생한 경우, 긴밀한 양국 간 협의와 정보 공유를 통해 조율된 행동 또는 병행 대응 조치를 적절히 실행한다”며 협력의 원칙도 제시했다.

SCCF에서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군사적 조치도 예상된다. 북핵 대응 측면에서는 미사일 발사 전에 이를 교란·파괴하는 ‘발사 왼편 전략(Left of Launch)’ 등 선제적 및 비물리적 군사 작전의 필요성과 실행 가능성이 부각받는다. 북한 사이버 취약성을 식별하고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은 상호 정보 및 인식을 공유하고, 특화된 역량을 통합 운용해야 한다. 또한, 연합·합동작전 계획을 수립할 때 사이버 및 전자전 차원에서 △상황 공유와 인식 △임무와 표적식별 △결심 및 전력 운용 등 전 영역 협력도 필요하다.

융합안보 시대 사이버 협력의 중요성

‘융합안보 시대’를 맞아 한미 동맹 발전 필요성도 확인된다. 특히 초연결 시대는 더욱 치명적인 안보 위협을 내포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기존 통신기술을 넘어서는 초고속·초저지연·초고용량 데이터 송수신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사이버 침해에 따른 치명적인 안보 위협 가능성도 우려된다. 미래전쟁에서는 사이버와 전자전 효과를 병행하는 통합작전을 요구한다. 이처럼 초연결 시대에는 지휘통제망·무기체계망·기반체계망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군사적 중추기능이 마비될 취약성을 내포한다.

한미 연합군은 높은 수준의 연합 작전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유·무선 체계(지휘·통제·정보·통신 등)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무기체계 상호운용성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사이버 영역에서의 상호 의존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사이버 침해가 발생할 경우 다양한 영역으로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배경이다.

이처럼 국방 영역에서 과학·기술이 고도화하면서 한미는 사이버 영역에서의 상호운용성이 더욱 점증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국방 및 안보 전반 영역에서 의존성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은 최근 우주 분야 능력을 늘려가고 있다. 한미는 우주 영역에서도 협력을 촉진한다고 전망하는 배경이다.

우주 분야 협력에서도 사이버 차원 협력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한미는 우주 감시를 비롯해 양자 통신과 사이버 등 우주 분야와 연계한 협력을 강화한다고 전망할 수 있다. 우주 자산 활용이 증대할수록 사이버 통제권이 중요하다. 우주가 중요한 만큼 사이버 분야 의존도 역시 비례해 늘어난다.

‘전략 동맹’과 ‘사이버 동맹’

한미 사이버 협력은 2000년대 초반 이후 한동안 초국적 사이버 범죄 대응에 초점을 맞췄었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기 시작하면서 협력의 대상과 수준이 변했다.

미국이 올해 5년 만에 개정한 국가사이버전략(NCS)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NCS는 “미·중 전략 경쟁과 진영 대립이 사이버 공간에서도 심화하는 상황을 반영해 큰 틀에서 주요 기반 시설 보호 체계 강화, 국제협력을 통한 위협 국가 대응 활동 강화, 신기술 도래로 인한 미래 대비에 방점을 둔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사이버 전략은 인도·태평양 전략과 공통적인 위협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미국은 인·태전략을 통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으로 △자유롭고 개방된 △연결된 △번영하는 △안전한 △회복력 있는 인도·태평양을 구축하려 한다.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 협력체계에서는 이미 중국 배제라는 공통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사이버 영역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는 동맹국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한미 양국 정상이 발표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에도 이러한 기대가 담겨있다. 당시 정상회담에서 ‘디지털 권위주의’에 대응하는 ‘개방적인 인터넷’을 강조하면서 투명하며 안전한 5G 및 6G 네트워크 장비와 구조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달 SCCF에서도 개방성을 강조했다. “개방되고, 상호운용이 가능하며,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터넷과 안정적인 사이버공간을 증진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명시했다. 한국과 미국은 가치를 공유한다. 다층적 위협에 대응해 상호 국익을 극대화하는 동맹 발전을 추구한다. 사이버 영역에서 한미 동맹의 진화는 계속될 예정이다.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박용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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