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곡예비행 탄성
사인회장 관람객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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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릿 나우! 나우! 나우!” 1번기 조종사이자 리더인 양은호 소령의 무전이 울려 퍼지자 창공을 누비던 ‘검은 독수리’들이 일제히 연막을 뿜어내며 태풍 모양으로 급강하했다. 곡예비행의 끝을 알리는 고난도 ‘토네이도 랜딩(Tornado Landing)’을 바라본 관람객들은 커다란 환호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Black Eagles)가 대한민국 공군의 강력한 힘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켰다. 블랙이글스는 지난 26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국제해양·항공전시회(LIMA)’ 에어쇼의 일반 관람객 공개 행사인 퍼블릭 데이(Public Day)에 현란한 곡예비행을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랑카위에서 글=맹수열/사진=한재호 기자
퍼블릭 데이 첫날 블랙이글스는 각국 비행팀 가운데 가장 먼저 비행에 나섰다. 관람객들 뒤에서 연막을 뿜으며 인사한 블랙이글스는 곧바로 비행 콘셉트를 정했다. 무전기 너머로 들려온 것은 “하이 쇼(High Show)!”. 다소 변수가 있음에도 수많은 관람객에게 가장 화려한 비행을 선보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고공으로 급상승한 블랙이글스의 T-50B 항공기는 한 치 오차도 없이 펜타·카나드·이글·빅 애로 대형 등 환상의 팀워크를 펼쳐 보였다.
모두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전반부 기동에 이어 1~4대가 소그룹으로 움직이는 후반기 기동에 들어갔다. 이 순간 말레이시아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활주로 옆으로 퍼져 있던 비구름이 점차 몰려오기 시작한 것. 하지만 이미 수많은 비행으로 경험을 쌓은 블랙이글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로 기동’으로 전환했다.
고도만 달라졌을 뿐 블랙이글스의 현란한 비행은 계속됐다. 신호에 맞춰 저공에서 360도 회전하는 본 톤 룰(Bon Ton Roulle), 아슬아슬한 더블 크로스(Double Cross),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의 발톱처럼 고공에서 급강하하는 이글 스내치(Eagle Snatch) 등이 쉴 틈 없이 이어지자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대미를 장식한 토네이도 랜딩을 끝으로 활주로에 안착한 조종사들은 뜨거운 성원을 보내준 관람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특히 캐노피가 열리자 나부끼는 태극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항공기에서 내린 조종사들은 주최국인 말레이시아 국기와 태극기를 들어 보이며 관람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관람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미라(Mira)라고 이름을 밝힌 말레이시아 여성은 “정말 환상적인 무대였다. 평소 한국을 좋아했는데, 블랙이글스를 보며 더 호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온 10살 나시르(Nasir) 군은 “다음 비행을 앞둔 인도네시아 비행팀과 블랙이글스 중 누가 멋지냐?”는 기자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둘 다(Both)”라는 현답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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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이후 열린 사인회에서도 블랙이글스의 인기는 뜨거웠다. 사인회장에는 다툭 하지 하스비 빈 하지 하비볼라(Datuk Haji Hasbi bin Haji Habibollah) 말레이시아 교통부 부장관 등 고위급 인사와 일반 관람객들이 긴 행렬을 이루며 블랙이글스 조종사와의 만남을 기다렸다.
사인회장에 들어선 이들은 조종사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기념품·사인을 받으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조종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 말레이시아인 누리나(Nurina) 씨는 “빙글빙글 도는 비행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조종사들을 실제로 보니 젠틀(Gentle)한 얼굴이라 놀랐다”며 웃어 보였다. 하스비 부장관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시간을 마련해 준 블랙이글스에게 감사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시종일관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고 팬 서비스를 마친 블랙이글스 조종사들은 완벽한 다음 비행을 다짐했다. 6번기 조종사 이호성 소령은 “관람객들이 정말 좋아해 줘서 조금 놀랐다. 이런 기쁜 마음과 성원을 잊지 않고 모든 비행에서 멋진 모습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블랙이글스 조종사·정비사 인터뷰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만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장병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는 ‘자부심’이었다. 블랙이글스라는 한 부대를 넘어 공군과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긍지가 한마디 한마디에서 묻어 나왔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다시 한번 드높인 블랙이글스 팀원들의 애환과 자부심을 들어봤다.
블랙이글스 4번기 조종사 김기혁 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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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기상도 변했고, 생각보다 보완할 점도 있었지만 잘 대처한 것 같습니다.” 이번 에어쇼에서 4번기를 맡은 김기혁 대위는 아찔한 곡예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여전히 “더욱 완벽한 비행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김 대위는 이번 에어쇼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더위와 악기상을 꼽았다. “대기 단계부터 더워서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습니다. 비행을 하면서 땀도 많이 났죠. 특히 헬멧 안에서 눈에 땀이 차면 닦아낼 방법도 없습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밖에서 보는 화려한 비행의 이면에는 조종사들의 치열한 노력이 숨어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비행을 종료한 뒤에 찾아오는 안도감과 성취감은 말로 할 수 없다고 한다. 특히 그는 최근 ‘K방산’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시장에서 각광받는 방위산업 수출에 블랙이글스가 큰 몫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K방산 관련 영상 자료에 블랙이글스 비행이 빠지지 않더라고요. 우리의 비행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방산 수출에 일조하고 있다는 점이 뿌듯합니다.”
지난 23일 말레이시아 공군이 FA-50 전투기를 최종 계약하는 과정에도 같은 플랫폼인 T-50B 항공기를 운용하는 블랙이글스가 단단히 한몫했다. ‘군사 외교관’ 역할도 하는 블랙이글스답게 김 대위는 조종사 입장에서 본 국산 항공기의 장점을 설명했다.
“T-50B의 가장 큰 장점은 조종이 쉬워 기량을 훨씬 잘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종이 편해야 무장 등 다른 요소에도 쉽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플랫폼으로 전투기, 항공기, 훈련기 등 여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인터뷰 중에도 김 대위의 시선은 다음 비행으로 향해 있었다. 그는 “관람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다”면서 “앞으로도 세계에 블랙이글스의 명성을 드높일 수 있도록 매 비행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블랙이글스 6번기 정비기장 장명국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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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블랙이글스는 많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러나 조금 더 공군과 대한민국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공군에 대한 믿음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저 역시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장명국 상사는 블랙이글스 6번기가 이륙부터 착륙까지 모든 과정에서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가장 먼저 활주로로 나와 가장 늦게 들어가는 정비요원으로서 장 상사의 긍지는 대단했다.
“무엇보다 블랙이글스 일원으로서 에어쇼 무대를 누비면서 국위를 선양한다는 자부심이 생기게 됐죠. 특히 가족들이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볼 수 있다는 점이 뿌듯합니다. 우리의 강한 공군력을 보여주고 그것을 많은 사람이 알아주는 것, 그보다 즐거운 일이 있을까요?”
올해로 18년째 공군에서 항공기를 정비하고 있는 베테랑인 장 상사는 T-50B가 가진 정비의 용이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항공기는 매뉴얼이 영어로 제작돼 많은 공부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T-50B는 한글 매뉴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적응이 쉽죠. 국산 항공기라 부품 역시 국내에서 생산되다 보니 부품 수급 역시 더 빠릅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많은 에어쇼를 경험한 장 상사지만, 그는 블랙이글스가 더 많은 기회를 잡기를 바라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동안 에어쇼에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블랙이글스의 비행은 그 자체로 국위 선양과 방산 수출로 이어진다고 확신합니다. 더 많은 비행으로 세계인들에게 우리 공군, 국산 항공기를 홍보하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군참모총장, LIMA서 군사·방산 외교
임무 현황 보고 받고 장병들과 간담회
“우리 기술로 만든 신형 상륙함 첫 참가 해양방산 능력과 해군력 널리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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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이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열린 ‘국제해양·항공전시회(LIMA)’에 4900톤급 상륙함(LST-Ⅱ) 노적봉함을 보내 군사외교 활동과 해양방위산업 수출을 지원했다. 이종호 해군참모총장도 현지를 찾아 임무수행에 여념이 없는 장병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군사·방산외교 활동을 펼쳤다.
노적봉함은 지난 23일 랑카위 근해에서 열린 말레이시아 총리 주관 국제 관함식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24~27일 함정 공개 행사를 했다.
노적봉함은 함정에 방산홍보 모형을 전시하고, 홍보영상을 상영하는 등 우리 방산기업의 수출 활동을 도왔다. 24일 저녁에는 말레이시아 정부·해군 관계자, 교민 등을 초청한 함상 리셉션에서 ‘K방산’과 해군의 우수성을 홍보했다. 25일에도 말레이시아 정부 고위급 인사와 해군참모총장 등 외국군을 대상으로 해양방위산업 능력을 설명했다.
이 총장은 26일 노적봉함에서 임무 현황을 보고받고 장병들과 소통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장은 “대한민국과 우리 군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으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며 “우리 기술로 만든 신형 상륙함이 처음 참가한 만큼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해양방위산업 능력과 해군력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총장은 방산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마수리 국제 전시센터의 우리 해양방산기업 부스를 방문해 외국 주요 관계자들과 방산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밖에도 아펜디 부앙(공군대장) 말레이시아 합참의장, 압둘 라만(대장) 해군참모총장과 국방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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