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해군·해병대

일·육아 다 잡는 ‘슈퍼 맘’ 나라와 아이 함께 지킬 겁니다

입력 2023. 05. 26   17:21
업데이트 2023. 05. 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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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승조원 다자녀 엄마’ 해군5기뢰/상륙전단 박랑은 소령

해군서 반려자 만나 사랑의 결실
3차 인공수정 끝에 쌍둥이 출산
셋째까지 겹경사…다둥이 가족으로
함정 근무하며 육아 부담됐지만
일·가정 양립 제도 덕 두 토끼 잡아
“후배 여군의 나침반 역할 하고파”

해군5기뢰/상륙전단 52기뢰전대 박랑은(뒷줄 오른쪽) 소령과 남편 박성운 씨, 세 자녀 다윤·하윤·라윤이가 박 소령이 근무하는 남포함 앞에서 하트를 만들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해군5기뢰/상륙전단 52기뢰전대 박랑은(뒷줄 오른쪽) 소령과 남편 박성운 씨, 세 자녀 다윤·하윤·라윤이가 박 소령이 근무하는 남포함 앞에서 하트를 만들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365일 24시간 출동 대기, 장기 항해, 불규칙한 출퇴근 시간…. 밤낮없이 조국 수호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는 군인들이 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특히 ‘엄마’로서 자녀를 키워야 하는 여군에게 육아 문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다. 출동이 잦은 함정 승조원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해군5기뢰/상륙전단 52기뢰전대 3000톤급 기뢰부설함(MLS-Ⅱ) 남포함에 근무하는 박랑은(39) 소령도 그중 한 명이다. 함정 근무를 하며 육아를 병행하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인 ‘슈퍼 맘’의 사연을 소개한다.  글=조아미 기자/사진=부대 제공


같은 함정에서 만남 남편…알아갈수록 호감

박 소령은 어릴 때부터 군인을 동경해 왔다. 그러다 한국해양대학교에서 해군 장교로 임관하는 선배들을 보며 장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고, 2006년 7월 1일 임관하면서 꿈을 이뤘다. 현재는 남포함에서 기관장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의 남편 박성운(예비역 해군중사·40) 씨와는 같은 함정에서 근무한 인연이 있다. 두 사람은 박 소령이 임관 후 배치받은 4400톤급 구축함(DDH-Ⅱ) 왕건함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2010년 4200톤급 군수지원함(AOE) 대청함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남편을 제대로 보게 됐다고.

“다시 만나 근무하게 됐을 때 정말 반가웠어요. 알아갈수록 진중한 모습에 호감이 가더라고요.”

시간이 지나 남편은 해군에서 익힌 전문성을 살려 전기·통신·전자·철도 등 4개의 기능장을 취득했다. 2011년 군문을 나선 그는 현재 국방과학연구소 창원시험장에서 계측시험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후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한 둘은 박 소령이 2012년 3개월간 순항훈련을 다녀오면서부터 더욱 애틋해졌다. 당시 남편이 박 소령 친정 대소사를 살뜰히 챙겼고, 친정 부모님이 남편에게 반해버린 것. 이후 친정 부모님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두 사람은 2013년 5월 결혼에 골인했다.


주말부부하며 전쟁 같은 육아

결혼은 했지만 남편은 충남 태안에서, 박 소령은 경남 진해와 경기 평택 등으로 이동근무를 하며 주말부부를 이어갔다. 부부는 내심 아이를 기대했지만, 임신에 실패하자 인공수정을 시도했다.

박 소령은 “주말부부를 하며 병원 진료와 인공수정 시술을 하는 게 시간적으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며 “3차 시도 끝에 소중한 쌍둥이를 품에 안았다”고 회상했다.

2017년 7월 부부는 이란성 쌍둥이 첫째 딸 다윤(5)이와 둘째 아들 하윤이를 결혼 4년 만에 얻었다. 기쁨도 잠시, 부부는 곧바로 ‘전쟁 같은’ 육아에 돌입해야 했다.

“보채는 딸은 업고, 우는 아들은 안으며 허둥지둥하기 일쑤였어요. ‘두 명’이라고 ‘두 배’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남편은 매주 금요일 밤 태안에서 진해까지 차로 5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왔어요. 꼬박 육아를 함께 하다 다시 월요일 새벽 3시쯤 출근했고요. 남편의 많은 배려가 힘든 시간 큰 힘이 됐습니다.”

쌍둥이 육아의 매운맛(?)을 봤다면 더 이상 자녀 욕심은 없을 법도 한데, 이들에게 다시 천사가 찾아왔다. 부부는 2020년 8월 셋째 딸 라윤(2)이를 얻으면서 다둥이 가정 대열에 합류했다.


남편·돌봄 선생님·시어머니 등 큰 힘

박 소령은 새벽 5시30분 기상으로 하루를 연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 셋의 가방을 챙기고,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오전 6시30분쯤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선다. 정부 지원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해 돌봄 선생님이 박 소령 출근 이후 아이들을 돌본다.

남편이 강원도 철원군으로 3개월 파견근무를 가 있어 경남 통영에 사는 시어머니가 주중에 아이들을 함께 돌봐 준다. 오후 5시 넘어 박 소령의 일과가 끝나고, 창원에 있는 집으로 돌아오면 저녁 7시. 퇴근은 했지만 사실상 육아 출근의 시작인 셈.

“함정 근무로 출동이 잦고, 남편도 전방 지역에 있어 일하면서 육아가 부담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군의 각종 지원 제도와 돌봄 선생님, 어린이집, 시어머님 도움 등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가 저는 근무에 전념할 수 있어요.”

실제로 박 소령은 군의 일-가정 양립 제도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육아휴직은 물론 육아시간 사용, 자녀 돌봄 휴가, 다자녀 당직 면제 등 육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는 “보통 군인은 나라를 지키고, 부모는 아이를 지킨다고 하죠. 저는 해군 엄마로서 나라와 아이 모두를 지킨다는 것에 자부심과 뿌듯함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박 소령은 태권도·합기도 무도 단증뿐만 아니라 정보처리기능사 등 보유한 자격증만 7개다. 자기 계발에 보육원 봉사활동, 30회 이상 헌혈 등 사랑 나눔까지 활발히 펼치는 그야말로 ‘슈퍼 맘’이다.

김대기(대령) 남포함장은 “박 소령은 다자녀임에도 부여된 임무완수에 최선을 다할 뿐만 아니라 엄마 역할도 훌륭히 해내고 있다”며 “군인으로서 강한 전투력, 군복에 대한 자부심은 그 가족까지 해군의 일원으로 만드는 것 같다”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멀리 철원에서 남편의 응원 메시지도 도착했다. “당신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는 남편이 되겠습니다. 언제나 당신 곁에서 항상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어요. 당신은 훌륭한 엄마이자, 사랑스러운 아내입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끝으로 박 소령은 군 생활의 다짐을 전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시대에 맞는 전문성과 역량을 강화하며, 모범을 보이는 상급자가 되고 싶습니다. 더불어 후배 여군들에게 저의 군 생활이 나침반이 되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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