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우주산업 G7 진입…민간 중심 우주시대 열렸다

입력 2023. 05. 26   17:22
업데이트 2023. 05. 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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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3차 발사 성공 의미와 과제 

조 홍 제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책임연구위원·우주법 박사
조 홍 제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책임연구위원·우주법 박사


지난 25일 오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첫 실전 발사에 성공했다. 누리호는 이날 오후 6시24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위성 8기(주탑재위성 1기, 큐브위성 7기)를 싣고 발사돼 4분5초 뒤 2단을 성공적으로 분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발사 성공 후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 주요 7개국(G7)에 들어갔음을 선언하는 쾌거”라고 밝혔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1·2차 발사 때 더미 위성이나 성능검증 위성을 탑재했던 것과 달리 실제위성을 탑재한 최초의 발사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의 주도적 참여로 이뤄진 실전 발사 성공은 민간 중심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게 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체계종합기업’으로서 발사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누리호에 실린 여타 실용급 위성은 국내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제작하였다. 1993년 최초로 위성을 발사 한 후 우리는 30여 년이 지난 2023년 우리 손으로 제작한 발사체에 우리 기업과 민간연구소가 제작한 위성을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실로 기슴 벅찬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우주개발은 특정 국가의 전유물이 아닌 인류의 새로운 도전 영역이 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한미정상회담과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과 우주 분야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오늘날 한반도 상공을 통과하는 인공위성은 8000개 이상이다. 이 중 많은 위성들이 감시정찰위성이다. 1957년 스푸트니크(Sputnik) l호 발사 이후 6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우주는 군사적·상업적 측면에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본격적으로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실용급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첫 사례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본격적으로 차세대소형위성 2호 1기와 큐브위성 7기 등 실용급 위성을 탑재해 발사하는 첫 사례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현대 군사력 대부분 우주자산에 의존

지난 1991년 발발한 걸프전을 비롯한 오늘날 대부분의 군사력은 우주자산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걸프전 기간 동안 우주력은 군사력의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위성은 전장 감시, 목표물 타격의 정확도 향상은 물론 정찰·통신·항법 그리고 미사일 조기경보 등을 제공함으로써 미 국방부가 요구하는 전투력 강화에 기여했다.

걸프전에 대해 미국의 한 장교는 “우리는 전쟁 기간 동안 모든 것을 듣고, 보고, 말할 수 있었지만 수 시간 후 사담 후세인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위성정보의 중요성이 입증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중계하기 위해 글로벌 위성업체인 맥사 테크놀러지, 플래닛 랩스, 카펠라 스페이스 등은 보유한 위성으로 촬영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언론 등에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위성정보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견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은 SNS 등을 통해 공개되는 상업적 위성정보로 전쟁 상황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보 수집, 지휘 통제, 정밀 타격, 기상 관측 등의 분야에서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위성을 비롯한 우주 자산에 의존하고 있다. 병법의 기본원리인 선견(先見)·선결(先決)·선타(先打)라는 측면에서 명확한 위성정보의 활용은 현대전을 비롯한 미래전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자체 제작한 한국형 발사체의 성공적 발사는 국방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타국에 공개하기 힘든 위성을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위성 발사 대행을 하는 나라는 미국·러시아·유럽·일본·중국·인도 등 소수에 불과하다. 더구나 우리의 안보 목적의 위성 발사를 특정 국가에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위성에는 미국 기술이 들어가 있어 미국이 우주 기술 수출을 금지한 특정 국가에서 발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위성의 발사 및 운영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오늘날 많은 국가들은 대형 위성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위성정보의 성패는 영상정보의 질과 촬영 방식 그리고 재방문 주기에 달려 있다. 즉, 아무리 많은 양의 정보를 촬영하더라도 영상정보의 해상도가 낮다면 정보의 가치는 줄어들 것이다. 또한, 위성의 특성상 지구의 특정 지점을 촬영하는 것은 위성의 방문 주기에 좌우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악천후나 야간에는 카메라를 활용하는 전자광학 방식보다는 레이다 방식에 의한 촬영이 더욱 효과적이다.

또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격언도 있다. 유사시 대형 위성이 적 공격으로 기능이 저하되거나 신속하게 기능을 복구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각국의 우주군사전략에서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조하기도 한다. 아울러 적 공격으로부터 위성 공격을 받을 위험을 최소화하고 공격을 받더라도 신속하게 대체 위성을 발사, 활용하기 위해서는 소형군집위성을 활용하는 방안이 적절한 전략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미국의 국방연구소(DARPA)와 공군은 최근 미국 대학의 소형위성 개발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미래전에서도 전쟁 승패의 핵심은 바로 뛰어난 정보획득 능력이며, 이것은 빠른 응답 속도가 전제돼야 한다. 이러한 개념이 소형위성 개발의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 비춰 볼 때 이번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호에 탑재돼 발사된 8기의 위성은 안보적 측면에서 시사하는 점이 크다. 특히, 뉴스페이스 시대에 발사비용을 절감하고 실패에 대한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저비용의, 가성비 높은 상업용 발사체와 저고도 소형군집위성의 개발과 활용이 필수적이다.

우주 개발의 후발주자이면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이라는 위협 세력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미국·중국·러시아 등과 같은 우주 선진국과 다른 방식으로 우주 개발과 국방우주력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감시정찰 위성이 관심 지역을 더 자주 지나도록 하고, 위성수명에 대한 부담감을 덜기 위해서는 더 많은 위성을 더 낮은 가격으로 발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누리호 3호에 탑재돼 550㎞ 저고도로 발사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소형위성은 그 의미가 크다.

이 위성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영상레이다를 통해 우리나라 산림 생태 변화와 해양 오염, 북극 해빙 변화를 탐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리고 악천후나 야간에는 촬영이 어려웠던 기존 장비의 단점도 개선됐다. 영상레이다를 통해 주간이나 야간 구름이 낀 상황에서도 지상 관측이 가능해졌다.

또한, 누리호에는 10㎏ 미만의 큐브위성도 7기가 실렸다. 아울러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도요샛은 4기가 한 쌍으로 비행한다. 앞으로 수행될 4~6차 발사에서도 민간의 참여 폭을 확대해 위성 제작과 발사 서비스부터 우주 탐사, 우주 자원 활용까지 전 분야를 아우르는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해내야 할 것이다.


꾸준한 신뢰성·경제성 확보 방안 서둘러야

이러한 민·관·군 참여 방식을 통해 기존의 국가나 정부 주도의 올드스페이스가 아니라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민간의 우수한 기술력과 상업적 투자를 통해 우주기반을 강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국가안보의 지평을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번 발사 성공은 뉴스페이스 시대의 출발점이자, 한국의 우주능력을 과시한 계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우리나라 발사체 비용은 스페이스X 펠콘 제작 비용의 40배 이상이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우주발사체 능력의 우수성이 입증됐지만 지속적으로 신뢰성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더욱 시급한 시점이다. 아울러 민간의 상업적 우주자산을 안보 목적과 연계할 수 있는 대안도 모색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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