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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상승시기에 단행… 팬들 명분·당위성 요구 반발

입력 2023. 05. 17   15:42
업데이트 2023. 05. 1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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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의 스포츠in - 한화 수베로 감독 경질 ‘후폭풍’

4월 6연패 때만 해도 퇴진 불가피
이달 5승 1패 상승세 타던 중 발표

수베로 감독 여러 시행착오 겪었지만
리빌딩 기조 맞게 유망주 발굴 육성

새 구단주 오면서 조금씩 의견 차
외국인 선수 투타에서 부진도 한몫
일부 팬 프런트 비판 트럭시위도

한화가 지난 11일 삼성전에서 승리하며 3년 만에 위닝시리즈를 달성한 날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자 일부 팬들이 구단 프런트를 비판하는 트럭시위를 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가 지난 11일 삼성전에서 승리하며 3년 만에 위닝시리즈를 달성한 날 수베로 감독을 경질하자 일부 팬들이 구단 프런트를 비판하는 트럭시위를 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한화 이글스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경질 후폭풍을 겪고 있다.

지난 11일 삼성전을 4-0 승리로 마무리하며 3년 만에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던 한화는 경기 후 보도자료를 통해 수베로 감독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퓨처스 감독인 최원호를 제13대 감독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최원호 감독은 이번달 12일부터 한화 사령탑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한화 팬들은 수베로 감독 경질 타이밍과 구단 프런트의 안이한 처사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에서 구단 프런트를 비판하는 ‘트럭 시위’를 벌였으며 21일까지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등에서도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들은 단순히 수베로 감독의 경질만 문제 삼지 않는다. 잇따른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 등에 대해 손혁 단장을 비롯한 구단 프런트가 책임을 지지 않고 2021시즌부터 팀을 이끌었던 외국인 감독과 코치들을 경질하는 걸로 책임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화가 6경기 5승 1패로 기세가 좋았던 시점에 감독을 자른 것도 부적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는 2020시즌이 종료된 후 대거 베테랑 선수들을 정리하면서 ‘리빌딩(스포츠 팀에서 전력 보강을 위해 기존 선수를 방출하거나 새 선수를 기용하는 일)’을 앞세웠다. 이후 수베로 감독을 신임 사령탑에 선임했지만 2020시즌 포함 3년 연속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리빌딩을 주도했던 정민철 전 단장이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났다.

수베로 감독은 팀의 기조인 ‘리빌딩’에 맞게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유망주들을 발굴, 육성했고, 나이 어린 선수들의 더딘 성장을 위해 기다림을 내세웠다. 하지만 새로 선임된 손혁 단장과 조금씩 의견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손 단장은 수베로 감독의 부임 3년 차인 올시즌에는 기존의 리빌딩이나 실험적인 야구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의 결과를 내기 바랐던 것이다.

한화가 지난 4월 6연패에 빠졌을 때만 해도 수베로 감독의 퇴진이 불가피해 보였다. 실제 구단 내부에서도 수베로 감독의 경질론이 대두됐고 그룹 고위층에서도 감독 경질 관련해 논의 중이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5월 들어 한화가 5승1패의 상승세를 탔고, 그룹에서 감독 경질로 결정이 난 시점이 ‘하필이면’ 상승세의 시기와 맞물렸다.

수베로 감독이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었던 여러 가지 이유 중에는 외국인 선수의 부진도 한몫했다. 한화는 2023시즌을 앞두고 연봉 총액 100만 달러에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와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버치 스미스는 지난달 1일 키움과의 개막전에서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3이닝을 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병원 검진에서 근육 미세 손상 소견을 받은 스미스는 개막전 등판 이후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하다 지난달 19일 웨이버 공시로 방출됐고, 잔여 연봉도 모두 챙겼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타자인 브라이언 오그레디의 부진이다. 오그레디는 올 시즌 연봉 9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 출신이라 한국 야구에도 금세 적응할 거란 예상이 있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오그레디는 16일 현재 20경기에 나서 타율 0.122(74타수 9안타) 8타점을 기록했다. 홈런 타자 유형이라던 그는 지금까지 단 한 개의 홈런도 터트리지 못했다. 홈런은 고사하고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바람에 헛스윙만 연발하고 있다. 그로 인해 잠시 2군에 내려갔다 왔지만 별다른 변화가 눈에 띄지 않는다. 팬들은 당장 오그레디를 방출시키고, 새로운 외국인 타자를 영입하라고 성화지만 아직은 대체 외국인 타자 영입이 여의찮은 상황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지난 13일 한국을 떠나며 인천공항에 나온 취재진을 향해 ‘씨앗’ 이야기를 꺼냈다. 모든 일에는 씨앗을 심는 사람과 거둬들이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자신의 역할은 묵묵히 씨앗을 심는 것이었다는 설명이었다. 그 과정에서 외부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친 것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동안 팀을 맡고 나서 여러 차례의 이별이 있었지만 이번 만큼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면서 한화 선수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수베로 감독은 한국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한화 팬들의 응원을 기억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야구장을 떠나지 않고 기다렸다가 퇴근하는 자신을 향해 “수고했다”고 말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그는 한화 팬들이 웃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면서 끝까지 한화를 응원해달라는 당부를 건넸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구단에선 변화를 위해 감독 교체를 단행한다. KBO리그에서 해마다 마주하는 장면들이라 새로울 것도 없다. 그러나 팬들은 명분과 당위성을 요구한다. 감독 교체가 구단 관계자들의 자리보전을 위한 꼬리 자르기 식으로 흐르는 건 더 이상 간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필자 이영미는 인터뷰 전문 칼럼니스트다. 추신수, 류현진의 MLB일기 등 주로 치열하고 냉정한 스포츠 세상, 그 속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필자 이영미는 인터뷰 전문 칼럼니스트다. 추신수, 류현진의 MLB일기 등 주로 치열하고 냉정한 스포츠 세상, 그 속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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