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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시대의 정보활동

입력 2023. 05. 15   15:49
업데이트 2023. 05. 1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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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영 육군3사관학교 화학환경과학교수·소령
박찬영 육군3사관학교 화학환경과학교수·소령


화석연료는 온실가스인 탄소를 배출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이에 각국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CCUS(배출 가스 포집, 저장, 활용) 기술이 연구개발 중이지만 현재는 화석연료 사용량 감축이 주된 방향이다. 이를 이행하려면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공정의 대규모 변화가 불가피하고, 이익 창출을 위한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선제적으로 세계적 기준과 규범을 정립해 나가고 있는 지역은 유럽(EU)이다.

EU의 기후변화 관련 법안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지난달 25일 승인됐다. CBAM은 탄소중립을 위해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등의 고탄소 수입 품목에 일종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2026년부터 부과될 예정이나, 유럽으로 수출하는 기업들은 올해 10월부터는 제품별 탄소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철강 제품은 유럽 대상 주력 수출품이고, 제조?공정 과정에서 석탄을 사용하기에 탄소 배출량이 많다. 이것이 문제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선진국이 나서 당위성을 설파하고 세계적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진정 ‘기후변화 대응’만을 위해 지금의 행보를 보이는 것인지는 합리적 의구심을 가져보아야 한다.

CBAM의 주요 골자는 청정에너지인 전기를 생산해 제품을 제작토록 하는 등 EU에 유리한 기준을 전 세계가 준수하라는 것이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EU 주요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전체 발전량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원자력을 포함하면 약 90%(프랑스)까지 무탄소 발전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정리하자면, EU는 CBAM을 시행하더라도 기존 발전원의 탄소 배출량이 적어 유럽 내 관련 산업 육성과 기업 경제활동에 큰 영향이 없다. 반면,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0%에 못 미치며, 원자력은 20%대, 석탄 화력은 40%를 초과한다.

산업자원부는 올해 1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 2036년까지 원전 34.6%, 신재생에너지 30.6%, 석탄화력 14.4% 비중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당장은 국익 손해가 우려되는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EU 사례는 ‘보호무역’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 틀 속에서 각국은 자국 이익 지키기에 여념 없다. 아쉬운 점은 주요국의 정책변화 정보를 사전에 획득해 대응 옵션을 준비할 수 없었을까 하는 점이다.

‘첩보전엔 피아가 없다’는 말이 있다. 각국은 국익을 위해 타국의 핵심정보를 파악하는 활동을 전방위적으로 수행하며, 해당 이슈가 표면에 드러나기 전에 수집한 정보를 활용해 국익을 사수한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당장 우리는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충격 최소화를 위해 활용 가능한 정보 획득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동시에 우리가 보유?개발 중인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정보 차단이 필수다. 외국의 정보활동(직접 획득, 내부자 활용 등)으로 산업기술이 유출돼 국가적 손해를 본 사례가 적지 않다.

탄소감축 관련 신기술은 시장 선점을 위해 여러 국가 및 기업에서 경쟁적으로 연구 중이고, 외국에서 우리 연구소 및 기업을 대상으로 핵심기술 획득을 위한 정보활동이 없다는 보장은 없다. 이는 비단 탈탄소 산업계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강군’의 토대가 되는 우리 방위산업에도 해당하는 내용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국익 사수를 위한 길은 정보 획득과 차단이 필수임을 잊어선 안된다. 이를 위해 정보인력 증원과 예산확충, 전방위적 정보활동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과 제도적 개선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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