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가족과 가볼 만한 곳
‘가정의 달’ 5월은 한편으론 고달픈 달이다. 가족과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다. ‘계절의 여왕’이라니 어디든 야외 나들이를 해야 하겠고 더 이상 코로나 핑계를 댈 수도 없다. 한데 사람이 너무 북적이는 곳은 싫다. 도시 근교 카페나 다녀오자니 너무 성의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지역 세 곳을 어렵게 골랐다. 아이와 함께 가도 좋고, 부모님을 모시고 가도 좋을 만한 곳이다.
문경_새재 걷고, 모노레일 타고…팔방미인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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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은 팔방미인 여행지다. 한반도의 척추인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산촌이지만 의외로 즐길 거리가 다채롭다. 모든 연령대와 다양한 취향을 두루 만족시킨다.
먼저 문경새재 도립공원. 새재는 백두대간 조령산(1025m)과 주흘산(1106m) 사이에 난 고개다. 새도 넘기 어려울 만큼 산세가 험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험난했던 고개는 이제 문경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다. 방문객 대부분은 제1관문부터 3관문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를 걷는다.
편도 6.5㎞에 달하는 1~3관문 코스를 전부 걸어도 좋지만, 2관문까지 걷고 발길을 돌려도 된다. 경사가 완만해 누구나 부담이 없고, 맨발로 황톳길을 걸어도 좋다.
산길만 걸으면 아이가 심심할 수 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문경새재 입구에 생태미로공원이 있다. 돌과 나무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한 미로를 헤집고 다니는 재미가 남다르다.
1관문 인근에는 문경새재 오픈세트장도 있다. 영화 ‘남한산성’,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등 숱한 사극을 여기서 촬영했다. 건물이 130동이나 있어서 세트장 안에 들어가면 조선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 기분이 든다.
문경새재에서 차를 몰고 15분쯤 내려가면 ‘단산’이 나온다. 해발 1000m에 조금 못 미치는 산인데 모노레일이 다닌다. 평균 시속 3㎞로 느릿느릿 전망대에 오르면 장쾌한 백두대간의 산세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산과는 결별한 할머니·할아버지도, 등산이라면 질색인 저질 체력도 누구나 받아주는 산이 단산이다. 단산에서는 패러글라이딩 체험도 가능하니 담력이 있다면 도전해보자. 잠시나마 새가 된 기분을 누릴 수 있다.
문경 가은읍에는 충청 이남 최대 면적(90만㎡) 테마파크라는 ‘문경 에코랄라’가 있다. 탄광에서 관광지로 탈바꿈한 곳이다. 실내외 놀이시설, 석탄박물관, 영화 세트장 등이 있다. 360도 스크린으로 백두대간의 생태를 알려주는 ‘에코서클’을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곡성_섬진강기차마을서 증기기관차 타고 장미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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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곡성은 억울한 동네다. 영화 덕분에 지역이 알려졌지만 영화 탓에 공포스러운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그러나 가본 사람은 안다. 곡성이 얼마나 푸근하고 넉넉하고 눈부신 곳인지. 먼저 알아야 할 사실. 곡성은 의외로 멀지 않다. KTX 타면 서울에서 2시간 10분 걸린다. 기차가 닿는 곡성역이 곡성을 대표하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KTX 기차역 옆에 ‘곡성 섬진강기차마을’이 있다. 기차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다. 1930년대 분위기로 꾸민 역사부터 복고 감성이 넘친다. 동물도 구경하고 아기자기한 놀이기구도 탈 수 있는데 하이라이트는 증기기관차다. 기차마을을 출발한 기관차가 폐역인 가정역까지 편도 10㎞ 철로를 달린다. 글자 그대로 ‘칙칙폭폭’ 소리를 내며 달리는 기차가 향수를 자극한다. 최대 4명이 탑승해서 페달을 밟으며 철로를 달리는 ‘레일바이크’도 인기다.
기차마을에는 장미공원도 있다. 무려 1004종의 수억 송이 장미가 곧 만개한다. 오는 20일부터 29일까지 세계 장미축제가 열린다. 장미공원은 올해 처음으로 야간 개장도 한다.
매주 토요일에는 기차마을 인근 곡성천변에서 ‘뚝방마켓’이 열린다. 약 300m 뚝방 길에 100팀에 가까운 상인들이 공예품부터 먹거리 등을 판다. 곡성 특산물인 토란을 넣은 만주, 곡성 쌀과 토란으로 만든 막걸리 등 이색 먹거리도 많다.
곡성의 단점.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자가용이 없다면 ‘관광택시’를 추천한다. 친절한 곡성 택시기사가 2016년 국가습지로 지정된 침실습지, 계곡이 아름다운 도림사 등 곡성의 관광명소로 차를 몰아준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들려주는 지역 이야기도 흥미롭다. 가격은 3시간 6만 원.
평창_알프스 부럽지 않다…각양각색 3대 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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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재킷도 거추장스러운 날씨다. 벌써 반팔 차림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다. 순식간에 서늘한 계절로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 강원도 평창에 있는 목장으로 떠나면 된다. 날씨만 시원한 게 아니라 펼쳐지는 풍광도 알프스 뺨치게 장쾌하다. 평창에는 여러 목장이 있는데 오랜 역사와 남다른 규모를 자랑하는 ‘3대(三大) 목장’을 가야 기대했던 목장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먼저 삼양목장. 이름을 보면 라면이 떠오를 테다. 맞다. 삼양식품이 만든 목장이다. 1972년부터 19㎢(600만 평)에 달하는 산자락에서 젖소와 황소를 길렀다. 목장에서는 양·타조 먹이주기 체험, 양몰이 공연 등이 아이에게 인기 만점이다. 목장은 해발 850~1470m에 걸쳐 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셔틀버스가 해발 1140m ‘바람의 언덕’까지 올라간다. 언덕에 서면 서쪽으로 황병산과 오대산이 보이고 동쪽으로 강릉 시내와 바다까지 보인다. 드넓은 산자락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는 양과 소를 멍하니 바라만 봐도 좋다.
‘하늘목장’은 삼양목장보다 더 넓다. 면적이 33㎢(1000만 평)에 달한다. 목장 정상에서 약 40분만 걸으면 백두대간 선자령(1157m)에 닿는다. 유난히 등산객이 많은 까닭이다. 등산 채비를 하지 않았다면, 하늘목장의 상징인 ‘트랙터 마차’를 타고 목장을 둘러보면 된다. 승마장을 한 바퀴 도는 승마 체험도 사계절 가능하다. 하늘목장에는 양 180두, 말 20여 두, 젖소 300여 두가 산다. 역시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실 삼양목장과 하늘목장은 너무 넓다. 여의도 4~7배에 달하는 초원을 다 둘러볼 수도 없다. 적당히 걷기 좋은 산책로와 목가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대관령 양떼목장’이 방문객이 가장 많은 이유다. 해발 830m에 자리 잡은 대관령 양떼목장은 접근성이 좋다. 목장 안에는 1.3㎞ 길이의 산책로가 있다. 먹이 주기 체험장에서 양에게 건초를 주고 느긋하게 산책하면 두세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사진=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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