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세쌍둥이 출산 화제’ 김경훈·김은영 대위 부부 “아이 키우기 좋은 軍 알리고파”

입력 2023. 05. 15   17:09
업데이트 2023. 05. 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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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복한 가정, 군·정부 지원 ‘큰 힘’
세쌍둥이 동생들 출산도 주위에서 전폭 지원
산후도우미 제도·동일 생활권 배치 등 큰 도움
“부담 없이 쉴 수 있도록 격려해준 분들께 감사”

다섯 쌍둥이 부부 군인 보며 용기 얻어
부대서는 일에 집중하고 일과 후 육아 몰두
“후임·용사들에게 선순환으로 이어지길”



예부터 우리나라에서 ‘삼신할머니’는 태어날 아이를 점지해 주는 탄생신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아이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기도하면서 찾는 대상이기도 하다. 곳곳에 축복을 내리는 할머니 덕분일까. 첫째 아들에 이어 세쌍둥이를 품은 부부 군인이 탄생했다. 최근 세쌍둥이를 출산한 육군9보병사단 한강대대 김경훈(대위) 중대장과 2기갑여단 용호대대 김은영(대위) 인사과장 부부의 다복한 집안을 들여다봤다. 글=배지열/사진=조종원 기자

첫째 아들에 세쌍둥이까지… ‘넘치는 축복’

김경훈(왼쪽) 육군9보병사단 한강대대 중대장과 김은영 2기갑여단 용호대대 인사과장 부부가 첫째 아들 도준(가운데) 군과 자택에서 세쌍둥이를 한 명씩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훈(왼쪽) 육군9보병사단 한강대대 중대장과 김은영 2기갑여단 용호대대 인사과장 부부가 첫째 아들 도준(가운데) 군과 자택에서 세쌍둥이를 한 명씩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 아침부터 분주한 이곳에서 쿠션 한쪽에 나란히 누워 있는, 너무나도 작은 세쌍둥이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17일 건강한 ‘삼둥이’를 출산한 김경훈·김은영 대위의 집이다.

2014년 육군3사관학교에서 임관한 김경훈 대위와 이듬해 학사사관으로 임관한 김은영 대위는 2016년 초급간부 캠프에서 인연을 시작했다. 주변에서도 만나보라는 추천을 받은 둘은 2018년 5월 결혼에 골인했다. 그리고 2020년 11월 첫째 도준 군이 사랑의 결실로 찾아왔다.

여섯 명의 가족이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첫째 도준 군을 갖는 과정부터 험난했기 때문. 김경훈 대위는 “난임 치료를 받아 인공수정을 거친 끝에 어렵게 얻은 아들”이라며 “당시에도 난임치료 휴가 제도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때만 해도 가족계획으로 자녀 둘 정도만 생각했다는 부부.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세 명의 축복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무엇보다 기뻤지만 곧 위기가 닥쳤다. 병원에서 산모의 건강과 안전한 출산을 위해 ‘선택적 유산’을 권한 것.

4주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부부는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특히 김은영 대위가 강한 모성애를 발휘했다. “선택하면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나에게 온 셋은 품고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오히려 첫째를 돌보면서 활동하다 보니까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임신 35주가 될 때까지 하루 1만 보는 걸을 정도였으니까요.”

부대에서도 휴직을 망설이지 말라고 북돋아 준 덕분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출산·육아를 병행했다.

주위의 응원도 큰 몫을 했다.

김은영 대위는 “주변에 세쌍둥이를 출산하고 육아한 사람이 없어서 처음에는 두려웠다. 그런데 다섯 쌍둥이를 낳은 부부 군인(본지 지난해 5월 24일 자 4면)의 아내 분도 성공적으로 복직하는 걸 보고 용기를 얻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김경훈 대위도 “대대장님께서 ‘네가 감당할 수 있으니까 아이들이 찾아온 거다.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셔서 확신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다태아 분만 전문가인 서울대병원 전종관 교수의 집도 아래 둘째 서윤 양, 셋째 서준 군, 넷째 도윤 군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3배 힘든 만큼 돌아오는 4배의 행복

부부의 첫째 아들 도준 군이 동생과 함께 있는 모습.
부부의 첫째 아들 도준 군이 동생과 함께 있는 모습.



“첫째는 너무 순해서 우스갯소리로 ‘발로 키웠다’고 할 정도였는데, 세쌍둥이는 차원이 다르다”고 입을 모으는 부부. 24시간 내내 제대로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시피 하다. 젖병·기저귀, 속싸개·수건 등 모든 육아용품은 3배로 든다.

김경훈 대위는 “새벽 2시부터 1시간30분에 걸쳐 아이 3명에게 우유를 먹인다. 밤낮으로 먹이고 재우는 일상의 반복”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빼먹지 않는 일정이 있다. 부리나케 퇴근해 집에 도착한 김경훈 대위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 바로 아내와 첫째 도준이만의 시간이다. “제가 세쌍둥이를 돌보는 동안 둘이 산책을 다녀오라고 합니다. 지금이 첫째와 엄마가 애착을 가지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인지 도준 군은 동생들을 질투하기는커녕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이라도 바깥에 다녀오면 먼저 “동생아, 오빠 왔다”고 말하며 달려가 부부를 흐뭇하게 한다. 육아는 3배 힘들어졌지만, 4배로 행복이 돌아온 셈이다.

김경훈 대위는 첫째가 있음에도 세쌍둥이를 출산하게 된 데는 군대가 아이 키우기에 좋은 곳이라는 걸 알리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고백했다. “예전에는 일보다 육아에 집중한다고 하면 이해를 못 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다릅니다. ‘삼둥이 아빠’이면서 육아를 병행하는 중대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제 후임과 용사들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선순환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다. 진급과 장기복무 선발이 중요한 군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김경훈 대위는 “올해 진급을 앞두고 평가를 받아야 해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주어진 운명이라 생각하면서 힘들더라도 군 생활을 건실히 해나가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정부 차원 지원도 육아에 ‘한 줄기 빛’

세쌍둥이 육아에 필요한 젖병과 기저귀, 속싸개, 수건 등이 쌓여 있는 모습.
세쌍둥이 육아에 필요한 젖병과 기저귀, 속싸개, 수건 등이 쌓여 있는 모습.


부부는 휴직·육아에 대한 배려가 충만한 전우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김은영 대위는 “정진목(중령) 대대장님은 지난해 6월 전입 이후부터 육아와 관련해서는 부담 없이 휴가를 써도 된다고 하셨고, 출산에 맞춰 선물도 보내주셨다”며 “정소망(상사) 인사담당부사관은 제 업무를 거의 다 해주고 계신데, 이런 기회로나마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김경훈 대위도 “이강호(중령) 대대장님과 저희 중대를 돌아가면서 돌봐주는 다른 중대장들에게 정말 고맙다. 부대에서는 일에만 집중하고, 일과 이후에는 육아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건 다 이들 덕분”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군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도움도 ‘한 줄기 빛’이 됐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복지 서비스의 하나인 산후도우미 지원이 대표적이다. 출산 가정 방문 서비스로 단태아는 표준 10일, 연장 시 최대 15일까지 지원한다. 이날도 인터뷰와 첫째 육아로 정신없는 부부를 위해 2명의 산후도우미가 세쌍둥이를 돌보고 있었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는 물론 출산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지원 제도다.

군의 임신·출산지원 제도 중 임신을 사유로 보직 및 경력관리 불이익 금지 조항에 따라 직위 기간의 절반을 지나면 해당 직위를 필한 것으로 평가한다. 기간을 채우지 못해도 육군인사사령부 심의를 거쳐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부부가 가까운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동일 생활권에 배치하는 내용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부부가 사는 고양시에서 근무지인 파주시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출근길에 어린이집에 첫째를 데려다주고, 육아시간을 활용해 하원을 함께할 수 있다.

자녀가 세 명 이상, 만 8세 이하면 당직근무도 면제해 준다. 김은영 대위는 “선배 여군으로부터 예전에는 출산 직전까지 당직을 서야 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면 당장 육아에 지장이 생길 거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부부는 세쌍둥이에 대한 걱정과 현실적인 문제로 두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도 세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으면 안도감과 함께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란다. 김은영 대위는 “앞으로 우리 부부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목표로 어려움이 있어도 지혜롭게 잘 이겨나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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