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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in 국방일보]⑮ 병사간 '아저씨'는 그때도 금지였지만...

입력 2023. 05. 11   16:02
업데이트 2023. 08. 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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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5월 9일 자 국방일보
2002년 5월 9일 자 국방일보


2002년 5월 9일 자 국방일보에는 아주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습니다. 바로 군대 내 은어, 비속어와 관련된 기사입니다. 기사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본지 언어폭력 추방 보도 이후 각급 부대 적극 추진’. 

국방일보가 2002년 4월 30일 자에 보도한 기획기사 ‘언어폭력 추방합시다’에 대한 반향이 나와 있습니다. 기획기사가 보도된 후 육·해·공군이 병영 내 언어폭력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여러 노력을 소개했습니다.

육군충의포병부대의 ‘1일 1단어 고치기’부터 공군16전투비행단의 ‘병사 간 아저씨 호칭 쓰지 않기’, 해군작전사령부의 ‘간부부터 욕 안 하기’까지 다양한데요. 당시 병영 모습이 엿보이는 것 같아 살짝 웃프기도 합니다.

2002년 4월 30일 자 국방일보.
2002년 4월 30일 자 국방일보.


앞서 보도된 기획기사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언어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당시 상황에 맞춰 게재됐습니다. 병영 내 폭언·비속어 사용 실태를 살펴보고 개선책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신문 2개 면을 빼곡히 채웠습니다.

기사에는 언어폭력의 정의부터 발생 원인, 병영 실태, 언어폭력에 대한 인식, 비속어 사용사례, 각급 부대의 언어순화운동과 대책, 전문가 조언이 자세히 실려 있습니다.

기사는 언어폭력의 발생 원인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언어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과 사회에 있을 때 쉽게 사용했던 욕설을 군에 와서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언어폭력이 심한 간부 또는 선임자들의 업무 달성도가 높다’는 근거 없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장병들이 생각하는 언어폭력은 흔히 말하는 욕설보다는 자존심을 훼손하거나 모멸감을 주는 언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도 볼 수 있는데요. 육두문자가 섞인 말보다는 서울×××, 경상도×××, 강원도××× 같은 지방색을 비하하거나 군바리, 뺑이 친다, 땅개 같은 비속어가 장병들의 소신을 흠집 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로에게 격려와 조언을 해주며 즐겁게 대화하고 있는 장병들
서로에게 격려와 조언을 해주며 즐겁게 대화하고 있는 장병들

 
각급 부대의 언어순화운동 중 하나로 ‘욕쟁이 병사 선발대회’도 진행됐다고 합니다. 육군열쇠부대 보급수송대대가 추진했던 대회는 그달에 욕을 많이 한 병사를 선발해 포상하는 방식입니다. 포상으로는 입을 깨끗이 하라(?)는 의미에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가 수여됐습니다.

욕쟁이 병사로 뽑힌 적이 있는 A상병은 “처음에는 비꼬는 것 같아 무척이나 기분 나쁘고 어색했는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며 “지금은 내무실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욕쟁이 병사 선발대회는 이제 열리지 않겠지만 은어나 비속어,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의 욕설과 언어폭력은 21년이 지난 지금도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겠지요.

우리는 말이 칼보다 무섭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나의 말이 누군가에겐 칼이 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겠습니다. 욕쟁이 병사가 되지 않으려면요.

글=송시연 기자/사진=국방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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