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모범가족’ 육군55보병사단 김강민 대위·항공사령부 김지현 대위
아이들과 가까워졌다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재우고…
평생 한 번뿐인 소중한 시간들
요리 못하던 내가 백김치도 ‘뚝딱’
행복은 더 커졌다
“연년생 육아해 온 아내, 존경심 들어”
11월 셋째 출산 예정 “더 잘할게”
3년 육아휴직 후 복직한 엄마
“내 이름 불리니 살아 있다는 느낌”
샘솟는 전우애는 덤
“부부군인의 애환 헤아려주고
응원하고 도와준 모든 분들께 감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직접 주재했다. 대통령이 이 회의를 주재한 건 7년 만이었다. 그만큼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메시지였다. 다양한 해결책 중 가장 유력한 방안은 ‘일·가정 양립 제도’다. 군에서도 적극적으로 제도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 남군 간부의 늘어나는 육아휴직이 이를 뒷받침한다. 부부군인인 육군55보병사단 쌍마여단 이천대대 김강민 대위와 육군항공사령부 재정실 김지현 대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아이들과 유대감 쌓기 ‘육아휴직의 힘’
“한빛이, 이리 오세요!” “한별이 왜 울어? 속상해?”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의 비승아파트. 군복을 입은 부부가 아이들을 돌보며 진땀을 뻘뻘 흘린다. 김강민·김지현 대위 부부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두 사람은 2017년 6월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어 사랑의 결실로 2020년생 아들 한빛 군과 2021년생 딸 한별 양이 찾아왔다. 아이들에게 애정을 듬뿍 쏟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다.
“당직 근무가 같은 날로 겹치거나 한 사람이 장기 훈련을 갔을 때 정상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기가 힘들더라고요. 특히 아이가 아프면 낮에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는데, 매번 부대에 사정을 말하고 나오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의 복직에 맞춰 제가 다른 부대로 전입해 육아휴직을 신청했습니다.”
김강민 대위는 지난해 11월부터 육아휴직을 쓰며 종일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육아에 시달리느라 잠깐 엉덩이 붙일 새도 없는 하루를 보낸다.
“보통 새벽 5시에 눈을 떠서 아이들에게 먹일 아침 식사를 준비합니다. 오전 7시부터는 깨우기 시작해야 어린이집 등원 시간에 맞춰 준비할 수 있어요. 밥을 먹이고 씻기고 8시30분까지 어린이집에 보냅니다. 그러고 나서 설거지와 청소 등 집안일을 하는데, 저녁 준비까지 하다 보면 어느새 하원 시간인 오후 4시입니다.”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그때부터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그는 “아이들이 활발해서 꼭 놀이터에 들러 1시간은 놀아야 한다”며 “둘을 따라다니다 보면 한겨울에도 옷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와서 저녁을 먹이고 씻긴 뒤 재우면 밤 11시가 넘는데, 또 남은 집안일을 하고 다음 날 등원 준비까지 마치면 녹초가 돼 잠든다”고 토로했다.
그래도 이 시간이 다른 어떤 때보다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김강민 대위. 그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이 시기에만 생길 수 있는 유대감을 나누고, 정서 및 인지 발달·애착 형성 효과도 느낀다”며 “평생 도움이 될 강력한 부모-자녀 관계를 구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고 밝혔다.
쉽지만은 않았던 결정…주변에서도 응원
육아휴직은 집안일에 ‘젬병’이던 김강민 대위를 180도 바꿔놨다. 김지현 대위는 “남편이 요리를 포함한 집안일에 익숙하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다”며 “지금은 저보다 잘하는 요리나 집안일도 있어서 걱정 없다”고 흐뭇해했다. 김강민 대위는 도서관에서 요리책을 빌려와 따라 해보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인 끝에 이제는 아이들을 위한 백김치도 담그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앞서 육아휴직했던 아내에게 존경심마저 느낀다는 것이 김강민 대위의 증언. 그는 “이런 일상을 어떻게 3년 동안 견뎠을까 싶다”며 “출산한 지 얼마 안 돼 몸 상태도 온전하지 않았을 텐데, 저한테 내색하지 않아서 지금에야 아내의 수고를 깨닫는다”고 밝혔다.
사실 육아휴직을 결정하기까지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김강민 대위는 “사실 남군 입장에서 육아휴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주변에서도 진급과 부대 사정상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 컸다”고 회상했다.
아내의 입장도 비슷하다. 김지현 대위는 1년 새 두 아이를 낳아 기르느라 3년간 휴직해야 했다. 그 사이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그는 “내가 하고 싶던 일과 진급을 포기하면서 엄마의 길을 선택했지만, 때때로 현실을 자각하면서 우울해졌다”며 “지난해 10월 복직하면서 이전까지는 한빛이·한별이 엄마로 불리다가 이제는 제 이름과 직책으로 불리니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주변에서도 두 사람의 육아휴직에 힘을 실어줬다. 김지현 대위는 “한 선배 장교가 ‘난 쓰지 못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아이들과의 소중한 시간이 지나간 게 아쉽다’며 육아휴직을 쓰라고 응원해 주셨다”고 말하자, 김강민 대위도 “당시 대대장님도 부부군인으로 힘들게 자녀를 키우신 기억이 있어 많이 이해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제도 확대하는 군·배려해준 전우들께 감사
이렇듯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활용하는 남군이 많아지면서 군의 일·가정 양립 제도는 완전하게 자리잡는 단계다. 김강민 대위의 육아휴직에는 소속 부대의 배려와 일·가정 양립 제도의 확대가 뒷받침됐다. 그는 육아휴직 외에도 유용한 제도 세 가지를 소개했다.
첫 번째는 만 5세의 자녀가 있으면 하루 2시간씩 사용할 수 있는 육아 단축근무다. 이를 활용해 아이들의 등·하원 시간에 맞춰 출퇴근 시간도 조정했다. 둘째는 연간 최대 10일 쓸 수 있는 자녀 돌봄 휴가다. 보육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개최하는 행사 또는 교사와의 상담, 병원 진료 등이 있을 때 활용했다. 세 번째는 부모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한 공무원에게 지급하는 ‘아빠의 달’ 수당이다. 한 달 최대 250만 원의 수당으로 휴직 기간 중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고 육아 부담도 줄인다.
육아휴직을 부담 없이 활용하도록 부대와 장병들이 배려해준 것도 이들에게 큰 힘이 됐다. 부부는 “우리가 번갈아 육아휴직 하면서 임무 수행도 병행할 수 있는 건 제도뿐만 아니라 전우들의 도움 덕분도 분명하다”고 입을 모아 감사함을 전했다.
김강민 대위가 “대대장 옆에 꼭 필요한 지원과장의 육아휴직을 승인하고 응원해주신 강순규(중령) 이천대대장님과 저의 빈 자리를 대신해 지원과를 잘 이끄는 고명환 중위에게 감사하다”고 말하자, 김지현 대위도 “여건을 보장해 주시고 업무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신 부사령관님과 참모장님을 비롯해 강인호(중령) 재정실장님과 모든 재정실 식구들에게 고맙다”고 이어 말했다.
이 가족은 곧 또 다른 구성원을 맞이한다. 김지현 대위가 오는 11월 비승이(태명)를 출산할 예정이기 때문. 김강민 대위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꼭 이 말을 전하고 싶다고 나섰다.
“여보, 짧은 6개월의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배웠고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됐어. 뱃속에 있는 우리 비승이에게도 더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항상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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