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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21 보라매의 지형추적 시스템 연구

입력 2023. 05. 08   16:29
업데이트 2023. 05. 0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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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식 공군사관학교 수학과 교수 중령
이문식 공군사관학교 수학과 교수 중령


우리 손으로 만든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시험비행을 거쳐 무장 발사 시험까지 성공하고 있다. 비교적 항공기 개발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에서 4.5세대 전투기를 개발했다는 것은 난공불락의 수학적 난제를 풀어내는 것만큼의 큰 의미로 다가온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탑건-매버릭’에는 톰 크루즈가 협곡을 고속으로 저공비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저공비행은 적의 방공망과 지대공 미사일 위협을 회피하기 위해서 수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숙련된 조종사들조차 불가피하게 굴곡진 지면과 충돌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된다.

보통 KF-16, F-15K 등 최첨단 전투기에는 이러한 위험을 감소시켜주는 시스템이 있는데, 이를 지형추적(Terrain Following) 시스템이라 한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항공기가 저공비행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동안 전투 조종사는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한 무장 준비 및 발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지형추적 시스템의 필수 요소는 레이다 장치와 이에 연동된 지형추적 컴퓨터다. 레이다가 탐색한 지형정보를 지형추적 컴퓨터에 입력하면, 컴퓨터는 항공기의 고도, 속도, 위치, 그리고 저장된 지형 데이터 등의 정보를 융합한다. 이를 통해 생성된 지형 프로파일을 활용해 항공기가 지형 고도에서 일정 높이로 비행할 수 있도록 항공기의 상승, 강하를 자동으로 유도하는 것이 지형추적 시스템의 작동 원리다.

미군은 오래전부터 이 기능의 필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에, 현재는 실제 운용 경험을 기반으로 가장 진보된 지형추적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으나, 외국 장비에 의존해 온 우리나라는 지형추적 시스템에 관해서는 기반 기술마저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KF-21 보라매에는 지형추적 시스템이 탑재될 예정이다. 공군사관학교 교수진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함께 2020년부터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개념연구부터 운용 요구성능과 적용 등 비행 안전 확보를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KF-21이 저공비행 시 지형 장애물과의 충돌을 자동으로 회피할 수 있도록 탑재 레이다의 탐색 범위, KF-21 보라매의 기동 성능, 임무 속도, 중량 등의 변수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저고도 비행에 필요한 최소의 안전 마진(Safety Margin) 고도를 설정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KF-21 보라매가 저고도로 비행 시 지형 충돌위험 고도보다는 높게, 적의 위협에 노출되는 고도 보다는 낮게 비행할 수 있는 범위를 산출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수학의 힘이 필요하다. 지형추적 관련 연구보고서 및 논문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안전 마진 고도를 산출하고, KF-21 보라매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성능을 도출하고, 지형추적 시스템을 시험비행을 통해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하는 것 모두 수학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연구에 몰두하다 보면 수많은 숫자와 한껏 복잡해진 방정식 너머로 제자 조종사들이 탑건의 톰 크루즈처럼 KF-21을 몰고 협곡을 비행하는 장면이 보이는 것만 같다.

KF-21 보라매의 미래는 곧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미래다. 지금도 공사 교수들을 포함한 우리나라 연구진과 KAI 엔지니어, 현직 조종사들이 함께 항공우주공학 발전에 힘쓰고 있다. 우리의 노력에 믿음과 염원이 더해진다면, 우리의 항공기 개발 역사가 세계를 놀라게 하는 결실을 맺을 것이다.

KF-21 보라매가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으로 비상하기를 기대한다. 디딤돌이 되는 가장 낮은 안전 고도는 우리가 책임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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