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이색 공간 마케팅 활기
팝업스토어 앞세워 고객 발길 사로잡아
포토존 만들고 핫플레이스 선점 경쟁
더현대 서울 올들어 80여 팝업 공개
대형마트·커피전문점까지 뛰어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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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집 밖으로 나오는 이들이 늘자 유통업계는 고객들의 오프라인 경험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요. 조금이라도 더 특별하고 새롭게 매장을 꾸며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일환입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무엇보다 이색경험을 중시하기에 업계는 이들의 취향에 맞게 색다른 공간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백화점업계, 이색 팝업 열전
우선 백화점은 대세가 된 팝업스토어(임시매장)를 위주로 어떻게 하면 고객의 발걸음을 이끌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핫플레이스로 거듭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브랜드 정체성을 내세워 개성 있게 꾸미거나 머리에 각인되는 포토존을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요.
백화점 중에서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이 ‘새로움’에 가장 집중하는 곳으로 꼽힙니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에만 250여 개의 팝업을 열었고 올해도 이달까지 80여 개 팝업을 선보였습니다. 팝업을 통한 추가 집객 효과만 연간 2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니 그야말로 백화점계 핫플레이스입니다. 언제 가더라도 색다른 볼거리가 있는 데다 공간 디자인부터 구성까지 모두 ‘인증샷’에 최적화돼 있어 젊은 층이 열광합니다. 올해만 해도 지난 1월 진행된 인기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팝업에 13일간 2만여 명이 찾았고, 지난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열린 유튜버 ‘다나카’ 팝업에는 열흘간 4만 명 이상이 몰렸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잠실점과 롯데월드몰에서 이달 8일까지 약 3300㎡(1000평) 규모의 ‘포켓몬 스프링 페스타 2023’을 열었습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 수요를 잡기 위해 대형 애니메이션 콘셉트 갤러리와 팝업 등을 선보인 겁니다. 앞서 지난 3월 말에는 ‘노티드’ 도넛으로 유명한 외식 전문 기업 GFFG와 협업한 ‘노티드 월드’를 잠실 롯데월드몰에 선보였는데,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대기줄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백화점 업계 최초로 농심 신라면과 배홍동 비빔면의 팝업 매장을 소개했습니다. 백화점과 라면 브랜드의 협업이라는 이색 콘텐츠로 오프라인 쇼핑에서의 색다름을 제공한다는 취지였죠. 컬러링 북 ‘바라바빠’로 유명한 드로잉 아티스트 홍원표 작가의 즉석 라이브 드로잉을 비롯해 다양한 현장 이벤트 및 굿즈 판매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지난 1월과 2월 ‘떠그클럽’ ‘언더마이카’ 등 인기 스트리트 브랜드의 팝업을 차례로 열어 수백 명이 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했습니다.
‘몰링’ 공간 추구하는 대형마트
백화점뿐 아니라 대형마트 업계도 바빠졌습니다. 특히 대형마트는 온라인에 비해 성장세가 주춤해 확실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업계는 고객이 온라인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반드시 오프라인으로 오게 할 유인책을 만들기 위해 매장을 속속 탈바꿈하고 있는데요. 마트에서 단순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여가까지 즐길 수 있도록 ‘몰링(malling)’ 공간을 조성하겠단 겁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마트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 테니까요.
이마트는 지난 3월 30일 이마트 연수점을 ‘몰타입의 미래형 대형마트’로 재개장했습니다. 약 6개월간의 장기 프로젝트를 마치고 오픈한 이마트 연수점은 주류 특화점 ‘와인앤리큐르’를 비롯해 대형 수산 매장, 30m 길이의 축산 매장, 델리 매장과 밀키트 전문 매장 등으로 채워졌습니다. 주말마다 열리는 ‘참치 해체쇼’와 ‘치킨 로봇’ 등을 볼거리로 내세웠고, 인천 야구단 SSG랜더스 소속 선수의 용품을 선보이는 ‘랜더스 광장’도 만들었죠.
이달 초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이마트 연수점에 들러 매장을 둘러보기도 했는데요. 정 부회장은 “오프라인의 미래는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과 연구를 통한 공간혁신에 있다”며 “고객 경험의 폭을 지속 확장하며 고객이 이마트를 찾을 이유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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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역시 지난해 2월 인천 간석점을 신호탄으로 ‘메가푸드마켓’으로의 재단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메가푸드마켓은 점포 면적의 50% 이상을 식품 매장으로 조성하고 신선식품, 즉석식품, 간편식 등을 골고루 확대한 것이 특징입니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말까지 당초 목표했던 18개점 재단장을 완료했고, 올해는 한발 더 나아가 고객 편의와 체험을 극대화한 차세대 콘셉트의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28일 부산 동래점 리뉴얼을 마쳤습니다. 식품매장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비식품 매장인 키즈카페, 유니클로, ABC마트 등을 들여왔습니다.
‘포토존’이 필수가 된 커피숍
2030세대 고객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커피숍도 이색 매장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문을 연 ‘스타벅스 북한산점’은 북한산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뷰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통유리창 너머 웅장한 북한산을 조망할 수 있는 데다 루프톱 테라스에는 북한산 자락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습니다. SNS 인증샷을 중시하는 젊은 층을 위해 북한산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도 준비했죠.
지난해 1월에는 ‘스타벅스 더북한강R점’이 문을 열었습니다. 도심에서 벗어나 북한강 전경을 바라볼 수 있는 이 매장은 북한강이 보이는 대형 창과 더불어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는 약 330㎡(100평) 규모의 펫파크 공간이 조성됐습니다. 2020년 7월 오픈한 ‘스타벅스 더양평DTR점’ 역시 양평 지역의 자연경관을 적극 활용, 전면 유리창 너머 남한강 조망을 즐길 수 있는 힐링 명소로 등극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있는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한 ‘스타벅스 경동 1960점’이 개점했습니다. 1962년 개관해 1994년 폐관된 극장을 트렌디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시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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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도 이달 초 ‘북한산DI점’을 오픈했습니다. 지상 1~2층과 루프톱, 포토존, 좌석 216개가 마련된 140평 규모 카페입니다. 1층 외부에는 펫 존이 있어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게 특징이고, 2층에는 통창으로 북한산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좌석, 좌식 공간, 대형 테이블 등 여러 좌석이 마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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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썸플레이스는 지난달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안에 전통한옥 콘셉트의 ‘매직아일랜드점’을 오픈했습니다. 전통한옥 특징을 살린 기존 건물 서호정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되 실내는 현대적으로 꾸몄습니다.
유통업계는 이처럼 고객들에게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뉴니스(newness)’ 마케팅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잡기 위해서는 새로움과 기발함이 필수 요소가 된 것입니다. 실제로 단순 제품 소유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경험과 체험으로 만족도를 높이는 젊은 층이 많아지고 있으며, 이들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치를 특별한 방식으로 녹여낸 곳이라면 긴 줄서기나 오픈런, 비싼 가격도 결코 마다하지 않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확 늘어난 유통업계 팝업 스토어와 이색 매장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 젊은 소비층에게 누가 더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선물 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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