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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명의 행동이 승패를 좌우한다

입력 2023. 05. 03   17:15
업데이트 2023. 05. 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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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를 읽고


제러미 블랙 지음 / 유나영 번역 / 서해문집 펴냄
제러미 블랙 지음 / 유나영 번역 / 서해문집 펴냄

강현묵 상병 육군55사단 산성여단 수송정비중대

제러미 블랙 지음 / 유나영 번역 / 서해문집 펴냄
제러미 블랙 지음 / 유나영 번역 / 서해문집 펴냄


입대 후 주로 자기개발서를 읽어 왔지만 문득 군인 신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고르게 됐다. 군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은 아니지만 그래도 전쟁의 역사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전쟁 발발과정이나 의의, 전쟁의 영향 등을 이해해 보고 싶었다. 명령에 따르는 군인이지만, 이 책을 읽고 무엇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떠올려 본다면 복무기간 동안 의무복무란 생각보다는 나라를 지키는 사명감으로 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어떤 전투를 전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해 기원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역사, 전쟁에 대한 저명한 분석들에 의문을 던지면서 마무리된다.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이 책이 다른 전쟁 역사책과 다른 점은 비서구 군사사에 좀 더 집중한다는 것이다. 라틴아메리카 내부 분쟁 같은 전쟁에 대한 논의를 통해 군사사의 탈서구 중심화를 시도한다.

주제는 전쟁의 세계사이지만, 일반적인 전쟁 역사책과는 조금 다르다. 결말부에서 작가는 책을 쓴 목적을 밝힌다. 사람들이 군사사를 논의하거나 전쟁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질 때마다 늘 똑같은 사상가를 거론하고 이미 일단락된 문제들을 불러들인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사상가들의 접근 방식은 위대한 지휘관과 유명하거나 결정적이라고 여겨지는 전쟁에 국한된다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그것에 반해 덜 서구 중심적인 군사사를 알리고 비서구 군사 역량의 원시화를 지양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남진하는 페르시아군을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저지하려는 시도가 한 배신자가 적에게 우회로를 귀띔해 줘 수포가 됐다’는 이야기였다. 수십에서 많게는 수만, 수십만 명이 움직이는 전쟁이 보안 유출로 패배 혹은 실패로 이어지고, 이런 보안 유출은 수만 명이 아닌 단 한 명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경각심이 들었다.

부대에서도 항상 보안을 강조한다. 운전병인 나는 컴퓨터를 사용할 일이 없다는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생활해 왔다. 하지만 컴퓨터를 활용한 업무가 점점 많아졌고, 무심코 노트에 적어 놓은 아이디들이 무섭게 활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서술된 전쟁들은 압도적인 전력 차보다는 보안 유출이나 환경·착각 때문에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마찬가지로 사소하게 여겨 왔던 부분들이 눈덩이처럼 커져 훨씬 큰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작은 요소가 모여 전쟁을 일으키고 승패를 결정짓는 부분에서 군에서의 행동에 경각심을 갖게 됐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노트에 적어 놓은 여러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지웠다. 누군가가 내 노트를 줍기만 해도 보안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차량 검차를 할 때 좀 더 꼼꼼히 확인해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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