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황소야 가자… 혹독한 담금질, 제주서 강자로 거듭난다

입력 2023. 04. 17   17:15
업데이트 2023. 04. 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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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특전사 귀성부대 황소대대, 전지훈련 현장을 가다

오롯이 훈련에 집중…팀워크 극대화
세찬 비에도 지옥의 코스 체력단련
국군의 날 태권도 시범 연습도 한창

 

▲ 지난 13일 제주도 노루손이오름 일대에서 전개된 탐색격멸작전 훈련에서 육군특수전사령부 귀성부대 황소대대 장병들이 적의 위치를 파악한 뒤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 지난 13일 제주도 노루손이오름 일대에서 전개된 탐색격멸작전 훈련에서 육군특수전사령부 귀성부대 황소대대 장병들이 적의 위치를 파악한 뒤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 신동홍(맨 왼쪽) 대대장 등 간부들이 훈련에 앞서 토의하는 모습.
▲ 신동홍(맨 왼쪽) 대대장 등 간부들이 훈련에 앞서 토의하는 모습.

 

▲ 황소대대 장병들이 탐색격멸작전 훈련에서 대항군을 제압하고 있다.
▲ 황소대대 장병들이 탐색격멸작전 훈련에서 대항군을 제압하고 있다.

 

▲ 태권도 옆차기를 연습하는 황소대대원
▲ 태권도 옆차기를 연습하는 황소대대원

 

▲ 철봉에 매달려 무릎을 팔꿈치까지 올리는 레그턱을 하는 황소대대 장병들.
▲ 철봉에 매달려 무릎을 팔꿈치까지 올리는 레그턱을 하는 황소대대 장병들.

 

▲ 황소대대원이 태권도 품새 연습 중 기합을 내지르고 있다.
▲ 황소대대원이 태권도 품새 연습 중 기합을 내지르고 있다.


국내 대표 휴양지인 제주도는 따뜻한 기후와 다양한 매력으로 일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섬이다. 그러나 이러한 여유와 평화도 외부로부터 지켜낼 힘이 없으면 한순간에 사라지는 법.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장병들이 사계절 동안 휴양의 유혹을 이겨내고, 이곳에서 혹독한 전지훈련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3~14일 특전사 귀성부대 황소대대의 제주도 전지훈련 현장을 동행하면서 ‘위국헌신’을 향한 땀과 열정을 확인했다. 글=배지열/사진=양동욱 기자


지난 13일 제주도 노루손이오름 일대.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고사리를 채취하는 주민과 말을 타고 레저 활동을 즐기는 관광객들. 역시 제주는 ‘평화의 섬’이라는 생각이 들 찰나 우거진 숲속에서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졌다. 탐색격멸작전 훈련 중인 특전사 귀성부대 황소대대 장병들이었다.

이들은 간단한 수신호와 탄창을 두드리는 소리로 소통하면서 전진했다. 최대 60명의 1개 지역대 장병이 일렬로 수색을 펼치면서 능선을 내려오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장병들은 일정 간격을 유지하면서 주변 곳곳을 살폈다.

김현재(대위) 중대장은 “이렇게 많은 인원이 투입돼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인원과 인원 사이에 공백이 생기면 적 또는 유기물을 놓치고 작전지역이 넓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결정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추격조와 지원조, 잔류매복조로 나눠 빠른 시간에 임무를 완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적이 남긴 유기물을 발견한 장병들은 신속히 지휘소에 보고하고 현장을 보존했다. 이어 얼마 떨어지지 않은 무덤가 옆 하수관에 숨은 적을 발견했다. “우리는 대한민국 특전사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투항하지 않을 시 즉시 사살하겠다!” 훈련은 특전대원들의 빈틈없는 탐색격멸작전에 반격 의지를 잃은 적이 투항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대대는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다양한 지형과 돌발상황 대응법을 체득했다. 김영광(상사) 선임담당관은 “주둔지에서는 여러 과업을 병행해야 하지만, 제주도 훈련은 오롯이 훈련에 집중할 수 있다”며 전지훈련의 효과를 설명했다.

이튿날인 14일은 아침부터 세찬 빗줄기가 훈련장을 적셨다. 그러나 특전대원들의 열정을 식히기에는 부족했다. 훈련장 입구에서 방문자를 맞이하는 비석에 새겨진 ‘강자존’이라는 글자에서 이곳의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연병장에 모인 특전대원들은 체력단련에 돌입했다. 체력단련 프로그램 ‘타바타’(짧은 시간 안에 숨이 찰 정도로 고강도 운동을 연속으로 하는 방법)와 전장순환운동, 레그턱 등으로 구성된 말 그대로 ‘지옥의 코스’였다. 철봉에 매달려 무릎을 팔꿈치까지 올려야 하는 레그턱은 2분 동안 30개를 해야 특급전사의 영예를 안을 수 있다. 횟수가 더해질수록 일그러지는 장병들의 얼굴에서 생생한 고통이 전해졌다.

타바타 프로그램은 체력이 강하기로 손꼽히는 특전대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악명’이 높다. 줄넘기·팔굽혀펴기 등 일반적인 운동부터 런지·스쿼트·플랭크 등 전문적인 자세까지 미리 녹음한 구령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상·하체 부위별로 나뉜 운동을 1시간에 걸쳐 진행하면 그 자리에 쓰러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어지는 전장순환운동. 엎드린 상태에서 양쪽 팔다리로 뛰는 ‘베어워크’, 환자 어깨에 메고 달리기, 15㎏ 무게의 탄약통 20번 들었다 놓기, 양손에 탄약통 들고 달리기 등 다양한 과제를 2분36초 내에 해내야 한다. 특히 대대는 복귀 후 곧바로 전투력 측정을 받을 예정이라 장병들의 체력단련을 향한 의지가 더욱 불타오른다.

송인수(대위) 중대장은 “야외훈련이 없으면 매일 3시간가량 늘 체력단련에 집중하고 있다”며 “스스로 몸이 좋아지는 걸 느끼고, 다른 장병들도 마찬가지라 분명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귓전을 때리는 힘찬 기합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태권도 품새 연습이 한창이었다. 장병들은 마치 아이돌 가수같이 ‘칼각’을 뽐냈다. 빗속에서도 능숙하게 앞차기와 돌려차기를 선보이는 몸짓에서 선수 못지않은 프로의 향기가 묻어났다.

귀성부대는 올해 제75주년 국군의 날 태권도 시범부대로 선정돼 연습에 매진 중이다. 자체 경연대회를 열어 최종 참가 인원을 선발할 계획이다.

황소대대 장병들은 남은 훈련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다짐을 담아 한라산을 향해 구호를 외쳤다. “우리가 귀성이다! 황소야 가자!”

지난달 이곳에 도착한 황소대대는 오는 27일까지 150여 명이 훈련에 임한다. 대대는 확고한 결전태세 확립을 목표로 탐색격멸작전 절차 숙달과 체력단련을 핵심 과제로 편성했다. 특히 팀 단위 전투기술을 완벽하게 익히고, 이를 바탕으로 전투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특별한 사연을 가진 장병도 있다. 김준우(대위) 중대장은 전역 전 휴가를 일부 반납하고 전우들과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전우들과 군 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며 “모든 부대원이 건강하기를 바라고, 황소대대에서의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겠다”고 전했다. 

30년의 군 생활 동안 이 부대에서만 15번째 제주도 전지훈련에 참여한 김태근 주임원사에게도 의미가 남다르다. 그는 “예전과 비교해 훈련 환경이 달라졌지만, 특전사 정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특전사의 제주도 전지훈련은 1986년 대통령 훈령 28호에 따라 첫발을 뗐다. 적 침투 대응 및 실전 환경에 부합한 훈련을 위해 특전사 예하 여단 대대급 병력이 매달 순환하면서 상주 훈련을 한다.

신동홍(중령) 황소대대장은 “한 달 동안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고 생활하면서 전우애와 팀워크를 극대화하고 있다. 여단의 지휘 방침인 ‘즐기면서 임무 완수하는 행복한 귀성부대’를 확립하는 데에도 최고의 기회”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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