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4500미터 상공서 공중급유장치 도킹 '흔들림 없이 부드러웠다'

입력 2023. 04. 13   17:44
업데이트 2023. 04. 1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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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 급유훈련 현장르포

전투기 편대 모습 드러내자… ‘하늘의 주유소’ 객실에선  탄성

공중급유는 정확했고 시그너스는 완벽했다

전투기 순서대로 KC-330 후미 이동
통제사 콘솔엔 전투기 입체 영상 구현
3D 카메라 세트로 정확한 위치 수신
신속·안전하게 ‘붐’ 내려 도킹
분당 최대 1360L 속도 급유 가능

공군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가 12일 서해 만리포급유공역에서 F-15K 전투기에 급유하고 있다. 이날 급유는 실제 주유를 하는 것이 아닌 공중급유장치인 붐을 전투기에 연결한 뒤 다시 분리하는 ‘드라이 컨택’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군 제공
공군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가 12일 서해 만리포급유공역에서 F-15K 전투기에 급유하고 있다. 이날 급유는 실제 주유를 하는 것이 아닌 공중급유장치인 붐을 전투기에 연결한 뒤 다시 분리하는 ‘드라이 컨택’ 방식으로 진행됐다. 공군 제공



12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이 공군 오산기지에서 공중급유 임무수행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공군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를 둘러보고 있다.
12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이 공군 오산기지에서 공중급유 임무수행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공군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를 둘러보고 있다.

 

KC-330에 장착된 카메라 계통. 3D 카메라를 비롯한 5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KC-330에 장착된 카메라 계통. 3D 카메라를 비롯한 5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KC-330 기내 창문에서 바라본 피급유기 F-15K 편대 비행 모습.
KC-330 기내 창문에서 바라본 피급유기 F-15K 편대 비행 모습.

 

KC-330 후미에 설치된 공중급유장치 ‘붐(Boom)’. 피급유기는 이 장비를 통해 연료를 주입받는다.
KC-330 후미에 설치된 공중급유장치 ‘붐(Boom)’. 피급유기는 이 장비를 통해 연료를 주입받는다.

 

편광 선글라스를 쓴 KC-330 공중급유통제사가 3D 화면을 보며 공중급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편광 선글라스를 쓴 KC-330 공중급유통제사가 3D 화면을 보며 공중급유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자욱한 구름을 뚫고 우리 공군이 자랑하는 전투기 편대가 모습을 드러내자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객실이 탄성으로 가득 찼다. 날렵한 전투기가 기동하는 모습을 창공에서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 감동. 전투기들은 순서대로 KC-330 후미로 이동해 임무수행을 위한 급유를 준비했다. 같은 시간. KC-330 공중급유통제사의 콘솔에는 급유를 위해 다가온 전투기가 입체 영상으로 구현됐다. KC-330의 자랑거리인 3D 카메라 세트로 정확한 위치를 수신한 공중급유통제사는 한 치 오차 없이 공중급유장치 ‘붐(Boom)’을 길게 내려 전투기 급유구에 맞댔다. 드디어 이뤄진 도킹. KC-330은 분당 최대 1360L의 속도를 뽐내며 안전하고 신속하게 공중급유를 마쳤다. 항공기와 항공기가 연결되고, 엄청난 양의 연료가 보충되는 동안에도 KC-330 내부는 고요했다. 그동안 KC-330과 전투기 운용 요원들이 수행했을 연습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맹수열/사진=김병문 기자

공군은 12일 서해 만리포급유공역 일대에서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의 공중급유 임무 현장을 공개했다. 공군이 언론에 공중급유 현장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 전투기가 하늘을 누비는 모습을 공중에서 보는 진귀한 체험도 했다. 우리 공군의 임무 반경을 획기적으로 높인 KC-330을 타고 이 모든 것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었다.


‘거대한 백조’, F-15K 10여 대 급유 가능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함께 공중급유 임무를 견학하기 위해 공군 오산기지를 찾았다. 공군작전사령부와 미 7공군사령부 등이 함께 있는 한미동맹의 ‘심장’ 같은 곳이다. KC-330은 기자들을 싣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오산기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KC-330은 ‘시그너스(백조자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위용을 뽐내며 기자를 맞았다. 2개의 터보팬 엔진이 내뿜는 바람은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했다. 잠시 KC-330에 대한 설명이 진행됐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KC-330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카메라 박스와 공중급유장치 붐이었다.

“하부에 장착된 카메라 박스에는 총 5대의 카메라가 들어있습니다. 먼저 2대의 3D 카메라는 화상을 모아 3D 화면을 구성해 공중급유통제사 콘솔에 입체 영상을 제공합니다. 파노라마 카메라 3대는 후방에 있는 피급유기 위치와 이동을 넓게 볼 수 있는 기능을 하죠. 영상은 최대 6배까지 확대할 수 있어 정교한 임무수행이 가능합니다.”

붐은 마치 잠자리의 꼬리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18.57m까지 늘어나는 붐을 이용해 F-15K·(K)F-16·F-35A 전투기와 E-737 항공통제기 같은 주요 항공기들이 연료를 보급받을 수 있다. 24만5000파운드(약 111톤)의 연료를 실을 수 있는 KC-330은 자신이 사용할 연료를 제외한 모든 연료를 ‘전우’에게 나눠줄 수 있는 ‘하늘의 주유소’였다. 기자들과 동행한 조주영(중령) 5공중기동비행단 261공중급유비행대대장에 따르면 4시간 체공 기준으로 F-15K는 약 10대, F-35A는 약 15대, (K)F-16은 약 20대가 급유를 받을 수 있다.


“민간 항공기 아닌가요?”… KC-330에 몸을 싣다

비행을 위해 KC-330의 내부에 첫발을 디뎠다. 사실 첫 감상은 ‘민간 항공기와 똑같다’였다. 좌석 배치부터 구조까지 모두 익숙한 풍경이었다. 사실 그럴 만도 하다. KC-330은 에어버스사(社)의 민간 항공기 A330을 기반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이륙에 앞서 조 대대장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오늘 KC-330은 오산기지를 이륙해 서해에서 약 160㎞ 떨어진 만리포급유공역에서 임무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피급유기는 F-15K, KF-16 각 2대입니다. 연결 순간 약간의 흔들림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만리포급유공역은 공군이 설정한 급유공역 가운데 하나다. 공군은 다른 전투기들의 훈련 등 임무수행 여건을 고려해 공역 중 일부를 급유공역으로 정했다. 급유공역은 해상에 있는 것이 특징인데, 혹시 부품 등이 떨어지더라도 민간의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나고 이륙할 시간. 천천히 활주로를 선회한 KC-330은 속도를 올려 하늘로 향했다. 거대해 보였던 오산기지는 장난감 도시처럼 작아졌고, 이내 구름 밑으로 사라졌다.


3D 영상으로 더 정확하고 빠르게

급유공역까지 가는 막간을 이용해 조종석에서 공중급유통제사 김선준 상사에게 콘솔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2구역으로 나뉜 콘솔 화면에는 F-35A 전투기 이미지가 흐릿하게 잡혀 있었다.

“먼저 앞에 놓인 편광 선글라스를 써주십시오. 그러면 F-35A 형상이 입체로 뚜렷하게 보일 겁니다.”

김 상사의 말대로였다. 화면 속 F-35A는 KC-330의 3D 카메라가 제공하는 실제 영상을 똑같이 구현한 것. 선글라스를 쓰자 흐릿한 2D 이미지가 입체로 보였다.

“3D 입체 화면은 KC-330이 가진 특징 중 하나입니다. 미국의 KC-10, KC-135 등 많은 공중급유기가 육안으로 확인하며 공중급유를 하는 것과 차이가 있죠.”

김 상사는 3D 이미지를 활용해 더 정교하고 빠르게 공중급유를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후미에 피급유기가 진입하면 붐 스틱을 조종해 지름 10㎝의 급유구에 연결하는 것이 그의 역할. 그다음은 5~10분(F-15K 기준) 이어지는 급유를 통제하면 된다고 한다. 그는 이 시간이 가장 긴장된다고 덧붙였다.

조종간을 잡은 조종사 엄기수 소령의 임무도 막중하다. 시속 290노트(530㎞)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피급유기 조종사와 교신하며 위치를 통제하고, 급유 진행 상황 전반을 감독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 소령은 “공중급유 임무는 다른 항공기와 협조가 필수여서 평소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4500m 상공 안정적 급유… 훈련량 방증

만리포급유공역에 도착했지만 바로 공중급유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공역 기상 파악이 선결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난기류나 구름이 없는 고도를 선정해 피급유기에 전달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공중급유의 핵심인 붐 재점검도 이뤄졌다.

이윽고 1만5000피트(약 4500m) 상공에서 피급유기인 F-15K와 KF-16 전투기가 KC-330 옆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투기들은 가지런히 대형을 이뤄 KC-330에 접근했다. 조종석 내부가 보일 정도로 가까이 붙은 전투기들이 흐트러짐 없이 대형을 유지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전투기들은 순서대로 후미에서 급유받았다. 훈련은 공중급유장치인 붐을 전투기에 연결한 뒤 다시 분리하는 ‘드라이 콘택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른 전투기까지 급유가 끝나자 조종사들은 엄지를 치켜세운 뒤 기수를 꺾어 임무 공역으로 향했다.

여기서 이상한 점. 이륙 전 조 대대장은 분명 “급유 과정에서 흔들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런 기미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급유를 모두 마친 뒤 돌아온 김 상사는 웃으며 이렇게 설명했다.

“(기자분들이) 취재에 너무 집중하셨거나, 오늘 더욱 부드럽게 잘 된 것으로 봐야겠죠. 저는 후자로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력화 후 공군 임무 반경 획기적 확대

공중급유 임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공중급유기는 물론 실제 임무수행까지 생생히 지켜본 기자 역시 뿌듯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공중급유수송기’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KC-330의 정체성은 공중급유에 있다. 하지만 그동안 KC-330은 다른 의미에서 주목받아 왔다. 코로나19 백신 수송, 아프가니스탄 현지 조력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온 ‘미라클작전’,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요소수 긴급공수작전 등 수송 임무가 그것이었다.

이는 KC-330이 가진 능력의 일부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C-330 전력화 후 공군 전투기의 임무 반경과 체공 시간, 무장 탑재 능력이 대폭 증가했다는 점이다. 조 대대장 역시 이 부분을 강조했다.

“KC-330 전력화 이전에는 F-15K의 경우 독도에서 약 30분, 이어도에서 약 20분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KF-16은 독도 약 10분, 이어도 약 5분 정도에 그쳤죠. 하지만 KC-330에서 공중급유를 받으면서 작전 시간이 1시간 정도 늘어났습니다. 또 해외 연합훈련에 참여할 때도 KC-330으로 공중급유를 하면서 단독 전력으로 한반도 공역을 넘어 어디서든 작전을 펼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성과는 KC-330 승무원들이 부단한 훈련과 작전을 거듭한 결과였다. KC-330은 2019년 1월 1호기 전력화 이후 7400회가 넘는 공중급유작전을 수행했다. 수송이 주목받던 와중에도 고유의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음은 이날 공중급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조 대대장을 비롯한 KC-330 승조원들은 “조종사들이 공중급유를 통해 연료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항공기 성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작전 운영과 실전적인 훈련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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