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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언제나 순백이지만 옷은 늘 붉은 피로 물들어도 패배는 없고 오로지 승리만 있는 기사에게 붙이는 최고의 이름이 원탁의 기사다. 이들에게 계급은 있지만 싸우는 방법인 작전계획을 토의할 때는 모가 없는 원탁에 앉아 승리라는 공통분모 외에는 어떠한 것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붙인 이름이다. 이처럼 계급은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수단이기에 계급에 대한 책임과 절제, 죽음을 무릅쓰는 투혼이 함께하는 명예의 상징이지 권위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1차부터 4차 중동전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그 이면에 가장 사상자가 많았던 직책이 소대장이었다. 이들은 형으로서 소대원을 동생으로 생각하고 ‘나를 따르라’를 몸으로 실천해 자신의 생명을 불살라 승리했다. 현재 이스라엘과 국민이 인류와 함께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또한 지구 반대편에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도 이러한 투혼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원탁의 기사 정신은 우리가 잘 아는 ‘밴드 오브 브러더스(전우애)’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자 군인정신으로, 현시점에서 우리 군의 장교에게 정말 필요하고 싸우는 문화로 받아들인다면 매우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군의 신분은 장교, 부사관, 병으로 구분되는데 이는 각자 역할의 차이와 전문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계급에 너무 고착되면 실질적인 원탁의 기사 정신은 멀어질 것이다. 즉 머리가 생각한 것을 손발이 행동하고 손발이 하는 행동을 머리가 이해해야 하는 측면에서 유연성이 필요하다. 원탁의 기사 정신은 ‘해가 뜨면 같이 웃고, 해가 지면 같이 운다’는 마음의 동행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전우애의 정신적 근간이 돼야 한다.
첫째, 상하 간에 이해를 바탕으로 이심전심하는 지휘문화가 필요하다. 리더십이 중요하지만 팔로어십이 따라 주지 못하는 지휘관의 언행은 복잡한 시대적 환경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남길 수 있다. 즉 ‘이해는 사람을 살리고 오해는 사람을 죽인다’는 말처럼 서로의 직분을 먼저 이해하고 감성을 고려한 부대 지휘가 필요하다.
둘째, 장교의 주요 역할인 각종 계획을 수립하면서 이를 실천하는 방법에 대한 고심이 더욱 필요하다. 특히 작전계획은 탁상공론이 되지 않으려면 현장에서 어떤 문제와 위험성을 내포하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 머릿속으로 그리는 게 현장에서 완벽하게 달성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 될 수 있다. 평시에도 어려운 것을 전쟁이란 불확실성과 마찰 영역에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감각’이 군인의 상식이듯 장교는 보편적 상식을 기초로 실천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것이 작전계획의 완벽함이란 함정에서 벗어날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셋째, 임무형 지휘를 실천하는 것이다. 임무형 지휘는 임무 달성을 위해 현장 지휘관이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지휘개념이다. 임무 달성을 위해 부하를 사지로 몰기보다는 임무도 달성하고 부하도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현대판 부대 지휘이자 장교의 노하우다.
원탁의 기사는 장교가 가져야 할 최고의 가치이자 서비스를 실천하는 정신이다. 부하는 늘 목마르고 하고 싶은 욕구와 가치 표현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는 게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는 큰 공덕이자 원탁의 기사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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