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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8군 한국군지원단 한상현 상병] 국방부 시계는 흐른다

입력 2023. 03. 21   16:46
업데이트 2023. 03. 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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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현 상병. 주한미8군 한국군지원단
한상현 상병. 주한미8군 한국군지원단


지난 1월 10일은 내 군 생활에 의미 있는 날이었다. 18개월의 복무기간 중 정확히 절반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 싶으면서도 생각보다 빠르기도 하다. 군의관 복무를 포기하고 카투사(KATUSA)로 입대한다고 주변에 알렸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국방부 시계는 흐른다”는 것이었다. 힘들고 지겹더라도 하루하루 버티기만 하면 결국 전역이 온다는 위로였으리라.

국방부 시계가 절반 흘러간 지금, 이 말은 내게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왕 흐르는 시간을 의미 있게 쓰자는 것이다. 시계는 우리가 성실하게 복무하든, 게으름만 피우든 흐른다. 카투사에게 주어진 개인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든, 허비하든 흐른다. 어차피 흐르는 시간이라면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조국과 자신을 위해 잘 채워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런 발상의 전환을 하자 지금까지의 내 군 생활을 돌아보게 됐다.

100점 만점에 60점. 내 군 생활 전반전에 점수를 매긴다면 그 정도를 주고 싶다. 큰 사고 없이 자기 자리에서 역할을 해왔고, 부대원들과 적당히 좋은 관계로 지내왔다. 딱, 그 정도가 다였다. 영어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체력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냥 지내왔다.

일과 시간이 끝나면 누워서 유튜브만 보기 바빴다. 외박은 놀러 나가는 거라고만 생각했다. 물론 군인으로서 기본 역할만 다하면 충분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흔히 중간만 가라고들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딱 60점 정도다. 우리 20대의 소중한 18개월을 전역 날짜만 세면서 보내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까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카투사로서의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국방부 시계’가 마침내 한 바퀴를 도는 날 스스로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에 한미동맹 강화의 일원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개인 시간에 영어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고 있다. 부대원들과도 오래도록 남을 좋은 관계를 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 전역 후를 위해서는 평소 관심 있던 마케팅과 디자인 관련 책을 읽고, 외박 때면 의사 선배들을 만나 진로 조언을 듣기도 한다. 이런 노력이 당장 우리를 변화시키지는 않겠지만, 전역하는 그날에는 더 나은 우리가 되면 좋겠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중국 고대의 탕왕은 세숫대야에 이 말을 새겨 두고 매일 되새겼다고 한다. 하루하루 새로워진다는 뜻이다. 우리 카투사들도 군 생활 548일 동안 매일 조금씩 새로워진다면 한미동맹의 미래는 물론 우리 자신의 미래까지도 멋지게 만들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국방부 시계는 매일 흘러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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