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첨단무기와 미래 전쟁

지휘체계 간소화·소수정예화 ‘선택 아닌 필수’

입력 2023. 03. 17   17:25
업데이트 2023. 03. 1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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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무기와 미래 전쟁- 모자이크전 <하>

우크라전쟁서 발전 가능성·한계 확인
숙련 장병·군수지원, 승리 최소 조건
첨단기술 빠른 속도로 군사 분야 적용
전통적 군대 개념·역할 변화 불가피

모자이크전의 핵심은 유?무인 복합체계, 초연결 네트워크, AI전투참모 등의 최첨단기술을 실전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지속적인 지휘체계 자동화를 통해 러시아 침공에 맞서고 있다. 사진=우크라이나 국방부 홈페이지
모자이크전의 핵심은 유?무인 복합체계, 초연결 네트워크, AI전투참모 등의 최첨단기술을 실전에서 활용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지속적인 지휘체계 자동화를 통해 러시아 침공에 맞서고 있다. 사진=우크라이나 국방부 홈페이지

 

모자이크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람이다. 특히 숙련된 장병의 생존은 승리를 위한 필수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영국, 캐나다, 폴란드 등에서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장병들의 모습. 사진=우크라이나 국방부 홈페이지
모자이크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람이다. 특히 숙련된 장병의 생존은 승리를 위한 필수 요소로 강조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영국, 캐나다, 폴란드 등에서 훈련 중인 우크라이나 장병들의 모습. 사진=우크라이나 국방부 홈페이지


그동안 러시아군을 상대로 놀라운 전과를 거뒀던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북부 외곽지역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러시아 용병집단 와그너 그룹(Wagner Group)이 공격전술을 바꿨기 때문이다. 최근 도네츠크주 서남부 부흘레다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게 참패당한 러시아군 제155해군보병여단과 비교하면 그 차이점이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놀라운 사실은 와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군의 다양한 전술을 분석하고 취약점을 찾는 것은 물론 실제 강습분견대 운용에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병집단이 모자이크전을?

지난해 12월 이후 러시아 용병집단 와그너 그룹은 3명 이내로 구성된 전투팀 혹은 1~2개 분대 병력으로 구성된 강습분견대를 우크라이나군 방어선 안쪽으로 계속 침투시키고 있다. 이들의 임무는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유도해 참호 혹은 벙커 등으로 급조된 우크라이나군 방어진지를 노출시키고, 우크라이나군이 귀중한 탄약을 낭비하게 만드는 것이다.

드론으로 전투지역을 감시하는 와그너 그룹과 러시아군은 포병, 전차포, 심지어 근접항공지원까지 다양한 화력을 동원해 위치가 노출된 우크라이나군 방어진지를 공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와그너 강습분견대 역시 대규모 병력 손실이 발생하지만 마치 모자이크 퍼즐처럼 희생된 용병들의 빈자리는 즉시 새로운 용병으로 대체되고 있다. 모자이크전에서 지향하고 있는 적응성과 회복탄력성을 갖춘 전력 운용이 러시아 용병집단에 의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초 미국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해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등장한 모자이크전 개념이 오히려 러시아에서는 그 반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역설이다.

깊어지는 미군 수뇌부의 고민

한편 해당 지역에서 방어작전을 펼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막대한 병력 손실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격을 반복하고 있는 러시아군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진일퇴를 반복하는 소모전 형태로 전쟁 양상이 바뀌면서 그동안 우크라이나군의 승리를 보장해 왔던 여러 전략적 이점이 거의 상쇄됐기 때문이다. 특히 전열을 재정비한 러시아군의 전투력이 하루가 다르게 강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수세적 입장의 우크라이나군 역시 막대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것은 우크라이나군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미군 수뇌부에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본토가 아닌 해외에서 주요 전투가 진행되고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염두에 둔 미군의 주요 군사교리, 그중에서도 모자이크전이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해 한계를 드러냈다는 주장도 있다. 러시아군과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독창적인 전술이나 전략은 언제든 새로운 대응전술 혹은 전략으로 인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자랑하는 지휘·통제 프로그램인 GIS 아르타(Arta)를 교란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친러시아계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GIS 아르타의 암호체계를 뚫는 데 성공하고 실제 전투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 포병이 존재하지도 않는 표적이나 엉뚱한 곳에 포격하도록 교란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측의 주장을 전부 신뢰할 수는 없지만 최근 급감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포병의 사격 횟수가 단순히 탄약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어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포병의 사격 횟수 감소가 GIS 아르타와 같은 지휘·통제체계의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모자이크전,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미군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우크라이나군을 통해 모자이크전의 발전 가능성과 한계 역시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군이 모자이크전에 집중하는 이유는 눈앞의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이다.

먼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발목이 잡힌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앞세운 러시아의 군사적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여기에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태평양으로 세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확장정책 역시 미국은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무기를 실전 배치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비해 미군이 보유한 주요 무기체계의 교체주기가 너무 길어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할 정도다. 여기에 더해 우수한 장병들의 확보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미국 내 모병현실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탐사보도를 통해 숙련된 장병과 탄약이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의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엄청난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 모두 비축된 군수물자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고 숙련된 장병들의 전사로 인한 공백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인해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그동안 우리가 상상해 왔던 전쟁의 미래를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여전히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숙련된 장병과 안정적인 군수지원, 그리고 국제동맹관계이며, 최첨단 무기의 유무는 부차적이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미래 전쟁 수행을 위한 거시적 관점에서의 전략과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전술의 중요성 역시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래 전쟁 대비

현재 미군은 다양한 시행착오 속에서도 미 육군의 다영역작전(MDO), 해군의 분산해양작전(DMO), 해병대의 원정기지작전(EABO)을 큰 축으로 미래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모자이크전은 이러한 전략개념을 향후 군사 분야에 적용될 최첨단 기술을 통해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돕는 이정표, 즉 작전수행방식이라 말할 수 있다. 또한 과거와 같은 대규모 상비군 병력의 유지 혹은 대규모 병력의 전쟁 동원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유?무인 복합체계, 초연결 네트워크, 인공지능 전투참모 등의 최첨단 기술이 더욱 적극적으로 군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data) 등의 첨단기술이 빠른 속도로 군사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최첨단 기술의 군사 분야 적용은 전통적인 군대의 개념과 역할을 완전히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전쟁에서는 육·해·공군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지휘체계의 간소화와 전투병력의 소수정예화가 선택이 아닌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될 것이다.

끝으로 작전계획 수립부터 결심, 명령 및 하달, 실제 전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실시간·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모자이크전은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물론 높은 사기와 전투태세를 갖춘 숙련된 장병들과 충분한 규모의 군수지원이 보장된다는 전제가 충족된 상태에서.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필자 계동혁은 'Aerospace & Defense' 취재팀장을 지냈으며, 다양한 국방·군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를 바꾼 신무기』, 『드론 바이블』(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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