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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삶_정찬환 대위] 종교란 무엇일까

입력 2023. 03. 14   15:31
업데이트 2023. 03. 1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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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환 육군17사단 신부·대위
정찬환 육군17사단 신부·대위


종교(宗敎)란 무엇일까요?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으뜸가는 가르침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으뜸가는 가르침은 무엇일까요?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지식이 있고 정보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최고의 것을 종교라 부르는 것일까요? 도대체 종교란 무엇이고, 우리 삶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통상적으로 종교는 현세 이후의 삶, 곧 내세를 기반으로 그 교리와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모두가 결국 죽는다는 것을 전제로, 인간의 유한성을 이야기하며 그 시작을 엽니다. 하지만 종교는 비단 내세 이후의 삶만을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세에서의 모습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들 속에도 종교가 있고,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결국 삶도 죽음도 나의 인생이라고 보았을 때, 종교 역시 현세와 내세를 모두 아우르는 우리의 시간 속 모습들입니다. 이처럼 종교는 우리의 삶과 굉장히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종교가 존재합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 역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죠. 역사적으로 드러난 종교의 많은 해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이 종교를 찾고 있으며, 신앙의 종류와 형태도 다양합니다. 세계 제3차 대전은 종교 때문에 발생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오늘날 종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초월해서 종교는 인간의 역사와 공존해 왔다는 것에서 종교가 우리의 삶과 매우 맞닿아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공동선을 이야기하며 그 존재를 드러내기도 했고, 때로는 부적절하고 부당한 모습으로 세상에 상처를 주기도 했습니다. 마치 우리가 이웃들과 살아가며 이런저런 일들을 겪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오늘날 많은 이들은 종교에 무관심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의 삶에 종교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없어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오히려 종교를 가짐으로 인해서 생기는 불편함과 죄책감이 더 크기에 종교를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정말 그것뿐일까요? 군인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평시에는 크게 종교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지만 전시가 되고 죽음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죽음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많은 것들을 느끼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종교가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장례식장을 방문하는 횟수가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그동안 맺어온 인연들이 하나, 둘 삶을 마감하고 나면 우리는 장례식장에 가서 그 사람을 위해 명복을 빌고 우리의 죽음까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한계를 경험하게 되는 우리는 자연스럽게 죽음 이후의 세상을 갈망하고 경험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의 큰 희망으로 우리 인간이 죽음으로 끝나버리는 허망한 존재가 아니라 그 이후에도 보다 나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제시합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현세에서 쉽게 좌절하거나 포기하더라도 다시 용기를 내어 살아가듯이, 죽음 앞에서도 다시 한번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크게 관심이 없고, 필요 없어 보일지라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죽음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그 안에서 종교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순간이 왔을 때 부정적인 모습으로 모든 것을 등 뒤로하기보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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