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공군

블랙이글스와 함께 국산 항공기 위상 ‘고공비행’

입력 2023. 03. 02   17:21
업데이트 2023. 03. 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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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애벌론 국제에어쇼에서 빛난 ‘K방산’

 
에어쇼 주최 재단 CEO “블랙이글스 초청에 온 힘”
한·호주 공군 협력 대내외로 알리는 상징성 강조

 
국내 방산업체 전시부스 세계 군 관계자 문전성시
필리핀·인도네시아 고위급 T-50 시뮬레이터 체험

 
KAI, 오세아니아 시장 수출 확대 목표 적극 홍보
정상화 공참총장도 조종사 양성과정 등 직접 소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병전투장갑차도 큰 인기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2일(현지시간) ‘2023 호주 애벌론 국제에어쇼’ 현장에서 하늘을 가르며 특수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2일(현지시간) ‘2023 호주 애벌론 국제에어쇼’ 현장에서 하늘을 가르며 특수비행을 선보이고 있다.



호주의 대도시 멜버른과 항구도시 절롱 사이에 있는 애벌론공항에서는 2년마다 국제에어쇼가 개최된다. 35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축제에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없었다. 2021년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Black Eagles)가 초청받았으나 코로나19 악화로 행사 자체가 취소됐다. 그러나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올해 에어쇼에서 대한민국의 존재감은 남다르다. 호주는 에어쇼 공식 오프닝 단독비행을 블랙이글스에 맡겼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방산업체들도 전시에 참가해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호주 애벌론에서 글=김해령/사진=양동욱 기자

블랙이글스의 T-50B 항공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AMDA재단 저스틴 기딩스(왼쪽) 최고경영자와 스콧 윈체스터 호주 공군본부 애벌론 에어쇼 태스크포스 사무총장.
블랙이글스의 T-50B 항공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 AMDA재단 저스틴 기딩스(왼쪽) 최고경영자와 스콧 윈체스터 호주 공군본부 애벌론 에어쇼 태스크포스 사무총장.



블랙이글스 초청 위해 호주 국방부·공군 총출동

블랙이글스가 애벌론 에어쇼에서 비행하는 시간은 소위 ‘피크 타임(Peak Time)’으로 불리는 때다. 2일(현지시간)에는 낮 12시30분에 특수비행을 펼쳤다. 일반인 입장이 가능하고, 에어쇼가 절정에 이르러 유일하게 밤 9시까지 비행이 있는 3일엔 가장 중간 시간인 오후 5시에 하늘로 오른다. 행사 막바지인 4~5일에도 낮 12시경 이륙한다.

블랙이글스의 존재감은 에어쇼 주최 측인 AMDA와 호주 공군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AMDA재단의 저스틴 기딩스 최고경영자(CEO)는 국방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런던에서 블랙이글스의 비행을 보고 이들을 초청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기딩스 CEO가 말하는 런던 비행은 세계 최대 군사에어쇼 ‘리아트(RIAT)’다. 그는 애벌론 에어쇼에 블랙이글스를 초청하기 위해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로버트 치프먼 호주 공군총장에게 도움을 청했다고 한다.

치프먼 총장 역시 블랙이글스의 전문성을 눈여겨보고 초청에 앞장섰다. 스콧 윈체스터(예비역 공군준장) 호주 공군본부 애벌론 에어쇼 태스크포스(TF) 사무총장은 “블랙이글스 초청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기딩스 CEO의 희망과 한국·호주 간 국방협력 증진 목적”이라며 “블랙이글스의 퍼포먼스는 아주 뛰어나고, 그들의 T-50B 역시 매우 훌륭한 항공기”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애벌론 에어쇼가 한국·호주 공군 간 협력의 상징성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양국 공군은 지난해 9월 서로의 공중급유를 지원하는 ‘공중급유 상호지원협약’을 체결했다. 우리 공군의 다국적 연합공중훈련 ‘피치블랙(Pitch Black)’ 참가에 따른 것이다.

윈체스터 사무총장은 “한국과 호주의 우정은 70여 년 전 호주 육·해·공군이 6·25전쟁에 참전해 자유를 위해 싸운 것에서 시작됐다”며 “앞으로도 양국 교류는 이어질 것이며, 애벌론 에어쇼 2023은 이를 대내외로 알리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애벌론 국제에어쇼 방산전시회에 마련된 KAI 부스에서 방문객들이 KF-21을 비롯한 항공기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애벌론 국제에어쇼 방산전시회에 마련된 KAI 부스에서 방문객들이 KF-21을 비롯한 항공기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블랙이글스 조종사 김진건(맨 오른쪽) 대위가 방산전시회에서 T-50 항공기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있다.
블랙이글스 조종사 김진건(맨 오른쪽) 대위가 방산전시회에서 T-50 항공기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있다.



KAI·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수출 홍보 가속페달

애벌론 에어쇼와 동시에 진행하는 방산전시회에선 국내 방산업체들이 수출 홍보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에 따라 KAI·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마련한 전시부스에는 세계 각 군 관계자들의 발길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KAI는 FA-50 경공격기와 KF-21 전투기, 한국형 초소형 무장헬기(LAH) 모형과 T-50 시뮬레이터를 전시했다. 이번 행사는 국산 항공기 수출 대상을 오세아니아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 아래 이뤄졌다고 KAI 측은 설명했다.

방문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단연 FA-50이었다. T-50을 기반으로 개발된 FA-50은 지난해 폴란드 수출에 이어 지난주 말레이시아 수출에 성공하는 등 KAI의 항공기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행사일 동안 KAI 부스에는 스티븐 파라뇨 필리핀 공군참모총장, 모하맛 토니 인도네시아 국군방공사령관 등이 방문해 T-50 시뮬레이터를 체험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였다.

KAI는 호주 시장으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호주 공군은 최신 항공전력 확보를 위한 차세대 전술입문기를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FA-50과 같은 T-50 계열 항공기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공군도 FA-50 수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상화 공군참모총장은 블랙이글스 공연을 치프먼 총장과 함께 보며 블랙이글스 T-50B의 비행 모습을 직접 설명했다. 또 KAI 부스에서는 블랙이글스 조종사가 우리 공군의 전투조종사 양성과정을 소개했다. 우리 공군은 T-50 계열 항공기로 전투조종사 훈련을 하고 있어 별다른 기종 전환 없이 훈련이 가능하다. 훈련기와 전투기가 다르면 약 30개월에 걸쳐 전환훈련을 한다. TA-50과 FA-50을 쓰면 그런 훈련이 없어 훈련시간과 소티(비행횟수)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양성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김진건(대위) 블랙이글스 훈련조종사는 호주 공군을 대상으로 한 파이프라인 발표에서 “T-50은 ‘카멜레온’ 같은 항공기”라며 “고등훈련기와 곡예비행용 항공기, 공대지용 항공기, 전술입문과정(LIFT), 공대공 훈련까지 수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 전시장도 붐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계열사인 한화디펜스 호주법인(HDA)은 애벌론 에어쇼 전시회장에 부스를 꾸미고, 각국 관계관들에게 레드백을 홍보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호주 육군을 대상으로 레드백 공급을 타진하고 있다. 또 쎄트렉아이의 정찰위성을 함께 전시했다.

부스에서 만난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는 “레드백에 대해 대부분 우호적 반응을 보인다. 전 세계 장갑차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드백의 호주 수출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호주 측에서 나온 얘기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호주는 추후 유럽이나 미국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중요한 곳이라 파트너십을 이어가고자 노력 중”이라며 “그 일환으로 HDA는 호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강구영 KAI 대표이사 

“미국 무기 곳간도 결국엔 채워야죠”

 


올해 최대 공략 목표 이집트…100대 판매 기대
말레이시아 FA-50 수출은 기술력·투명성 덕


국내 유일의 전투기 제조 방산업체인 KAI의 조종간이 세계로 향하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와 FA-50 경공격기 수출계약을 맺은 KAI는 ‘2023 호주 애벌론 국제에어쇼’에 처음 참가해 각국을 상대로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실제 현지에선 여러 나라 관계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중이다. KAI의 다음 목표는 이집트, 궁극적으로는 세계 최대 시장 미국이다. 1일(현지시간) 강구영 KAI 대표이사를 에어쇼 현장에서 만나 KAI의 ‘이유 있는’ 미래 계획을 들어봤다.

“당장의 큰 목표는 이집트입니다. 이집트와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가능합니다. 이집트는 북아프리카 지역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입니다.”

강 대표이사는 KAI의 올해 최대 공략지를 이집트로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집트는 우선 36대 주문계획을 밝혔고, 2차 사업까지 가면 100대까지 수출할 수 있는 큰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이사는 미국 시장 진출 비전도 밝혔다. 미국은 2024~2025년 280대 규모의 공군 전술훈련기와 220대 규모의 해군 고등훈련기·전술훈련기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KAI는 미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T-50 계열 항공기 판매를 위한 협력합의서(TA)에 서명하고, 전략적 제휴를 강화한 상태다. 강 대표이사는 “올해는 여건 조성과 사전 준비를 하는 단계”라며 “세계 최고의 비행기들이 나는 곳이 미국이고, 거기서 우리 비행기가 날 수 있다고 하면 KAI 브랜드 가치가 ‘메이저리그’로 상승하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수출 낭보가 전해진 말레이시아 사업에 대해선 “사실 순탄치만은 않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KAI는 지난달 24일 말레이시아에 FA-50 18대를 수출하는 1조2000억 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말레이시아가 동일 기종으로 18대를 추가 도입하는 2차 사업까지 계획해 규모는 배로 늘어날 수 있다.

강 대표이사는 “처음엔 순조롭게 진행돼 11월, 늦어도 12월에는 계약이 될 줄 알았다”며 “그런데 갑자기 말레이시아에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모든 전력 사업들이 재검토 대상이 됐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FA-50 수출이 성사된 것은 월등한 기술력과 투명한 절차 덕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유일하게 우리 사업만 살아남았고, 다른 사업들은 재검토 중”이라며 “기술적으로 월등했을 뿐만 아니라 절차도 문제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종사 출신인 강 대표이사는 블랙이글스를 비롯한 공군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특히 호주에 머무는 동안 블랙이글스 비행을 매일 지켜봤다. 2일에도 블랙이글스가 비행하는 내내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공군은 항공기 수출에서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무기체계는 판매가 끝이 아니라 팔고 나서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저렴한 가격으로 유지관리 중인 우리 공군의 데이터가 KAI의 마케팅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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