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정전 70주년 특별기획 - 다시, DMZ

[연중 기획 다시, DMZ] ⑧경기도 연천-육군28보병사단

입력 2023. 02. 21   17:16
업데이트 2023. 02. 21   17:41
0 댓글

전방 소초 파견된 수색대대원
만반의 대비태세 갖추고
어떤 작전·상황에도 즉각 대응

과학화정비반 GOP 상주
감시·통제·지원시스템 등 점검
작은 이상도 즉각 감지해 정비

 

화기중대 교대로 전방 배치
유사시 적 도발 원점 신속 타격
포상 점령·사격 준비 빈틈없어

 

철책 인근 추진 소초에서 야간 상황조치 훈련을 하며 작전차량에 오르고 있는 수색대대 장병들.
철책 인근 추진 소초에서 야간 상황조치 훈련을 하며 작전차량에 오르고 있는 수색대대 장병들.

 

수색대대 장병들을 태우고 작전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작전차량.
수색대대 장병들을 태우고 작전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는 작전차량.

 

DMZ 수색작전을 위해 작전차량에 올라 경계를 하고 있는 육군28보병사단 수색대대 장병.
DMZ 수색작전을 위해 작전차량에 올라 경계를 하고 있는 육군28보병사단 수색대대 장병.


육군28보병사단의 애칭은 ‘무적태풍(無敵颱風)부대’다.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태풍처럼 빠르게 도발에 맞서고, 나아가 적을 섬멸하겠다는 사단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무적태풍은 비단 구호에만 그치지 않는다. 경기도 연천군 일대 중서부 전선을 지키고 있는 사단은 언제, 어떤 상황이 닥쳐도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임진강이 얼어붙었던 지난 1~3일 사단의 최전방을 걸으며 일반전초(GOP) 완전작전을 위한 무적태풍부대의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장병들의 열정을 확인했다.  글=맹수열/사진=조용학 기자 

지난 1일 해발 355m에 자리 잡은 고왕산 고지에서 취재가 시작됐다. 입춘(立春)을 눈앞에 둔, 겨울이 끝자락에 걸쳐 있었지만 고지는 여전히 칼바람이 가득했다. 휴대전화에 표시된 기온은 영하 1도. 하지만 온몸을 때리는 매서운 바람의 여파로 영하 10도 이하로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통문을 통해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에 돌입할 수색대대원들이 진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수색대대 장병들은 군장검사 대비에 한창이었다.

 
팀장인 조덕상 중사를 포함한 수색대대 장병들은 철책 인근 최전방 소초에 파견된 이들이다. 사단은 수색대대 장병 일부를 교대로 전방에 투입하고 있다. 즉각적인 작전·상황 대응을 위한 조치다. 이들이 머무는 소초는 사단이 맡고 있는 철책의 중앙에 위치한다. 수색대대 장병들은 아무리 멀어도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췄다고 한다. 수색대대의 전방 추진으로 작전 반응속도는 한결 더 빨라졌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였다.

 
이호준(중령) 흑룡대대장이 주관한 군장검사를 마지막으로 DMZ 투입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수색대대 장병들은 대기하고 있던 방탄차량을 타고 통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움직이는 차량 안에서도 장병들은 주변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앞서 화기애애하게 군장검사를 준비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긴장감과 진지함은 이들이 정예 수색대대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했다.

철책 광망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정비대대 과학화정비1반 소속 유명주(왼쪽) 중사와 송도규 중사.
철책 광망 상태를 점검하고 있는 정비대대 과학화정비1반 소속 유명주(왼쪽) 중사와 송도규 중사.


수색대대 장병들을 배웅한 뒤 휴전선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이름난 태풍전망대로 향했다. 태풍전망대에서는 베티·노리고지, 마량산 등 6·25전쟁 당시 우리 군이 처절하게 싸웠던 중서부 전선의 유명 고지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 온 것은 단순히 북쪽을 보기 위함이 아니었다. 태풍전망대 바로 옆 사단이 전방 경계부대 최초로 시행 중인 전방 추진 과학화정비반 대기소를 찾아가기 위한 것. 이곳에서 대기 중인 최경대(상사) 과학화정비2반장과 손대현 중사(진)를 만났다.

 
대기소 역시 수색대대 장병들의 소초와 마찬가지로 사단 책임지역 중앙에 있다. 줄어드는 병력을 대체하는 과학화경계시스템의 중요성이 더 커진 만큼 이를 빠르게 정비하는 임무 역시 막중해졌다. 사단의 과학화정비반 GOP 상주 이후 작전 반응시간은 기존 1시간~1시간30분에서 5~20분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상황이 조기 종결되면서 장비 정비를 마칠 때까지 현장을 경계해야 했던 GOP부대 장병들의 피로도도 감소했다는 게 사단의 설명이다.

 
과학화정비반은 1일 24시간 단위로 근무를 교대한다. 다음 날 최 상사, 손 중사(진)와 교대해 전방에 온 송도규·유명주 중사가 작전지역 내 한 철책 앞에서 카메라와 광망을 점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능숙한 솜씨로 기둥에 올라가 감시카메라를 점검했다. 카메라 내부를 살펴본 두 사람은 부속 이상을 감지하고 곧바로 교체했다. “감시카메라는 부품으로 인한 고장이 많다. 아직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부품을 그대로 두면 작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부연했다.

 
기자의 요청으로 광망 교체 시범도 선보였다. 실제 상황이 발생해 광망이 훼손·절단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동물이 범인이라고 한다. 송·유 중사는 이상이 생긴 광망 주변을 아우르며 꼼꼼하게 보수작업을 했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최전방 상주 이후 처음 맞는 겨울인데 상당히 힘드네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추위를 견디면서 출동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도 저희의 작은 수고로 경계작전의 빈틈이 없어지고, 다른 장병이 조금이라도 편해졌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따뜻합니다.” 유 중사의 말이다.

 
과학화정비반의 활동범위는 철책 근처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카메라로 대표되는 감시시스템과 광망 등 감지시스템, 식별된 정보를 운용하는 통제·지원시스템 모두 책임져야 하는 이들은 상주 기간 내내 전방 각 부대를 오가며 정비활동을 펼친다.

남방한계선 GOP 철책 인근 포 진지에서 81㎜ 박격포 비사격훈련을 하고 있는 화기중대 장병들.
남방한계선 GOP 철책 인근 포 진지에서 81㎜ 박격포 비사격훈련을 하고 있는 화기중대 장병들.


즉응태세 완비를 위한 사단의 또 다른 전략적 선택은 바로 화기중대 추진 소초 운용이었다. 사단은 현재 예하 여단 화기중대를 교대로 전방에 배치하며 유사시 적 도발 원점을 발 빠르게 타격하도록 했다.

 
취재 기간 전방에 머물고 있던 쌍용여단 1대대 화기중대 추진 소초 장병들의 상황 대응훈련을 지켜볼 수 있었다. 장병들은 소초장 변지훈 상사(진)를 중심으로 소초에서 약 150m 떨어진 포상까지 한걸음에 달려 나와 박격포 대응사격 절차를 선보였다.

 
상황 발생 후 이들이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분 남짓. 이들은 포상을 점령하고, 사격지휘소가 산출한 제원을 반영해 바로 사격 준비를 마쳤다.

 
“전포 발사 준비 끝!”
“쏴!”
“초탄 발사!”

 
장병들의 우렁찬 함성과 변 상사(진)의 칼 같은 지휘로 훈련은 금세 마무리됐다. 변 상사(진)는 “실제 상황이 발생해도 우왕좌왕하지 않고 물 흐르듯 대응하기 위해서는 반복 숙달은 필수”라며 “전방에 투입되면 더 실전적으로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방 투입 후 GOP 안에서 하는 훈련은 후방에서 하는 것과 긴장감의 차원이 다릅니다. 적이 도발하는 곳도, 맞서 싸워야 하는 곳도 이곳이기 때문에 더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게 되죠. 투입 기간 소초원들의 마음가짐도 더 굳건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소초원들과 호흡을 맞춰 가며 도발 때 빠르게 적을 타격하고, 상황을 조기 종결하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취재 중 늦은 밤 산 위에서 남북을 가로지르는 임진강과 사단의 주요 거점인 필승교의 야경을 내려다봤다. 필승교와 임진강의 풍경은 다소 이질적이었다.

 
정확히 필승교를 기준으로 꽁꽁 얼어붙은 북쪽과 달리 남쪽은 얼음이 녹아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함께 온 공보장교 김찬우 대위(진)는 유속의 차이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색적인 장면 속에서 문득 무적태풍부대 정신이 떠올랐다. 언 강을 녹이는 빠른 물살에서 전방의 매서운 추위를 이겨 내며, 발 빠른 대응으로 완전작전을 실천하는 사단의 노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