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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장일기_한지창 중위(진)] 백일막공과

입력 2023. 02. 16   15:55
업데이트 2023. 02. 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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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창 중위(진). 육군3보병사단 백호대대
한지창 중위(진). 육군3보병사단 백호대대


“백골! 소대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가 전입 전 했던 걱정을 한 번에 지워버렸다. 이 멋진 친구들이 내 소대원이구나. 이 사람들과는 내가 꿈꾸던 멋진 소대를 만들 수 있겠다. 소대원들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이다. 이들을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백일막공과(白日莫空過)라 하였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대원들의 소중한 청춘이 낭비되지 않았으면 했다. 군인으로서의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국방의 의무를 훌륭하게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존재 의미를 찾는 것이라 생각하며 소대원들이 지칠 때 마다 강조했다. 그 방법으로 교육훈련과 체력단련에 집중했다. 사격 측정 전날에는 소대원들을 모아놓고 칠판에 탄도곡선을 그려가며 사격술 노하우를 전수했고, 교육 훈련이 있을 때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닌 진짜 나를 지키기 위한 전술적인 행동을 교육했다. 소대 간부들은 퇴근도 잊은 채 함께 체력단련을 했다. 나와 간부들의 마음이 전해진 것일까. 소대원들의 눈빛에는 점점 열정이 생겼다. 소대원들은 건강한 욕심을 실현하기 위해 개인 정비시간도 마다하고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군인’이 돼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우리 소대의 전투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 때마침 사단에서 주최한 ‘소대 마일즈 경연대회’에 참가했고, 결과는 우승이었다. 이에 탄력받은 우리는 곧바로 사단 ‘최우수 소대’에 도전했다. 최우수 소대는 마일즈 경연대회와는 다르게 소대장 명령 하달, 부소대장 K3 분해결합, 소대 마일즈, 전투체력 단련, 야간 사격 등 다양한 항목들을 평가해 선발했다. 상승곡선을 그리던 우리 소대는 예상보다 빠르게 난관에 봉착했다. 가장 자신 있었던 마일즈 경기에서 조기탈락 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고배에 낙담하고 있던 내게 한 소대원이 찾아왔다. “소대장님 오늘 전투체력단련 시간 측정 한 번만 도와주시겠습니까?” 일찌감치 우승은 포기하려 했던 나와는 다르게 소대원은 내일의 과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 소대원에게 감명받은 나는 남은 과제들을 더욱 열심히 준비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니 사단 최우수 보병소대에 선발될 수 있었다.

소대원들도 청춘이지만, 나의 청춘 또한 그들과 함께하기에 우리의 청춘을 위해서 같은 목표를 향해 땀 흘렸더니 예상치 못한 행운이 굴러왔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누군가는 포상휴가를, 누군가는 강인한 체력을, 누군가는 사단 최우수 소대원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의 시간은 가지만 그 시간 동안 누가 무엇을 얻어가는지는 자신에게 달렸다. 모든 장병에게 해주고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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