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시스템에서 구성원으로…기업은 체질 개선 중

입력 2023. 02. 06   17:12
업데이트 2023. 02. 0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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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에서 만나는 2023 트렌드 - 오피스 빅뱅(하)

 

세대따라 기업 관점 변해…보상·복지 강화해 인재 확보 노력 
재택·원격 근무 형태 바뀌고 기업 공간·운영 방식 등 새바람

 


‘인사(人事)’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무엇인가? 흔히 조직에서는 ‘관리’ ‘평가’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연상하게 된다.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볼 때, 인사는 ‘사람에 관한 일’이라는 뜻이지만 조직에서 사람은 관리하고 생산성을 평가해야 하는 대상으로, 즉 인적 자원으로 여겨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에서 인사 관련 부서 이름을 ‘피플팀’으로 바꿨다 한다. 피플(people)도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니 근본적인 의미에는 차이가 없지만 이러한 변화는 조직 구성원을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를 주겠다는 기업의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 칼럼에서 개인들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오피스 빅뱅을 조명했다. 일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세대가 새로운 구성원으로 유입되면서 기업 및 기관 차원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조직문화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빅뱅’을 조명하고자 한다.

먼저 기업들의 변화는 ‘어떻게 좋은 인재를 데려올 것인가’에 대한 노력에서 시작된다. 첫 번째 방법은 ‘금전적 보상’을 높이는 것이다. 회사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연봉이 높으면 ‘금융치료’가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이 이는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21년에는 우수한 개발자를 데려오기 위해 게임사들이 높은 연봉을 내걸었고 2022년에는 타 IT기업들까지 가세해 연봉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기존 구성원과의 형평성, 다른 직군의 사기 저하를 고려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기업의 비용 부담을 야기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전략이었다.

대신 취하는 두 번째 방법은 복지를 향상하는 것이다. 임직원을 세심하게 챙기는 복지가 좋은 기업의 필수 요건처럼 여겨지면서 최근에는 ‘B2E’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기업이 기업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를 ‘B2B(Business to Business)’,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할 경우 ‘B2C(Business to Consumer)’라 부르듯이 기업이 내부고객, 즉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B2E(Business to Employee)’ 라 부르는 것이다.

B2E 서비스 기업인 ‘위펀’은 사무실 간식을 정기적으로 채워주는 구독서비스 ‘스낵24’, 임직원의 생일 등 기념일을 대신 챙겨주는 ‘생일·선물24’ 등을 운영한다. 위펀은 2021년 180억 원 매출을 올렸으며 2022년에는 1~3분기만으로도 매출액 330억 원으로 4분기까지 합산하면 2배 이상의 성장이 예상된다. 임직원의 정신건강을 챙겨주는 서비스도 있다. 멘털케어 구독서비스 ‘트로스트케어(Trost Care)’는 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사 임직원들에게 일대일 심리상담, AI(인공지능) 심리진단, 명상 콘텐츠 등 300여 편의 사운드세러피 등을 제공한다.

팬데믹 기간에는 직장생활에 외형적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 재택·원격근무라는 근무형태의 변화이다. 2022년 하반기부터는 대부분의 기업이 다시 사무실에 출근하도록 했으나 이는 직장문화가 코로나 이전으로 온전히 돌아갔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사무실 근무와 재택 근무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기보다는, 각기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느낀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에서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도를 도입해 실험을 이어 나가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임직원들이 직접 본인의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Type O(Office)’는 주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하는 근무형태이고 ‘Type R(Remote)’은 원격 기반 근무형태인데 직원들은 6개월에 한 번씩 근무형태를 선택하게 된다.

기업의 탈바꿈은 공간의 변화로도 나타난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의 신사옥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곳에는 화상회의룸이 조성돼 있는데 화상회의할 때 화면에 비치는 모습을 세밀한 부분까지 고려해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얼굴에 그림자가 지지 않도록 천장에 직접 조명을 설치하지 않았고 화사한 분위기가 나도록 가구도 신경 썼다고 한다. 공간적 환경이 구성원 간 소통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구성원을 지향하는 조직문화가 떠오르면서 조직의 운영방식까지 ‘요즘 직장인’에 맞춘 기업도 주목받고 있다. 20대 대학생을 그들의 메인 테마로 하는 ‘대학내일’은 대표이사를 3년에 한 번 구성원들이 직접 선출하며, 일정 기간 근무하면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있는 ‘사원 주주 제도’도 운영한다. 모든 구성원은 일개 직원이 아닌 회사의 주인이라는, 주인의식을 말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새로운 조직문화의 바람은 스타트업처럼 규모가 작고 구성원이 젊은 조직을 넘어서서 몸집이 큰 대기업에도 불고 있다. 그 핵심은 조직의 지향점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어떤 구성원이 들어와도 조직문화를 해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했다. 무게 중심이 개인보다 조직에 있었으며 개인이 조직에 맞추는 것이 당연했다. 반면 지금은 조직문화의 지향점이 시스템에서 구성원으로 변화했다. 시스템의 역할은 각기 다른 구성원들이 조화돼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 때문만이 아니다. 이제까지 시스템 우선의 조직문화는 산업혁명 이래 지속돼 온 테일러리즘(Taylorism·과학적 관리법), 즉 표준화라는 시대 가치로부터 발원했다. 하지만 대량생산의 시대가 가고 맞춤화·개별화가 대두했다. 그뿐만 아니라 혁신이 가속화하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조직의 운영방식도 이전과 같을 수 없는 것이다.

오피스 빅뱅은 이제 막 시작됐다. 조직문화라는 것은 사람으로 치자면 ‘체질’과 같은 것이다. 몇 번의 식단 변화로 체질을 바꿀 수 없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일괄적인 처방도 존재하지 않는다. 조직도 이와 마찬가지로 피상적으로 몇 가지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문화를 바꾸기는 어렵다. 조직마다 다른 색깔을 갖고 있어 다른 조직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끊임없이 조직의 체질을 진단하고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면 어느샌가 유연하고 건강한 오피스로 거듭날 것이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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