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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삶_형성민 소령] 도덕적 손상이란 무엇인가?

입력 2023. 01. 31   16:40
업데이트 2023. 01. 3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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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성민 소령. 육군본부 목사
형성민 소령. 육군본부 목사


미 재향군인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날마다 약 20명의 참전용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미국의 전체 인구에서 참전용사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7%에 불과하지만, 미국 전체 자살률의 약 20%라는 괄목할 만한 비율을 참전용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미 국방부와 재향군인회는 PTSD의 증상들로 치부할 수 없는 전쟁의 후유증들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덕적 손상(Moral Injury)’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PTSD로 극심한 고통을 겪던 베트남 참전용사들을 오랫동안 치료해 왔던 정신건강 전문의인 조나단 셰이(Jonathan Shay)가 1994년에 ‘도덕적 손상’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그가 이러한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낸 이유는 바로 전쟁의 여파로 경험되는 개인의 복잡한 감정들이 단순히 PTSD로 설명되지 않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브레트 리츠(Brett Litz)에 의하면, 도덕적 손상이란 “자신의 내면에 깊숙이 견지되어 있는 도덕적 신념들과 기대들에 반하는 행동들을 범하거나, 막지 못하거나, 목격하거나, 혹은 학습함으로” 발생하는 내면의 깊은 상처를 의미한다.

군인들은 전쟁 속에서 수많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갈등의 상황들을 직면한다. 대부분의 경우 효과적인 전장 수칙들, 학습된 리더십, 그리고 훈련으로 숙달된 상황 판단 및 극복으로 인해 전투 중 혹은 전투 후에 그러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갈등의 상황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해간다. 그러나 때때로 어떤 전투나 작전적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내면에 견지된 도덕적 신념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거나 목격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신의 도덕적 신념 위반은 내면에 도덕적 갈등을 야기하고 결국 도덕적 손상에 이르게 된다.

재경험, 회피, 생리적 각성 등의 PTSD 주요 증상들과 달리 도덕적 손상은 ‘죄책감’과 ‘수치심’과 같은 정서적인 문제에서 자기 파괴적 사고와 행동으로 연결되고 심지어 자살에 대한 생각과 시도로 나아가기까지 한다. 그러므로 도덕적 손상의 치료는 무엇보다 죄책감과 수치심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이라크에서 잔혹한 12개월간의 전투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한 대대 미 군종목사는 부대원들을 모아놓고 그들에게 각각 빈 종이쪽지를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전투 기간 내에 있었던 죄책감이 들고 수치스럽고 분노를 느끼며 후회가 되었던 모든 경험들을 다 쓸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돌로 만들어진 세례대(baptismal font)안으로 그 쪽지들을 다 모으고 부대원들이 세례대를 중심으로 고요하게 둘러서게 한 뒤, 모인 쪽지들이 재가 될 때까지 완전히 태워 버렸다. 그것은 죄씻음과 용서를 위한 하나의 의례였다. 그렇게 부대원들은 모든 죄책감과 수치심을 내려두고 본국을 향해 떠날 수 있었다.

데이브 그로스먼(Dave Grossman)은 전장에서 소총수가 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가장 기본적인 전투행위조차도 내면에 도덕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고, 전투 혹은 전쟁 후 오랜 시간 살인은 그 소총수의 영혼에 고통을 남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점철된 전투원들 내면의 상처와 고통에 있어서 ‘종교적인 의례’는 치유와 회복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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