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에서 만나는 2022 트렌드 - 평균실종(중) ‘양극화’
프리미엄·가성비 추구 소비 극단화
기업 중간급 없앤 투트랙 전략 구사
자산 양극화 급속 진행 밀접한 관련
시장 명확한 타깃팅 더욱 중요해져
지난해 12월 성탄절을 맞아 통나무 모양과 산타 형상을 올린 케이크 등 제과점마다 특별한 케이크를 선보였다. 그중 화제가 된 두 가지 케이크가 있다. 하나는 서울 강남에 있는 조선 팰리스 호텔에서 선보인 ‘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다. 말 그대로 크리스마스 트리 형상의 케이크인데, 120개의 화이트 초콜릿 조각으로 나뭇결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완성하는 데 6시간이 소요된다는 이 고급 케이크는 가격이 25만 원에 달했다.
또 다른 의미에서 화제가 된 케이크가 있다. 이마트에서 유통하는 신세계 푸드의 ‘빵빵덕 미니 생크림 케이크’는 귀여운 외모로 사랑받는 빵빵덕 캐릭터를 올린 전형적인 생크림 케이크다. 고물가 시대에 1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9980원)으로 신세계 푸드가 판매한 전체 케이크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대단히 인기를 누렸다. 이를 포함해 가성비를 중시한 신세계 푸드의 케이크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고 한다.
무려 25배의 가격 차이가 나는 두 케이크는 평균실종의 또 하나의 사례다. 위·아래, 좌·우로 경향성이 극단화되는 ‘양극화’ 양상이다. 지난 3일 보도된 칼럼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평균이 힘을 얻는 정규분포는 가운데가 볼록해 양쪽 극으로 갈수록 자료가 적게 분포한다. 반면 양극화는 오히려 가운데가 비어있고, 양 끝으로 자료가 밀집돼 있다. 양극화는 경제·정치·문화 각종 영역에서 확인된다.
소비의 경우 위의 사례처럼 정말 프리미엄하거나 아주 저렴한 가격에 ‘가성비’가 좋은 상품을 찾는 방식으로 극단화된다. 제품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다 보니 저가라 해도 기본적인 기능을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어, 아주 저렴하진 않지만 적당히 좋은 상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 ‘투트랙(two-track) 전략’을 구사한다. 대중적인 제품으로 한 가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프리미엄 시장과 저가형 시장 각각을 겨냥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2023년 신규 스마트폰 모델에서 중간급 모델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중저가 라인 ‘A시리즈’ 중 고가형 모델, 프리미엄 라인 중 일부 사양을 낮춘 ‘FE(Fan Edition)’가 이에 해당한다. 브랜드 입장에서 두트랙을 모두 가져가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가성비 상품은 수익성을 위해 필요하고, 프리미엄 상품은 선망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최고가와 최저가, 어느 한쪽에만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소비의 양극화는 자산의 양극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 말 상위 20% 자산 보유액은 전년 동시점과 대비해 9.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 20% 자산은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차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산 하위 20% 집단에는 무주택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산의 양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등장한 ‘벼락거지’라는 표현이 이들의 상황을 잘 표현한다.
양극화는 경제 침체 등 위기가 닥쳐올 때 심화된다. 상위 집단은 상황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하위집단은 심각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기업의 채용 결과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사람인 HR연구소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경제 전망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은 2022년 연초에 계획한 것만큼 인력을 충원하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이 88.5%에 달했다. 그런데 채용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물었더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사정이 달랐다. 중소기업은 28.8%가 지원자가 없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 반면, 대기업은 그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18.4%에 불과했다.
양극화는 상·하로 격차가 벌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좌·우 성향으로 극단화되는 것이기도 하다. 여론은 항상 좌·우라는 성격으로 구분되지만, 극좌·극우에 해당하는 극단적 집단은 매우 소수로 분류된다. 그런데 점차 극단적 의견이 양적·질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정치 진영이 그러하다. 미국의 여론조사회사 유고브(YouGov) 등에 따르면 1960년 당시 ‘내 자녀가 상대 당 지지자와 결혼한다면 불쾌할 것’이라고 응답한 민주당 지지자 비율은 4%에 불과했으나 2020년엔 38%가 “내 자녀가 공화당 지지자와 결혼하면 불쾌할 것”이라고 답했다. 60년 사이 대략 열 배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반향실 효과(echo-chamber effect)’에 의해 심화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의도와 관계없이 나와 다른 의견에 노출되므로 사회에 대해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소리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울림이 더욱 커지는 반향실처럼 사람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콘텐츠에만 노출돼 편향된 시각이 증폭된다. 더 나아가 극단적 의견을 표시하는 인플루언서들이 SNS 상에서 주목을 끌기 위해 더욱 자극적인 메시지를 전해 사람들로 하여금 인지 왜곡을 초래한다.
양극화되는 평균실종의 사회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양극화된 시장을 공략하는 관점에서는 명확한 타깃팅이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이런저런 사람을 ‘적당히’ 모두 만족시키겠다는 전략은 애매모호함으로 전락할 뿐이다. 양극 중에서 타깃팅을 분명히 한 예시로 은행 영업점의 변신이 있다. 현 사회는 기술 혜택의 양극화도 진행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대부분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반면, 금융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고령층 소비자는 25%만이 3개월 이내 비대면 채널을 이용한 적이 있고, 75%는 오프라인 지점을 활용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은행업계에서는 고령층 특화 지점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에서 만든 ‘효심 영업점’은 고령층에 맞춰 상담 창구 높이를 낮추거나 큰 글씨를 지원하는 현금자동인출기(ATM)도 설치했다.
둘째로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양극화로 인한 사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평균이 중요한 정규분포는 가운데가 두터워 상당히 안정적인 구조라 평가된다. 반면 양극화는 사회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극화라는 거센 흐름을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개개인이 틔울 수 있는 작은 물길부터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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