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꿈꿨던 봉사·창업 접목… 다양한 아이디어 펼쳤죠”
우리 부대 명품 전우를 소개합니다 - 시즌2
미 육군 표창 훈장받은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카투사 민거홍 병장
육군창업 경진대회 등 각종 대회서 수상
군 생활 통해 경험 쌓고 기술·발표 능력 향상
‘청년DREAM 국군드림’ 정책, 역량 강화 도움
1000만 명에게 영향 줄 교육방식 혁신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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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 누군가에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는 알찬 경험을 쌓아 한 단계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는 기간이다. 군복을 입고 여러 대회에서 자기 능력을 마음껏 펼쳤다면 더욱 그러하다. 군 복무 중인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을 활용해 각종 수상의 영광을 안은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카투사(KATUSA) 민거홍 병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배지열/사진=백승윤 기자
각종 상 휩쓸고, 미 육군 표창 훈장까지
민 병장의 수상 행렬은 군복을 입기 전 봉사활동에서 텃밭을 다져왔다. 지난해 11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주최한 INNO-Lab B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서막이었다. 그는 “사람의 선한 영향력을 늘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과 나눌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군 복무 기간에 소양을 길러보자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이후 그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지난 5월 열린 제7회 육군창업 경진대회 인사사령관 표창을 시작으로 △11월 제8회 육군창업 경진대회 창업진흥원장상 △11월 군 장병 공개소프트웨어(SW) 온라인 해커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11월 대구은행 주최 대한민국 디지털 인재 양성 프로젝트 최종 본선 진출 △동아시아 정상회의 디지털 해결 방안 경진대회(EAS 해커톤) 대한민국 대표 선정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평소 꿈꿔온 봉사·창업을 접목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펼쳐볼 수 있었다. 특히 장병들의 긍정적인 복무 자세를 유도하고, 자기 계발과 전투력 향상을 돕기 위한 ‘청년DREAM 국군드림’ 정책 덕분에 각종 대회에서 소양과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
민 병장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달에는 미 육군 표창 훈장(ARCOM·Army Commendation Medal)을 받았다. 장교나 간부가 아닌 용사로서는 이례적인 사례였다. “여러 대외활동을 하다 보니까 주변에서 ‘정작 군 생활은 소홀히 하는 게 아닌가?’라는 시선으로 볼 수도 있다는 걱정이 생겼다. 하지만 훈장 수상 소식을 듣고 주변에서 많이 축하해줘 ‘그래도 군 생활을 열심히 했구나’ 싶어 뿌듯했다.”
국외 영주권·학위 취득 미루고 군 복무 선택
민 병장에게 군 복무는 개인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였다. 학창 시절 미국에서 공부하고, 가족을 따라 이주한 브라질에서 2024년까지 머물 수 있는 영주권도 취득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국을 향한 마음이 그를 군 복무의 길로 이끌었다. 민 병장은 “영주권을 유지하려면 2년 마다 브라질로 오가면서 갱신해야 했다”며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고, 군 복무를 잘 마무리하면 오히려 부담이 없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회상했다.
민 병장은 지난해 7월 군복을 입었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졸업 학기를 마치자마자였다. 공동학위제도를 통해 등록한 조지아공과대학(조지아텍) 컴퓨터공학부 과정도 1년 6개월 가까이 남긴 상태였다. 그는 한미연합사단 법무실에서 카투사로 복무했다. 미군 대상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재판 참석 및 통·번역 지원 등을 수행했다. 각종 훈련 중에도 법무실 일일결산 보고자료 작성, 전투 중에 법률적으로 쟁점이 되는 사건 추적 및 기록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스마트 서전트 민’…장교들 전폭 신뢰
인터뷰를 위해 민 병장이 일하는 사무실에 들어서자 미군 장병들이 “서전트 민!”을 외치면서 환영 인사를 건넸다. 특히 장교들의 신임이 두텁다. 민 병장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Smart’와 ‘Good’이었다.
커스틴 케네디(대령) 법무참모는 “지난해 8월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이 이야기가 진짜인가?’ 싶은 정도로 많은 경험을 쌓았고, 복무 기간에도 우수한 임무 수행 능력을 보여줬다”며 “나중에 분명히 신문이나 TV에서 얼굴을 알아보고 ‘나 저 사람 알아’라고 할 만큼 유명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주변의 신뢰를 토대로 알토란 같은 열매를 수확한 만큼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 사람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다.
“우선 저를 잘 이끌어 주신 법무실 4명의 리더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케네디 참모님, 그레이엄 스미스(중령) 부참모님, 네이선 라모스 준위님, 데이브 라이온스 상사님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법률에 적응하도록 도와준 한국군 김민우·김성동 법무관님께도 많은 걸 배웠습니다. 한국군지원단의 김영완 소령님과 카투사 전우들도 큰 힘이 됐고, 제 활동의 멘토가 되어주신 KAIST 박경렬 교수님께도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군 생활은 ‘벽’ 아닌 ‘로켓 발사대’
민 병장은 막연하게 군 생활에 두려움을 느끼는 미필 청년이나 뚜렷한 목표 없이 복무 기간을 보내는 장병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입대 초기에는 이 시간이 내 젊음과 경력을 막는 하나의 벽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저는 이 시간을 로켓 발사대(Launch Pad)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써온 영어를 업무에 이용하고, 배워온 기술과 발표 능력을 대회에서 활용하면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죠. 낙담하지 말고 본인이 가진 능력을 활용한다면 어디든 길은 있습니다.”
그는 다음 달 4일 군 복무를 마친다. 잠시 휴식을 취할 법도 하지만, 이튿날부터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한국지사에서 3개월의 인턴 과정을 시작한다. 민 병장은 그곳에서 미래 청사진을 그릴 계획이다.
“‘1000만 명’이라는 숫자에 마음이 꽂혔습니다. 1000만 명의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교육방식의 혁신을 이루고 싶습니다. 특히 제가 봉사활동했던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사람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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