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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간 아이들과의 재회 남기고 싶다” ‘감동 여정’ 시작은 이효리였다

입력 2022. 12. 20   16:19
업데이트 2022. 12. 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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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의 연구소(연예를 구독하소)-35 방송의 가치 보여준 ‘캐나다 체크인’


 

지난 17일 방송된 tvN ‘캐나다 체크인’ 한 장면.
지난 17일 방송된 tvN ‘캐나다 체크인’ 한 장면.

 

웃고 즐기는 것이 방송의 절대적 효용은 아니다. 미디어가 가진 파급력과 셀럽이 보유한 영향력은,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한낱 자극적인 유흥거리로 전락할 수도, 화면 바깥 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유의미한 가치 창출이 방송 제작의 무조건적 의무 사항은 아니다. 그렇기에 이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내는 프로그램의 제작진과 출연자를 마주할 때면, 언제나 진심을 다한 찬사와 격한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지난 17일 첫 회가 공개된 tvN 예능프로그램 ‘캐나다 체크인’처럼 말이다. 

김태호 PD는 이효리와 ‘서울 체크인’에 이어 이번 ‘캐나다 체크인’으로 다시 호흡을 맞췄다. 국내 입양이 어려워 캐나다로 입양을 보냈던 유기견들을 만나기 위해 이효리가 직접 캐나다로 떠나는 여정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애초 ‘서울 체크인’이 티빙이라는 국내 OTT 플랫폼에서 선보이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을 당시, 이후의 줄기가 이런 형태로 뻗어 나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이효리가, 국내외 지인의 집을 방문하는 모양새로 시즌이 확장될 것이란 생각을 했지만, 이런 형태로 방문 목적 자체가 변형될 것이란 짐작은 솔직히 쉽지 않았다.

‘캐나다 체크인’은 어떠한 전략적 기획으로 탄생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그저 우연히 이효리가 김태호 PD에게 연락했고, 자신의 여정에 대한 팔로우 촬영을 스스로 제안한 것에서 비롯됐다. 방송과 무관하게 유기견을 만나기 위한 캐나다 여행을 계획하고 티켓까지 끊어놓은 이효리가, ‘의미가 있다. 여정을 남겨놔야 한다’라는 마음으로 김태호 PD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캐나다 체크인’으로 탄생한 셈이다. ‘선 기획 후 섭외’라는 방송계 통상의 구조를 뒤집어 ‘선(셀프) 섭외 후 기획’으로 만들어진 방송은, 그렇기에 더 예측을 벗어난 신선함을 부여하며 강한 몰입을 돕는다. 다수의 인기 연예인이 모여 해외에 놀러 가 ‘하하 호호’ 웃고 떠들다가 저녁쯤에 모여 앉아서 ‘너도 힘드냐, 나도 힘들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갑자기 눈시울을 적시는 진부한 여행 예능이 아니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여전히 채널만 틀어도 그런 방송들이 복사해 붙여 놓은 것처럼 즐비하다.

사실 ‘캐나다 체크인’의 진정성은, 이효리로부터 시작된다. 이미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기견 봉사를 꾸준히 해온 이효리가, 인연이 닿았던 강아지들이 입양을 간 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방문한다는 스토리는 그 자체로 무한한 감동을 안긴다. ‘Remember Me?(나 기억해?)’에서 ‘I Remember You(너를 기억해)’로 전환된 포스터도 마찬가지다. “예고편만 보고 눈물을 흘렸다”라는 이효리의 남편인 뮤지션 이상순의 말 역시 십분 공감이 됐다. 혹시라도 유기견이나 유기묘의 임시 보호나 입양 등에 대해 직간접적 경험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캐나다 체크인’에 빠져들고 공감할 것이다. 예고 없이 흐르는 눈물은 덤이다.

본래는 ‘유튜브에 올려도 된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찍어보자’라고 마음먹었던 김태호 PD는 촬영하며 “이들의 만남이 만드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시청자들에게 연말연시 따뜻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김태호 PD는 “이효리의 스마트폰 하드 털이 덕분에 강아지들의 파란만장한 삶의 변화가 장시간 기록한 명품 다큐멘터리처럼 큰 울림을 주고, 희한하게도 캐나다에서 보이는 이효리의 진실하고 일관된 모습은 제주에서 다시 시작한 진짜 삶을 더욱더 궁금하게 만든다”라고 덧붙였다. 이효리가 주축이 된 ‘캐나다 체크인’을 앞으로 쭉 기대하며 봐도 좋다는 강한 자신감이다.

‘무한도전’으로 스타 PD로 떠올라 긴 시간 명성을 유지했던 김태호 PD다. MBC를 퇴사하고 차린 제작사 TEO를 통해 여러 OTT 플랫폼과 케이블 채널 tvN에서 연달아 프로그램을 선보이면서, 일부의 우려를 불식하기라도 하듯 연이어 흥행 성적을 받아들고 있는 그가 ‘캐나다 체크인’과 같은 변주를 한 것은 확실히 탁월한 선택이다. 여전히 다수의 채널에서 자극적이고 작위적인 예능에 거대한 자본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요즘, 이렇게도 따스하고 유의미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되어 한없이 기쁘고 행복하다.

뮤지컬 배우 배다해는 이효리의 ‘캐나다 체크인’을 보고 자신의 SNS에 이 같은 장문의 후기를 남겼다. “이보다 진정성 있게 생명을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연예인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보이는 곳이든 보이지 않는 곳이든 십여 년 동안 쉬지 않고 동물의 생명권 보호를 위해 두 발로 뛰는 그를 정말 온 마음 다해 응원하고 축복한다. ‘캐나다 체크인’ 안 본 사람 아무도 없게 해주세요.” 지금 ‘박현민의 연구소’에 글을 쓰면서 ‘캐나다 체크인’을 정성껏 소개하는 내 마음도 딱 이렇다.



필자 박현민은 잡식성 글쓰기 종사자이자, 14년 차 마감 노동자다. 가끔 방송과 강연도 하며, 조금 느릿하더라도 밀도가 높은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나쁜 편집장』을 포함해 총 3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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