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병영문화예술 체험사업 선정
“재미있다” 입소문에 30명까지 회원 늘어
소묘·수채화·아크릴화 등 다양한 방식 배워
용사·간부 섞여 활발히 활동…전시회도 개최
주말 적극 활동 “스마트폰 보는 것보다 좋아”
육군3포병여단 금강대대 ‘ART 솔져’ 미술동아리 장병들이 각자 그린 그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술동아리 장병들이 힘을 합쳐 그림을 그리는 모습.
미술동아리 장병이 집중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정(박소담 분)은 미술치료를 공부하는 학생으로 등장해 다송(정현준 분)의 그림을 들여다본다. 그림으로 심리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상담과 치료를 처방하는 미술치료는 현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무채색의 그림에 마음대로 색깔을 입히는 ‘컬러링북’, 글씨나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캘리그래피’ 등 소위 ‘아트테라피’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현대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칠 법한 군 장병들에게도 미술이 위안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을 적극 실천하고 있는 육군3포병여단 금강대대의 ‘ART 솔져’ 미술동아리가 그 물음에 답을 내놨다. 글=배지열/사진=백승윤 기자
미술동아리에서 완성한 작품과 이를 참고해 다른 그림을 그리는 장병.
‘일취월장’ 그림 실력에 만족
지난달 28일 육군3포병여단 금강대대 도서관에 장병들이 모였다. 조용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장병들의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대대 미술동아리 ‘ART 솔져’의 활동 시간이다.
‘ART 솔져’는 지난 4월 국방부 병영문화예술 체험사업에 선정되면서 역사적인 첫걸음을 뗐다. 동아리 창설을 주도한 김성민(중위) 공보정훈장교는 “초반엔 미술이 생소하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회원을 모집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조금씩 인원이 모이고, 본격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니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30명까지 회원이 늘었다”고 말했다. 김 중위는 군복을 입기 전 취미로 미술을 배운 적이 있어 동아리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장병들 뒤편에 이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그림을 살펴보던 중 강렬한 이미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방탄모를 쓰고 있는 해골이 실감 나게 표현돼 있고, 국화 두 송이가 아래를 장식한 그림이다. 제목을 ‘위국(衛國)’이라고 설명한 변준희 일병은 “6·25전쟁 참전용사셨던 할아버지를 기억하면서 그린 것”이라고 소개했다. 서경대 시각정보디자인학과에 다니면서 미술과 인연을 이어온 변 일병은 “동아리 활동 중 아크릴화 수업을 들었는데, 기존에 익숙했던 수채화와는 전혀 다른 기법이라 신기했다. 이제는 강사님과 함께 다른 전우의 그림을 봐주기도 하면서 실력·경험을 동시에 쌓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재윤 상병은 ‘막을 수 없는’이라는 제목으로 파도가 치는 바닷가를 위에서 내려다본 그림을 그렸다. 바다를 좋아한다는 이 상병은 “입대 전 건축학과 학생이었는데 그림을 잘 못 그려 힘들었다. 그림 표현을 기초부터 배울 수 있어 전역하고 나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동아리의 장점을 설명했다.
대부분 그림을 그리는데 유관선 일병은 특이하게 프랑스자수를 놓아 주목받았다. 유 일병은 “자수도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해 새로운 기법을 피드백 받기 위해 동아리에 가입했다. 이전에는 가장자리부터 시작했는데, 중간부터 채워 가면 깔끔하고 예쁘게 완성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들어 만족한다”며 활짝 웃었다.
그림으로 벽 허물고 하나 된 부대
‘ART 솔져’는 지난달 5일부터 일주일간 생활관에서 25점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같은 대대원들이 유일한 관객이었지만 반응은 대형 전시회 못지않게 뜨거웠다. 김 중위는 “전시회에서 간부·용사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그림을 의뢰하는 등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며 “그림 덕분에 계급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하나가 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전시회는 외부 미술강사의 전문적인 가르침이 큰 역할을 했다. 더그리다 아트스튜디오 이명화 강사는 “처음 이 사업을 맡았을 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미술 전공자도 있어 각자 수준에 맞게 다가갔다”며 “미술을 가까이서 접하고 전문적인 지식까지 나눠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백서율 보조강사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장병들이 꿈을 재발견하는 기회이자 군 생활에 빛이 되는 시간이 됐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욱 폭넓고 심도 있는 주제로 다가가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말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기초적인 소묘부터 수채화·아크릴화·오일파스텔화 등 각양각색의 방식과 캘리그래피, 펜 드로잉 등의 수업을 받았다. 다양한 내용의 강의에 본인 손으로 직접 작품을 완성하는 뿌듯함까지 느낀 장병들은 미술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었다. 이준수 일병은 “커피를 마시다가 빨대가 눈에 띄었다. 이걸 잘라 물감으로 색칠해 코를 만들고 눈사람 캐릭터 ‘올라프’ 그림을 완성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디자인 전공 학생임에도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서 제대로 수업을 못 받았는데, 군에서 더 많이 배우게 될지는 몰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긍정적인 변화 이어가길 원해
자칫 삭막할 수 있는 병영생활에 그림 그리기가 불러온 변화는 뚜렷하다. 김 중위는 “전역한 이들 중에도 사회에서 작품을 완성했다고 연락이 올 정도로 파급효과가 크다”며 “동아리 활동 시간 외 개인정비 시간에도 그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작품을 완성하려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실제 ‘ART 솔져’는 매주 토요일 오후 공식적인 수업과 활동을 진행한다. 주말이면 그냥 쉬고 싶은 마음이 클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장병들이 ‘마냥 스마트폰을 보고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미술 활동을 하는 게 낫다’고 요청할 정도다.
대대는 미술동아리 활동과 전시회 개최를 장려하고, 지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내년 3월 접수할 신규 사업에도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석현(중령) 금강대대장은 “전시회에서 본 기대 이상의 작품 수준과 주말에도 용사·간부가 뒤섞여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장병들이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을 키우고, 보람과 행복을 느끼면서 부대 사기도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방부 병영문화예술 체험사업 선정
“재미있다” 입소문에 30명까지 회원 늘어
소묘·수채화·아크릴화 등 다양한 방식 배워
용사·간부 섞여 활발히 활동…전시회도 개최
주말 적극 활동 “스마트폰 보는 것보다 좋아”
육군3포병여단 금강대대 ‘ART 솔져’ 미술동아리 장병들이 각자 그린 그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술동아리 장병들이 힘을 합쳐 그림을 그리는 모습.
미술동아리 장병이 집중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정(박소담 분)은 미술치료를 공부하는 학생으로 등장해 다송(정현준 분)의 그림을 들여다본다. 그림으로 심리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상담과 치료를 처방하는 미술치료는 현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무채색의 그림에 마음대로 색깔을 입히는 ‘컬러링북’, 글씨나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캘리그래피’ 등 소위 ‘아트테라피’로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현대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칠 법한 군 장병들에게도 미술이 위안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을 적극 실천하고 있는 육군3포병여단 금강대대의 ‘ART 솔져’ 미술동아리가 그 물음에 답을 내놨다. 글=배지열/사진=백승윤 기자
미술동아리에서 완성한 작품과 이를 참고해 다른 그림을 그리는 장병.
‘일취월장’ 그림 실력에 만족
지난달 28일 육군3포병여단 금강대대 도서관에 장병들이 모였다. 조용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장병들의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대대 미술동아리 ‘ART 솔져’의 활동 시간이다.
‘ART 솔져’는 지난 4월 국방부 병영문화예술 체험사업에 선정되면서 역사적인 첫걸음을 뗐다. 동아리 창설을 주도한 김성민(중위) 공보정훈장교는 “초반엔 미술이 생소하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회원을 모집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조금씩 인원이 모이고, 본격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니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30명까지 회원이 늘었다”고 말했다. 김 중위는 군복을 입기 전 취미로 미술을 배운 적이 있어 동아리를 만드는 데 앞장섰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장병들 뒤편에 이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그림을 살펴보던 중 강렬한 이미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방탄모를 쓰고 있는 해골이 실감 나게 표현돼 있고, 국화 두 송이가 아래를 장식한 그림이다. 제목을 ‘위국(衛國)’이라고 설명한 변준희 일병은 “6·25전쟁 참전용사셨던 할아버지를 기억하면서 그린 것”이라고 소개했다. 서경대 시각정보디자인학과에 다니면서 미술과 인연을 이어온 변 일병은 “동아리 활동 중 아크릴화 수업을 들었는데, 기존에 익숙했던 수채화와는 전혀 다른 기법이라 신기했다. 이제는 강사님과 함께 다른 전우의 그림을 봐주기도 하면서 실력·경험을 동시에 쌓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재윤 상병은 ‘막을 수 없는’이라는 제목으로 파도가 치는 바닷가를 위에서 내려다본 그림을 그렸다. 바다를 좋아한다는 이 상병은 “입대 전 건축학과 학생이었는데 그림을 잘 못 그려 힘들었다. 그림 표현을 기초부터 배울 수 있어 전역하고 나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동아리의 장점을 설명했다.
대부분 그림을 그리는데 유관선 일병은 특이하게 프랑스자수를 놓아 주목받았다. 유 일병은 “자수도 그림을 그리는 것과 비슷해 새로운 기법을 피드백 받기 위해 동아리에 가입했다. 이전에는 가장자리부터 시작했는데, 중간부터 채워 가면 깔끔하고 예쁘게 완성할 수 있다는 조언을 들어 만족한다”며 활짝 웃었다.
그림으로 벽 허물고 하나 된 부대
‘ART 솔져’는 지난달 5일부터 일주일간 생활관에서 25점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었다. 같은 대대원들이 유일한 관객이었지만 반응은 대형 전시회 못지않게 뜨거웠다. 김 중위는 “전시회에서 간부·용사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그림을 의뢰하는 등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며 “그림 덕분에 계급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하나가 된 느낌”이라고 전했다.
전시회는 외부 미술강사의 전문적인 가르침이 큰 역할을 했다. 더그리다 아트스튜디오 이명화 강사는 “처음 이 사업을 맡았을 때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미술 전공자도 있어 각자 수준에 맞게 다가갔다”며 “미술을 가까이서 접하고 전문적인 지식까지 나눠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백서율 보조강사도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장병들이 꿈을 재발견하는 기회이자 군 생활에 빛이 되는 시간이 됐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욱 폭넓고 심도 있는 주제로 다가가고 싶은 욕심도 있다”고 말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기초적인 소묘부터 수채화·아크릴화·오일파스텔화 등 각양각색의 방식과 캘리그래피, 펜 드로잉 등의 수업을 받았다. 다양한 내용의 강의에 본인 손으로 직접 작품을 완성하는 뿌듯함까지 느낀 장병들은 미술의 매력에 점차 빠져들었다. 이준수 일병은 “커피를 마시다가 빨대가 눈에 띄었다. 이걸 잘라 물감으로 색칠해 코를 만들고 눈사람 캐릭터 ‘올라프’ 그림을 완성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디자인 전공 학생임에도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서 제대로 수업을 못 받았는데, 군에서 더 많이 배우게 될지는 몰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긍정적인 변화 이어가길 원해
자칫 삭막할 수 있는 병영생활에 그림 그리기가 불러온 변화는 뚜렷하다. 김 중위는 “전역한 이들 중에도 사회에서 작품을 완성했다고 연락이 올 정도로 파급효과가 크다”며 “동아리 활동 시간 외 개인정비 시간에도 그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작품을 완성하려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실제 ‘ART 솔져’는 매주 토요일 오후 공식적인 수업과 활동을 진행한다. 주말이면 그냥 쉬고 싶은 마음이 클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장병들이 ‘마냥 스마트폰을 보고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미술 활동을 하는 게 낫다’고 요청할 정도다.
대대는 미술동아리 활동과 전시회 개최를 장려하고, 지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내년 3월 접수할 신규 사업에도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석현(중령) 금강대대장은 “전시회에서 본 기대 이상의 작품 수준과 주말에도 용사·간부가 뒤섞여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장병들이 자신도 몰랐던 잠재력을 키우고, 보람과 행복을 느끼면서 부대 사기도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