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 다하면 ‘관리견’ 전환 민간에 무상 분양
군견훈련소로 돌아가 ‘제2의 견생’
훈련 능력 적격심사 합격률 30% 불과
‘살아 있는 전투장비’ 분류…계급 없어
규정된 사료·보조 사료 외 급식 금지
가장 좋아하는 포상은 공놀이와 육포
3년 전 충북 청주시 야산에서 실종됐던 조은누리(당시 14세) 양을 극적으로 발견한 군견 ‘달관’이의 은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육군32보병사단에서 군견 임무를 수행하는 달관이는 다음 달 중 은퇴를 앞두고 있습니다.
수컷 셰퍼드인 달관이는 2012년 강원도 춘천시 육군군견교육대(현 군견훈련소)에서 태어나 군견 교육을 마친 뒤 이듬해 32사단에서 ‘군 생활’을 시작한 베테랑 군견입니다. 군견교육대가 실시하는 군견 훈련 능력 적격심사 합격률이 30%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엘리트라고 할 수 있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달관이는 2019년 7월 가족과 함께 등산을 갔다가 실종된 조양을 11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당시 우리 군과 달관이에게 쏟아진 국민의 찬사는 대단했는데요. 특히 달관이에게는 “특진을 시켜야 한다” “특식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등의 요청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달관이에게 실제로 포상이 있었을까요? 아쉽게도 그러지는 않은 듯합니다. 32사단에 따르면 달관이는 이후에도 사료와 육포 같은 간식을 먹으며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다고 합니다. ‘열일’한 군견에게 주어진 포상치고는 너무 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다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특진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군견은 계급이 없습니다. ‘특진 건의’는 군견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죠. 군견은 ‘살아 있는 전투장비’로 분류됩니다. 지난 1990년 강원도 양구군 제4땅굴 소탕작전 도중 지뢰를 탐지하고 자신의 몸으로 터뜨려 분대원들의 목숨을 구한 군견 ‘헌트’가 소위 계급을 추서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지금까지 이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사료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계급이 없는 달관이가 특진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죠.
특식 이야기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육군 군견업무규정에는 ‘군견의 건강관리를 위해서 규정된 사료 및 훈련용 보조 사료 이외에는 급식을 금지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시험 급식을 통해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사료 외에는 외부에서 반입한 음식은 먹지 못한다는 뜻이죠. 음식을 잘못 먹고 심한 경우 죽기까지 하는 반려견들의 사례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보조 사료로는 주로 육포가 활용되는데요. 그동안 현장에서 만나본 군견병 대부분이 “군견이 가장 좋아하는 ‘포상’은 공놀이와 육포”라고 입을 모았던 것을 볼 때 달관이의 포상은 이미 생활 속에서 이뤄졌으리라 짐작됩니다.
올해로 10살인 달관이는 사람으로 치면 70대에 접어든 고령입니다. 수색 능력은 여전하지만, 체력적인 문제로 은퇴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왜 ‘전역’이 아니고 은퇴일까요? 군견훈련소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군견에게 은퇴는 군 간부로 치자면 전역 전 전직교육과 같습니다. 은퇴한 군견은 ‘관리견’으로 전환돼 무상 분양 대상견으로서 민간에 분양되기도 하죠. 그렇지 않으면 군견훈련소에서 남은 생을 보내게 됩니다.”
생각해보니 ‘복무하던 역종(役種)을 전환한다’는 전역의 뜻이 군견과는 맞지 않네요. ‘예비역 군견’은 없으니까요.
은퇴한 달관이도 자신이 태어난 군견훈련소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군견훈련소에서의 생활은 어떨까요? 군견훈련소는 ‘제2의 견생’을 살게 된 은퇴견들의 건강을 보살피는 것은 물론 목욕·산책 등 살뜰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군과 국민을 위해 헌신한 달관이에게도 좋은 노후가 아닐까 싶네요. 맹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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