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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Job)이 생길 거야] 육군의 정책·개인의 노력·부대의 배려… 3박자 제대로 요리한 3총사

김주연

입력 2022. 11. 21   16:44
업데이트 2022. 11. 2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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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장병 취·창업 도전기


56. 육군1포병여단 쌍호대대 김길훈 병장, 우민영·이제열 상병

최근 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환골탈태한 군 급식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넉넉한 식재료와 청결한 시설에 다양한 조리법을 적용한 메뉴로 장병들이 느끼는 ‘먹는 즐거움’이 화면 밖까지 전해졌다. 이러한 변화 뒤에는 조리 직별의 끝없는 노력이 뒷받침됐다. 지속해서 새로운 조리법을 시도하고, 자격증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이들의 실력도 쑥쑥 자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에서의 성공적인 임무 수행 덕분에 전역 이후에도 특기를 살려 일하게 된 조리병들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1년 6개월간 쌓은 경험으로 취업까지 성공한 육군1포병여단 쌍호대대의 ‘조리병 삼총사’ 김길훈 병장, 우민영·이제열 상병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배지열 기자

 

군 복무 중 취업에 성공한 육군1포병여단 쌍호대대 조리병들. 왼쪽부터 우민영 상병, 김길훈 병장, 이제열 상병. 
 사진 제공=신재형 중위
군 복무 중 취업에 성공한 육군1포병여단 쌍호대대 조리병들. 왼쪽부터 우민영 상병, 김길훈 병장, 이제열 상병. 사진 제공=신재형 중위

군 복무 중 취업에 성공한 육군1포병여단 쌍호대대 조리병들이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민영 상병, 김길훈 병장, 이제열 상병. 
 사진 제공=신재형 중위
군 복무 중 취업에 성공한 육군1포병여단 쌍호대대 조리병들이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민영 상병, 김길훈 병장, 이제열 상병. 사진 제공=신재형 중위

“생각지도 못한 기회에 전역과 취업을 동시에 맞게 돼 기쁩니다. 군에서 많이 도와주신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군 복무를 마무리할 시점이 다가오면 대부분의 장병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당장 군복을 벗고 맞을 제2의 인생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러한 고민을 이해하듯 군에서는 다양한 정보와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조리병 삼총사에게 찾아온 행운은 육군인사사령부가 주최하고 현대그린푸드가 주관해 지난 9월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조리 특기병 채용설명회’였다.

특히 채용정보를 공유하는 일반적인 설명회와 달리 이번 행사는 현장에서 바로 실제 채용이 이뤄졌다. 평소 조리에 관심이 많고 요식업에 대한 꿈을 갖고 있던 이들은 망설임 없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 병장은 “면접에서 ‘조리병으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식재료·조미료 관리 및 재고 파악, 시설 청결 유지, 전체 조리 과정 총괄 등 맡은 임무를 잘 말씀드린 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특히 매달 새로운 메뉴가 나오는데 자체적으로 여러 시도 끝에 대량급식용 조리법을 개발해 본 경험도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한 부대에서 3명의 조리병이 동시 취업에 성공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삼총사는 각자 전역(김 병장 내년 1월, 우·이 상병 내년 3월) 이후 소정의 인턴십 과정을 거쳐 업체 내 단체급식 또는 외부 조리사로 정식 채용될 예정이다.

인천재능대 호텔외식조리과에 다니던 김 병장과 동원과학기술대 호텔외식조리과 재학 중 군 휴학한 이 상병은 학창 시절부터 ‘조리병’을 꿈꿨다. 우 상병은 조리 공부 경험이나 자격증은 없지만, 뷔페요리사·카페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다진 실전감각으로 조리 직별에 합격했다.

이 상병은 “처음에는 ‘전우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맛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등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꾸준하게 맛있다는 칭찬을 많이 들어 자존감도 올라가고 부담 없이 임무를 다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리법 개발·일과 후엔 자격증 공부
‘조리 특기병 채용설명회’서 현장 채용
“부대의 지원에 감사… 자신감 생겨”



취업 성공의 기쁨을 누리기까지는 이들의 숨은 노력이 컸고 부대 내 조력자도 많았다. 쌍호대대는 조리병 삼총사를 포함한 병사 5명과 민간 조리원 2명이 최대 220명의 식사를 책임진다. 이들은 일과 중 부대원을 위한 조리는 물론 맛과 영양을 위한 조리법을 개발해 여러 차례 선보였다.

일과 후에는 연등 시간을 활용해 각자 관심사에 맞춰 자격증 공부를 해 왔다. 군은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제휴해 장병들의 취업 관련 교육·강의를 제공하고, 자격증 시험 응시를 돕고 있다. 김 병장은 “한식 자격증을 획득했고 양식 자격증 시험은 진행 중인데, 일식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일본어를 배우면서 준비할 예정”이라며 “이번 경험을 통해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온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부대에서도 평소 이들의 관심사에 충분히 공감해 채용박람회 등 관련 기회를 제공하고 참석여건을 적극적으로 보장했다.

우 상병은 “저희 3명이 채용설명회에 가면 분명히 손이 모자라 힘드실 수도 있을 텐데 괜찮다며 다녀오라고 해 주신 강지훈(중사) 급양관님과 안영기(원사) 급양담당관님께 특히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 상병은 “급양관님과 담당관님이 ‘떨어지고 오면 혼난다’고 장난을 걸어 주신 덕분에 긴장을 풀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조리병 삼총사는 군 복무하는 동안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되고 있다. 이 상병은 “저는 일할 때는 과묵한 편이었는데, 다른 두 사람은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일하는 걸 추구한다”며 “덕분에 나도 성격이 바뀌어 전체적으로 밝게 일하는 걸 선호하게 됐고, 좋은 변화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들의 여정은 취업으로 끝나지 않는다. 세 장병 모두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병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얼마나 열의를 갖고 준비하는지에 따라 나도 모르는 사이 기회가 찾아온다”며 “군 복무 기간에 이뤄 낸 성과를 발판 삼아 다음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기 위해 뛰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부대 차원에서도 이들의 취업은 좋은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이영균(중령) 쌍호대대장은 “군 복무라는 제한된 조건에서 육군의 좋은 정책과 꿈을 향한 개인의 노력,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부대의 배려가 합쳐져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좋은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지휘관으로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 장병을 물심양면으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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