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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현실에 안주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안전한 범위 내에서 생활하려고 한다. 힘든 상황이 오면 맞닥뜨리기보다는 그 상황을 회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학창 시절 나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었다. 학교에서는 잠만 자고 집에서는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만 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보냈다.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도 나쁜 습관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달라진 점이라곤 방안에서 술을 마시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점일 뿐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일상생활의 변화로 야외 활동보다는 집 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무기력과 외로움을 심하게 느꼈다. 이러한 시간이 지속 되면서 점점 몸과 마음은 피폐해지기 시작했고, 결국 우울증을 겪었다. 하지만 힘든 상황을 이겨내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군에 입대하게 됐다.
군에서의 내 삶은 180도 달라졌다. 부대의 규칙적인 환경은 게으름을 피울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체력은 썩 좋지 않은 상태여서 10㎞는커녕 3㎞도 제대로 뛰지 못했다. 같이 입대한 전우들보다 현저히 뒤처져 있는 나를 보며 이대로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국방일보 전우 마라톤’ 이야기를 들었고, 나 자신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10㎞ 마라톤을 신청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잠시 들었지만, 기왕에 큰마음을 먹고 신청한 김에 도전해 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3번씩 3㎞를 달리며 꾸준히 마라톤을 준비했다. 그렇게 뛰고 난 다음 날은 한 걸음을 내딛기도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다.
마침내 마라톤 출발선에 서니 긴장과 설렘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잠시, 출발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힘차게 달려나갔다. 그렇게 1㎞, 5㎞, 7㎞를 계속 뛰다 보니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마지막 2㎞를 남겨두고는 중간에 달리기를 포기하고 걷는 사람들처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그 동안의 노력이 떠오르면서 ‘나를 이겨내자’고 마음 먹었다. 고통을 견디며 뛰다 보니 어느새 결승선이 눈앞에 보였고, 그렇게 나는 생애 첫 마라톤을 완주하는 희열을 누렸다.
마라톤을 완주한 지금의 나는 작년의 나와는 많이 다르다. 이번 마라톤으로 힘든 상황을 극복할 힘과 자신감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크고 작은 장애물들을 만날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이번 마라톤을 생각하며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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