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스타트업 창업 가이드

실패 리스크 줄일 수 있지만 지분 편취 등 부작용도 낳아

입력 2022. 11. 07   17:04
업데이트 2022. 11. 0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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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셀러레이터의 정의와 장단점


창업 전문지식·경험·노하우 등 제공
청년기 스타트업 폭발적 성장 도와
장단점 분석해 현명하게 선택해야

 



이번에는 민간 투자자 중에서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액셀러레이터는 우리말로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창업기획자’라고 한다. 주요 업무는 초기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창업자를 선발하고 보육하며 사업 모델 개발, 기술 및 제품 개발 등의 업무를 지원한다. 또한 초기 사업 비용과 창업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스타트업이 생존할 수 있도록 돕고 컨설팅이나 전문가 상담, 판로 지원, 사업 인허가 절차 진행 및 관련 법률 정보의 제공 등 포괄적인 컨설팅 활동을 진행한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초기 창업자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개인투자조합과 벤처투자조합의 결성과 업무 집행을 함으로써 초기 스타트업들이 자금 조달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위에 말한 바와 같이 액셀러레이터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마중물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고, 아무나 해서도 안 된다. 액셀러레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상법상 법인으로 납입자본금이 1억 원 이상이어야 하고 상근 전문인력 2명 이상이 확보돼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전문인력이란 기술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이공·경상계열 박사학위 소지자, 경영지도사, 기술지도사 등을 말한다. 또 기술지주회사나 벤처캐피털에서 3년 이상 투자 관련 업무를 한 경력이 있는 사람과 벤처기업 창업자이거나 창업자였던 사람으로서 재직 당시 해당 벤처기업의 연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인 적이 있었던 사람도 포함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기준이 있는데, 보다 자세한 사항은 창업진흥원에서 발표한 창업기획자 등록 절차 및 운영 안내서를 참고하면 된다.

2022년 10월 기준 사단법인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에 등록된 회원사는 현재 139개사다. 이 가운데 서울이 95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모든 액셀러레이터가 협회에 가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투자 환경이 좋아지고 각종 세제 혜택이 많아지면서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 공신력 있고 검증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는 프라이머, 스파크랩, 매쉬업엔젤스, 퓨처플레이, 패스트트랙아시아 등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벤처 1세대의 선배 창업자로서 회사를 매각한 뒤 여유 자금으로 후배 창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만든 경우다. 최근에는 GS그룹(더지에스챌린지), 한화그룹(드림플러스), 롯데그룹(롯데액셀러레이터), 한솔그룹(한솔V프론티어스) 등 대기업들도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와 유사한 개념으로 창업보육센터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가 있다. 하지만 창업보육센터와 인큐베이터가 공간이나 설비, 업무 지원 등 하드웨어 중심의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액셀러레이터는 창업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알려주는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원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인큐베이터보다는 액셀러레이터에서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관련 주간지인 ‘Inc.com’에 따르면 인큐베이터는 스타트업의 유년기를 도와주는 역할이고, 액셀러레이터는 청년기에 이른 스타트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돕는 유형으로 각각 다른 비즈니스 사이클에서 스타트업을 성장시킨다.

액셀러레이터는 벤처캐피털과 마찬가지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전파된 개념이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에는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 테크스타즈(Techstars), 500 Startups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자타공인 세계 최초, 최대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인정받고 있는 와이콤비네이터는 2005년에 설립됐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엔비, 드롭박스 등의 글로벌 컴퍼니에 초기부터 투자해 유명해졌다. 와이콤비네이터는 그동안 5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육성했으며, 배출한 기업의 평균 가치는 450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와이콤비네이터를 졸업한 한국 기업에는 센드버드, 미미박스, 슈퍼브AI, 미소, 마크비전, 쿼타북, 숨고, 시어스랩(롤리캠) 등이 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1년에 두 차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시드머니 지원과 멘토링, 인적 네트워크 등을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액셀러레이팅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을 모집하고 선정된 스타트업에 소규모 투자(약 12만 달러)를 해 지분 취득을 한다. 이후 6개월 정도 멘토링과 교육을 진행한 뒤 최종적으로 ‘데모 데이’를 진행해 투자자들의 후속 투자 유치를 돕는다. 데모 데이는 액셀러레이팅을 받은 스타트업이 투자자와 일반인들 앞에서 자사의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하는 행사를 말한다. 이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자리이자 외부 투자자, 업계 전문가, 언론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네트워킹 행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운영 방식을 벤치마킹한 대부분의 액셀러레이터가 비슷한 행사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들도 대부분 6개월에 한 번 정도 스타트업을 모집, 선발, 지원하며 일반적으로 5000만 원 내외의 투자를 하고 5~10% 지분을 가져간다. 매출이나 성과가 거의 없고 아이템과 팀만 있는 회사의 기업가치를 5억~10억 정도로 평가하고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장점이 있지만,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 기업 가치가 너무 작을 때 액셀러레이팅을 받아 지분이 희석됐다는 후회를 할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프라이머나 스파크랩스 같은 유명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은 경쟁률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들어가는 것 자체도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오지만 반대로 액셀러레이터에 들어가게 되면 그만큼 인정을 받게 되고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한국에서는 액셀러레이터라는 개념이 아직 대중화돼 있지 않다. 극초기 기업에 소액의 투자를 하기 때문에 전체 투자 시장에서 차지하는 금액도 적고 개념 자체가 다소 생소하다는 이유다. 또한 액셀러레이터의 가면을 쓰고 초기 스타트업의 지분을 너무 많이 편취하거나 잘못된 멘토링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름뿐인 액셀러레이터가 많아지면서 많은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양한 이야기를 했지만, 어찌 보면 액셀러레이터의 가장 큰 장점은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고 가장 큰 단점은 지분이 희석된다는 것이다. 액셀러레이터에 들어가고 싶다고 다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렵사리 들어간다고 해도 무조건 성공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장단점을 잘 분석하고 비교해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필자 임성준은 카카오·야후코리아·네이버에서 경력을 쌓은 뒤 주거공간 임대차 플랫폼 ‘스테이즈’를 창업했다. 저서로 『스타트업 아이템 발굴부터 투자유치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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